[큐레이터수첩 속의 추억의 전시/큐레이터 토크 8]'Crossings'전으로 돌아온 김아영의 영상이야기
[큐레이터수첩 속의 추억의 전시/큐레이터 토크 8]'Crossings'전으로 돌아온 김아영의 영상이야기
  • 이은주 아트스페이스 갤러리정미소 큐레이터
  • 승인 2012.06.23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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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토크 여덟 번째 이야기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작가는 바로 김아영이다.

지난 큐레이터 토크6 에서 한번 소개도 되었지만, 2008년까지는 사진이 자신의 작업을 표현하는 주요 장르였다면, 영국 유학 이후 4년이 흐른 지금, 돌연 새로운 영상작업으로 현재 16번지에서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다.2008년 전시를 위한 미팅 당시 사진 작업 외에 앞으로는 영상작업에 주력하겠다는 의지가 새로운 작업과 함께 <크로싱>이라는 전시제목으로 한국귀국 후 처음 선보이는 자리가 되었다. 

▲11 Policeman falls to death trying to save suicide-bid youth, 05 Jun 2008163x210cm

그간 김아영의 사진은 보도내용을 통해 세계각지의 사건, 사고를 조사, 수집, 분석하여 사건 장면을 모델링하여 촬영한 결과물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사진 작업 프로세스들의 이제는 영상을 통해 분석, 해석, 편집되어 자신이 기존의 사진을 통해 전달했던 메시지가 이제는 영상이라는 매체를 사용하여 좀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였다.

어쩌면 건조하게 느껴지는 뉴스와 보도사건들을 감성적인 흑백 영상미를 통해 전달 받게 되어 기존의 대중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사건사고의 기록과는 전혀 다른 맥락으로 한 가지의 사건 사고를 받아 들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렇듯 사진작업 이후 영상작업을 하게 된 계기와 더불어 작업을 좀 더 면밀하고 심층적으로 전달하는 영상 작업의 시작이 김아영에게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는지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자 한다.

Q: 2008년 이후 영국으로 유학을 가셨는데 그 이후에 오랜만에 한국에서 개인전을 하게 되셨는데요. 기존에 사진으로 보여주셨던 프로세스의 확장된 개념으로 영상작업이 완성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어떠한 계기로 사진에서 영상을 택하셨는지요?

A: 2004년에 유학을 떠났던 거라, 한국에서 가졌던 전시는 모두 제 유학기간 중 혹은 그 후에 열렸던 거랍니다. 그 사이 전시를 위해 틈틈이 한국에 들르긴 했었는데, 오래 체류했던 적은 없습니다. 2010년까지 영국에 있었고 2011년에는 베를린에서 1년간 레지던시 생활을 했습니다. 사진매체 안에서 포토몽타쥬, 콜라쥬 등의 작업을 지속하면서 늘 매체 운용의 폭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한 가지 이슈에 대해 다면적으로 접근해 보고 싶었기 때문인데요. 사진작업에서도 사회적 이슈에서 나오는 내러티브가 존재하는 편이라서, 영상 등의 타 매체를 통해 그 내러티브를 좀 더 실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작업과 전시는 모두 시도와 실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러던 중 석사과정 중에 <모든 북극성 I, II>를 작업하면서 본격적으로 영상매체를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을 전공하기 전에 이미 영상과 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와 툴을 다뤄본 적이 있어서 그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Ayoung Kim_Every North Star in Tales of a City_2010_Single channel video

Q:. 이번 전시에서 사진에서 표현하셨던 부분을 영상으로 풀어내셨는데, 사진과 영상이 주는 매체 표현은 어떻게 차별화 되고 있으며, 어떠한 점에서 영상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되셨는지요?

A: 사진작업 <이페메랄 이페메라> 시리즈에서, 신문기사의 헤드라인을 제목으로 차용하며 사건과 사건의 공간 등을 재해석하는 등, 내러티브의 암시들이 산재해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한 장이 사진이 가진 내러티브에의 암시에서 나아가 더 적극적으로 이슈에 대해 관여하거나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작업에서 리서치의 비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힘쓴 리서치의 데이타들이 작업에 효과적으로 녹아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상작업은 타임베이스라는 점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향의 목소리와 다중 레이어의 내러티브를 교차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시도해 보고픈 매체였습니다.

