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와 아르코미술관, 30년을 되돌아본다
대학로와 아르코미술관, 30년을 되돌아본다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6.1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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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 대학로 100번지 특별기획전, 30명 작가들의 실험작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자리한 아르코미술관은 옛 문리대 자리로 빨간 벽돌건물은 건축가 故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건물이다. 1974년 전시공간이 부족하던 당시 작가들에게 전시공간을 제공하고자 개관해 오랫동안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으로 불렸다.

1979년 ‘연극무대’로 대표되는 대학로라는 장소에 새롭게 둥지를 틀고 미술관만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지닌 비영리 공공미술관으로서 '미술'을 통해 문화와 예술이 소통할 수 있는 역할을 해오며 2005년 '아르코미술관'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올해 아르코미술관이 서울대 문리대 터인 대학로 100번지에 자리 잡은 지 30년째 되는 해를 기념하고 새로운 예술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특별한 기획전을 열었다.

‘대학로 100번지’라는 이름의 이번 전시는 이승택(80), 김구림(73), 이건용(67), 박불똥(53), 홍경택(41), 사사(40), 구동희(35) 등 원로부터 신진작가까지 3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그룹전이다.

작가들은 그들 각자만의 시선을 통해 재해석한 30년이란 ‘시간’과, 연극, 미술  등 청년문화예술의 발원지인 대학로와 아르코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의 추억과 향수를 각자의 방식대로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문인들의 단골아지트인 학림다방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 들이 키고 담배연기를 뿜어내며 예술에 대해 논하던 추억을 공유한 예술가들이 기억의 파편을 이용해 설치와 회화, 사운드, 퍼포먼스, 텍스트 등 여러 화법으로 드러내는 실험적인 작품들이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전시실입구부터 미술관이라고 하기에는 낯선 에어튜브가 눈에 띈다.

바로 설치미술가 박기원의 ‘에어튜브’로 작품 자체를 파티션으로 해 마치 부유하는 벽을 연상시키지만 투명한 에어로 인해 단절된 듯 하면서도 안과 밖의 소통을 이어주는 아이러니가 연출된다.

박주연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단색의 불법복제 LP판 위에 축제 때 쓰이는 종이 꽃가루를 뿌려 권력에 의해 교체된 금지곡과 음반 커버를 원판 그대로 경험하고자 했던 당시 젊은 세대들의 갈증과 열망을 담았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전시포스터를 통해 거대한 액자퍼즐과 함께 무대를 형성한 이미경은 박기원의 퍼포먼스와 결합해 살아있는 또 다른 작품을 이끌어냈다. 

슬기와 민은 30년간의 미술관 전시도록의 인사말을 고스란히 담아 ‘인사서’라는 한 권의 책으로 재탄생 시켰다. 이는 책이라는 매체를 활용해 장소의 한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30년이라는 시간의 무의식적인 단면을 재연해냈다. 동시에 과거와 현재를 안팎으로 소통시키는 역할과 역사를 남기는 기록으로 기능한다.

특히 구동희는 ‘살아있는 새’를 작품에 등장시켜 전시장 안을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를 통해 전시회를 감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감상한다. 새는 현장의 상황을 감상하며, 반응하고 이는 살아있는 미술관을 구현해냈다.

이미혜는 특이하게 전시되는 작품과 작가가 아닌 미술관과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을 작품으로 등장시켰다.

미술관 직원, 작가, 관객 등의 미술관에 대한 생각을 통해 분명히 존재하지만 제대로 인지되지 않는 비가시적인 측면을 드러내 가시화했다.

레고 블록을 이용해 조사내용을 그래프화하도록 해 관객들의 참여도 이끌어내고 있다.

이외에도 1970년대 말부터 우리미술관과 함께한 한국현대미술 작가들-김구림, 이건용, 이승책, 박현기, 김호득, 임동식, 김장섭, 윤영석, 민정기, 주재환, 박불똥, 장진영, 김을, 홍경택-은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들이 작가 자신의 기억을 관객들과의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7월 5일까지 열리는‘대학로 100번지’는 퍼포먼스, 공연, 마스터클래스와 아이 키즈 워크샵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되며, 관람료는 2천원이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