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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학시절 이후 1996년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비디오작업을 진행시켜온 심철웅은 무엇보다 9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서 열린 주요 미디어전시를 참여하면서 한국의 미디어아트 현황의 문제점을 실질적으로 접하였다. 이때 한국의 미디어아트 전시담론을 비롯하여 이론적 연구가 거의 비미했던 당시 실정에서 그는 다양한 측면의 모색을 시도했다. 미디어관련 전시의 출품작 생산과 더불어 왜 한국에서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또 왜 예술에서 비디오를 비롯한 뉴미디어의 경향이 물결치는지에 관한 화두를 끊임없이 자신의 업적이 포함시켰다. 그는 미디어작업을 생산해 내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비디오, 미디어아트를 둘러싼 논의들을 번역서로 출판하여 연구가 거의 전무했던 한국 미디어아트 현황에 실질적인 토대를 만들어 내는 시도를 해왔다.
1996년작인 <Text-Sign-Life>에서는 TV를 비롯하여 매스미디어의 산물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자신의 코드로 담아내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또한 이미지와 텍스트간의 유기적 연결과 모색이 가능해 진 디지털 시대에 그는 역사적, 구조적인 의문점들을 자신의 작업에 접목한다. 그 당시 실제로 3D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자신의 사적경험의 텍스트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의 내용을 표현하는데, 그 다양한 메세지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상상의 상황들을 실제 컴퓨터 기술을 통해 구현하였다. 공간적 유연성, 텍스트와 이미지의 자유로운 중첩, 텍스트가 자유롭게 공간을 타고 움직이는 제스쳐등 이 모두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가능한 표현방식이었다. 지금으로 부터 16여년전에 그가 사용했던 툴은 현재 보편적인 기술일 수 있으나, 영상의 내용적 측면에서는 1995년 미국유학이후 한국에 돌아왔을 때, 그를 맞이했던 한국경제의 파국적 상황과 더불어 10년 만에 찾은 고국에서 다시 겪는 문화적 혼란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적인 내용들이 담겨있다. 때문에 매스미디어와 같은 기술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비디오라는 매체가 어떻게 자신의 이야기와 관계 맺을 수 있었는지를 단편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 이후에 진행되었던 <역사적 해체를 위한 텍스트와 이미지>에서는 <Text-Sign-Life>와는 다르게 좀 더 확장된 사회맥락적인 의미에 초점을 두었다. 이는 컴퓨터 프로그램 안에서구현되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중첩효과를 이용하여 매스컴에서 다루었던 사회의 무거운 주제와 더불어 자신과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역사적 전개와 현 위치를 살펴볼 수 있은 계기를 마련하였다. 더 나아가 다양한 영상기법을 통하여 우리나라가 처한 역사의식의 해체와 혼돈과 변화, 불예측성으로 좀 더 극대화 시켰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기술적 사용과 더불어 비디오매체 자체가 가지고 있는 기록적인 측면을 지속적으로 드러내었으며, 이러한 상황은 <오래된 집의 기억(2001)>과 <어느 여인의 기억(2003)>으로 이어진다. 허물어져가고, 자신이 생생하게 기억 할 수 없는, 점차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옛집을 촬영하면서 자신 존재의 근원적 원천을 되돌아보고 계기를 마련하였고, 이러한 상황이 한 개인의 기억을 잠식하기도 하지만 도시의 현대화로 인해 사라져 가는 공간들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역할에 주목했다. 이렇듯 과거의 것들을 기록하면서 현재를 살피고 미래적 시각을 제시했던 비디오매체의 속성, 즉 기록과 시간성이라는 양 측면적 성향이 그의 비디오작업에 중요한 테제로 계속 등장했다. 정미소 전시에서 선보여졌던 그의 열 세번째 작 <하늘도시로 가는 다리(2010)>에서도 자신이 꾸준히 습득한 프로그래밍을 사용하여 작업을 완성시켰다. 1996년도 부터 2010년까지 제작한 그의 13편의 영상작업에서는 그가 어떠한 위치에서 매스미디어를 접했으며, 또 자신의 사적이야기와 비디오매체의 속성을 어떻게 접목시켰는지를 한 자리에서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에 의미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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