Q: 모든 북극성작업을 오랫동안 준비하고 완성하셨는데, 이 이야기 소재를 채택한 이유가 있으시다면요?

A: 우연히 인터넷 뉴스로 부산에서 유일했던 여기수에 관한 기사를 접하고 호기심이 생겨 그 이슈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작업으로 발전시킬 생각은 아니었는데, 나중에는 그 이슈에 푹 빠져 작업으로 풀어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는 당시 제가 관심 갖기 시작한 한국의 근대화 과정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국 근대사에서 최초의 개항장 중 하나였고 해외 문물이 가장 빨리 흘러 들어오던 항구도시인 부산이라는 도시가 가진 상징성은 제가 조사한 사건들의 배경이 부산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이야기는 결국, 부산의 지리학적 특징, 역사성, 장소성, 한국 근대사 중 경마가 한국에 유입되어 온 과정, 그 언저리에서 벌어진 여기수의 비극에 관한 사건을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 근 현대사에 관한 관심은 이후 작업인 <돌아와요 부산항에> 및 <PH Express>등에서도 이어집니다.

Q: 영상작업을 하시게 되면서 중요하게 부각되어야 되는 지점을 무엇이며, 사진과는 다르게 어떠한 부분을 주로 주력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위에서도 언급한 내러티브 구조에의 차이가 가장 먼저 두드러질 것 같습니다. 사진작업에서 내러티브에의 암시를 제공하고 그 이후 과정을 열어두었던 것과 달리, 영상작업에서는 직접 축조한 내러티브를 제공하되, 선형적 스토리를 구축해 이에 따라 관객의 반응을 제어하는 것은 지양하고자 합니다. 다양한 레이어의 발화들이 떠올랐다 사라지며, 관객은 한 가지 발화점을 따라가기보다는 다양한 레이어들의 행간을 상상할 수 있게 됩니다. 영상작업 내에서도 작업의 성격에 따라 최소한의 인원으로 진행할 수 있는 작업인지, 혹은 프로덕션 규모의 영상이 되어야 할지가 결정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성격의 영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모든 북극성 I, II>는 촬영, 스크립트 구축, 편집 등이 모두 장기간 뒤섞여 진행되었고, 저도 결과물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었던 데 반해,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경우에는 로케이션 촬영, 스튜디오 촬영 등 조명과 촬영 스탭들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보니 스크립트와 계획이 확실해야 했습니다. 저는 두 방식 모두 흥미롭다고 생각되는데요, 앞으로 작업과정과 흐름에 따른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개인작업, 작업의 규모를 위해 필요한 프로덕션 방식 작업 모두 진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진행되는 작업과 전시계획이 있으시다면요?

A: 7.19일부터 약 3달간 리움 삼성미술관에서 이어지는 <아트스펙트럼 2012>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전시에서는 지난 한 해 베를린의 퀸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 레지던시에 머물며 진행한 <PH Express>라는 31분짜리 2채널 영상을 선보이게 됩니다. 19세기 말 2년간 발생했던 영국군의 거문도 점령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영국인들이 작성한 외교문서, 신문기사 등의 고문헌들을 장기간 분석하여 철저히 고증한 스크립트를 작성했고, 이를 연극적으로 영상화한 작업입니다. 19세기 말 쇄국과 내분으로 무력했던 조선 밖에서 열강들의 제국주의와 팽창정책이 어떻게 한국의 거문도란 작은 섬에서 충돌하게 되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작업입니다. 이후에는 아마도 부산에 관한 연작인 <어느 도시 이야기> 시리즈를 지속하게 될 것 같습니다. 현재 <모든 북극성 I, II>와,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의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추가 작업들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김아영의 개인전은 종로구 사간동에 위치한 갤러리현대 프로젝트공간16번지에서 지난6월 7일부터 7월 8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은주(李垠周) Lee EunJoo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를 졸업했으며 판화와 사진 전문 아트페어인아트에디션 팀장을 역임했다.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시리즈(2008), 다양한 매체 속에서 탄생된 예술작품의 시나리오(2008), 비주얼인터섹션-네덜란드사진전(2009), Remediation in Digital Image展(2010), 미디어극장전-Welcome to media space(2011), 사건의 재구성전(2011), 기억의방_추억의 군 사진전(2011) 외 다수의 기획전 및 개인전을 기획했다. 전시와 출판 관련 일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아트스페이스 갤러리정미소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