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저는 오늘 누구누구를 고소하려 합니다
[독자투고]저는 오늘 누구누구를 고소하려 합니다
  • 김남진 댄스시어터 窓대표/무용가
  • 승인 2012.10.18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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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진 댄스시어터窓 대표
매주 일요일 저녁의 한가로운 시간에 하는 한 개그 프로그램 중에 자신의 좋지 않았던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그것을 직접적 화법으로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하는 코너가 요즘 인기를 얻고 있다.

그녀가 하는 첫마디는 이러하다. “저는 오늘 누구누구를 고소하려 합니다..”

나 역시 오늘 이 글을 빌어 얼마 전 있었던 어느 재단의 창작 지원 사업에 2차 인터뷰를 맡았던 심사위원 중의 한명인 우 모씨(전 예술경영지원센터 부장)씨를 지면으로 고소하고자 한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하다. 이 재단에서 공모한 지원 사업에 서류를 제출하였던 나는 1차에 합격하여 2차 인터뷰 심사대상 6인 중 한명으로 인터뷰를 갔었다. 보통 인터뷰에서는 작품에 대한 질의와 응답이 오고 가야하며 당연히 그렇게 한다.

나는 내가 하려고 하는 작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한 후 우연 심사위원으로 부터 충격적인 질문을 받았다.
첫마디가 “김 남진씨는 당신이 젊은 줄 아느냐?” 라는 황당한 질문이었다. 나는 "작품을 하는데 무슨 나이가 필요하냐, 이 지원사업에는 나이제한이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이 질문에 너무나 인격적으로 상처를 받았기에 난 이 인터뷰와는 관계없이 그녀에게 한국의 지원제도에 대한 반론을 던지다 나와 버렸다.

그녀는 “물론 김남진씨는 젊은 마인드는 가지고 있겠지”라고 중얼거렸지만 이런 애매모호하게 한 사람의 인격을 모독하는 비아냥거리는 말투의 질문으로 인터뷰에 응하는 사람을 발가벗겨지게 만들었다. 나는 어느 술집에서 술 취한 취객이 던지는 상스러운 질문을 받은 접대부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 후 12년간 유럽에서도 유명한 무용단의 단원으로 일을 하다 한국을 돌아왔고 나의 포부는 내가 있었던 그 유명한 유럽의 무용단처럼 전문무용단을 만들어 한국의 현대무용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었기에 현재도 국내외를 오가며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유럽의 경기공황과 한국의 문화기금 삭감 등으로 정말 힘든 현실이지만 오늘까지 나는 나의 이 목표를 위해 달려왔다.

그런데 심사위원이란 사람으로부터 듣는 이러한 비인격적인 질문은 내가 왜 이 땅에서 이러한 소릴 들어가며 계속 이 작업을 해야 하는지 나 스스로 반문을 하게 된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큰 돈으로 작품을 받아 콩쿨을 나가며 배웠던 무용의 현실은 이러한가? 대학을 졸업하고 갈 곳이 없으니 다시 대학원을 가야하는 불편한 진실...

그 대학원 졸업자가 받는 월 100만원도 안 되는 임금, 당연히 지방의 대학은 미달사태가 될 수 밖에 없으며 머지않아 서울에도 미달사태가 나지 않겠는가.

예술을, 이 순수무용을 해서 과연 얼마의 수익을 남기겠는가? 나이 45세의 자녀를 둔 가장의 입장에서 한 젊은(?) 심사위원의 나이를 운운하는 그 발언은 이 땅에서 안무하는 모든 안무자에게 비수를 꽂는 것과 같다.
신진 발굴. 좋은 이야기이다. 좋은 안무가를 발굴해내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신진 또한 곧 중견이 된다.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에게는 아무런 대책 없이 신진만 발굴하는 작업은 나중에 나 같은 허울만 좋은 실업자를 양성하기 위한 사업인가? 나의 이름으로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도 없다. 실업자이기 때문이다.

지원금에는 안무비를 책정할 수도 없는 이 현실에 조명, 무대, 의상 등 스텝들의 인건비는 삭감되는 지원금과는 반대로 올라가고 아무런 대책 없이 내동댕이쳐진 이 안무가의 인격으로 모든 스텝선생님,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머리 조아리며 구걸하는 것이 오늘 대한민국의 안무가의 모습이다. 무용수가 있고 안무가가 있어야 스텝들도, 심사위원들도 다 같이 쳇바퀴를 돌리듯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심사위원의 권위주의에 젖어 있는 이 목소리는 정말 자신이 해야 할 질문인가 뒤돌아봐야 할 것이다. 번뜩이는 안경 너머로 잘난 척하며 던지는 그러한 발언이 개인적인 사심이라면 그것 또한 그 심사위원의 자질문제일 것이다

 심사위원으로서 보다 품격있고 인격적인 그리고 본질적인 질문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심사위원으로 추대되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