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의 박물관칼럼] 왜! 다문화에서 ‘문화다양성’인가.(2-1)
[윤태석의 박물관칼럼] 왜! 다문화에서 ‘문화다양성’인가.(2-1)
  • 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경희대 겸임교수
  • 승인 2012.11.0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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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경희대 겸임교수
  2009년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기념해 “21세기 박물관의 발전 전략과 미래”를 주제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국제포럼에서 미국 스미스소니언 프리어새클러미술관장 줄리안 레이비(Julian Raby)는 ‘다문화 사회에서의 문화적 다양성과 박물관의 역할 - 특권에서 참여까지: 사원, 포럼, 바벨탑’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박물관의 노정을 성서의 바벨탑에 비유했다. 현대에 와서 박물관의 가능성과 변화에 대해 그는, 초기 박물관은 지식을 전달하는 단순한 패러다임 즉, 특정한 교육기관에서 교육자가 교재를 토대로 피교육자들에게 일방성이 강한 지식을 전달하는 체계라고 주장하였다. 

  다음 시기의 박물관은 보다 더 대중적인 공간으로 전문가와 함께 선택적인 토론의 장을 펼쳤던 ‘포럼’의 형식으로 변화하였다는 것이다. 현대에 와서는 인간 과욕의 상징물인 바벨탑이 무너져 70여 개의 언어로 사람들을 흩어지게 만들었던 것처럼 박물관도 같은 현상에 놓여있다고 비유한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비유를 통해 레이비는 현대와 미래의 박물관에서 바벨탑이 붕괴되면서 발생한 시대와 다원화된 사회의 ‘불협화음’ 자체가 박물관이 나아가야할 가능성이 될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이는 곧 박물관의 변화에 있어서 문화다양성이 핵심이 되고 있음을 주장한 것으로 각각의 언어와 문화권으로 조합된 민족과 국가, 집단 뿐 만 아니라 박물관을 찾는 이용자 개개인이 각기 다른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개체로 소통이 불가능해졌다는 극단적인 상징화로 단정 짓고 있다. 따라서 그의 주장에 의하면 박물관에서 새로운 뭔가를 찾아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 뭔가가 미래의 박물관이 지향해야할 저점이며 박물관의 가능성은 여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분분에 대해서는 필자도 일맥 동의하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그 가능성의 실체는 무엇일까? 박물관의 원본성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그는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단지, 현 시대의 성격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기관으로서의 사명을 다 하려는 노력이라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후의 견해가 궁금해진다.

  이는 레이비의 견해에서 볼 때, 바벨탑의 무너진 상황 즉, 하드웨어는 그대로 둔 채 소프트웨어의 변화만을 지향하여 문화다양성 측면에서 개개인의 관점을 확장하고 이해하자는 의미인지가 궁금해진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문화다양성 교육의 가치와 실천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10.9, 국립중앙박물관)을 개최했다. 그동안 다문화로 인식되던 개념을 문화다양성이라는 말로 바꾼 것으로 어감 상 적지 않은 변화가 있다.

  다문화는 다문화 가족, 다문화 여성, 결혼 이민자 등의 용어가 일반화되면서 지금까지 박물관을 비롯한 관련 문화기반시설에서는 이들만을 대상으로 한 활동에 국한된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문화다양성과 다문화는 같은 개념이지만 현장에서는 인식의 적지 않은 괴리가 있다는 점에서 이후 활동에 제고의 여지가 많다. 따라서 박물관의 관점에서 문화다양성에 부합한 활동은 보다 넓은 시각에서 접근해야할 개념으로 조속히 받아들여져야 한다.

  한편, 참소리축음기박물관, 술박물관리커리움, 아프리카박물관, 중남미박물관, 불교미술박물관, 원불교역사박물관 등 개별 박물관에서는 이미 소장 자료를 중심으로 한 각각의 정체성에 맞는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이것은 곧 문화다양성을 표방하는 활동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심포지엄의 추진내용이 한국의 특수성을 결합한 문화다양성의 의미를 규명하고, 기초 인성교육으로서의 문화다양성 교육의 가치와 중요성의 시사점을 조망하는 등 상당부분이 우리나라 문화와 교육정책의 접점에서 문화다양성 교육을 재조명하고 학교 및 문화기반시설의 문화다양성 교육 사례 공유, 문화다양성 교육 추진을 위한 문화기반시설 등 교육 현장의 실효성 있는 실천전략 및 활성화 방안 모색에 있는 만큼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실천 가능한 대안의 모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해된다.    이러한 주장은 필자에게도 전혀 이견이 없는 것으로 기존의 박물관 활동을 볼 때 개념적으로 정리하지 못한 측면이 있을 뿐 이미 이와 같은 활동은 해온 것이 아닌지? 되뇌게 된다.

  이번 세미나는 다소 개론적이며 해외 또는 소위 엘리트 박물관을 대상으로 했거나 학교교육의 관점에서 제시한 이상적인 개념을 정리하고 제시하는데 국한된 경향이 있다. 이점에서 발표문은 본 심포지엄의 방향성에 견주어 볼 때 다소 아쉬움이 있다. 이에 우리나라 박물관?미술관 정책을 기반으로 한 현실적 문화다양성 활동에 대해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