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Books] 내 가슴 뚫고 나오는 뿔은 뭉텅할까?
[New Books] 내 가슴 뚫고 나오는 뿔은 뭉텅할까?
  • 이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12.11.1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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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고광률 장편소설 <오래된 뿔> 1, 2 펴내… 30여 년 역사 눈빛 번득여

   
 "어이쿠...... 아가씨덜 괜찮습니까요? 아줌씬가......” -9쪽, 제1장 ‘하늘과 땅’ 몇 토막

‘뿔’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 낱말이다. 촛불시위 때에도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 도깨비뿔이 달린 머리띠를 많이 둘렀다. 그래서일까. 그때부터 잘못된 정치나 경제, 사회를 비꼬는 어떤 모임을 가질 때마다 “000 뿔났다”란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작가 고광률이 이번에 펴낸 장편소설 <오래된 뿔>1,2(은행나무)에 나오는 그 ‘뿔’은 어떤 상징을 담고 있을까. 작가는 두 권짜리 장편소설에 들어가기에 앞서 시인 김기택이 쓴 시 ‘소싸움’을 싣고 있다. “뿔에 매달려 씩씩거리는 커다란 뿌리를 보라. / 피의 힘으로 노려보는 눈.”이라고 시작하는 시 말이다.

1980년 5.18 광주부터 유월항쟁 등 지난 30여 년 동안 겪었던 우리나라 뼈아픈 현대사를 꾹꾹 눌러담은 이번 장편소설에서 작가는 ‘오래된’과 ‘뿔’이란 무기를 들고 그 속내를 샅샅이 파헤친다. 여기서 말하는 ‘오래된’은 아무리 세월이 오래 흘러도 결코 잊을 수 없는 피에 젖은 역사를 상징한다. ‘뿔’은 그렇게 거꾸로 가는 역사를 바로 되돌리기 위한 저항이다.

그 ‘뿔’은 김기택 시처럼 “끓자마자 기화된 분노를 뿜어내는 코”이자 “벌어진 입속에서도 튀어나오는 / 흰 두개골들, 공기를 짓씹는 이빨들”이다. 그 ‘뿔’은 “용수철처럼 튀어나가기 위해 흙을 파헤치는 뒷발”이기도 하고 “달려간다. 박는다. 민다. 밀린다. 부딪치며 민다. / 제 에너지에 감전되어 부들부들 떨리는 / 피와 근육의 / 스파크”다.

모두 9장으로 이루어진 이 장편소설은 ‘하늘과 땅’, ‘남은 사람들’, ‘총’, ‘열쇠’, ‘충성’, ‘춘몽’, ‘순리’, ‘관계’, ‘오래된 뿔’ 속에 우리 현대사에 그려진 큰 벽화를 다시 그린다. 인터파크도서 웹진 ‘북앤’에 연재했던 이 장편소설은 2012년 ‘호서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작가 고광률은 지난 18일(목) 전화통화에서 “1993년 광주를 방문한 뒤 이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며 “2004년 초고를 거쳐 8여 년 동안 많은 자료조사와 수정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작가 고광률 장편소설 <오래된 뿔>은 역사미스터리를 주춧돌로 삼은 이 소설은 개인이 지닌 복수심과 역사 속에서 일어난 사건을 가로 세로로 촘촘하게 엮는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현대사회가 지닌 질곡이 개인이 지닌 삶을 어떻게 폭력으로 낙인찍는지 날카롭게 파헤친다. 그렇다. 이 소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안과 밖에서 공룡 같은 권력 아래 치솟는 뿔을 억누르며 살아가고 있다.

그 ‘오래된 뿔’이 가슴을 뚫고 이 세상 밖으로 치솟는 날, 그날이 제2의 4.19혁명이 이루어지는 날이 아니겠는가. 은행나무 출판사는 이 소설에 대해 “작가는 5.18이니, 6.29니 하는 무거운 역사적 소재를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추리소설 기법을 접목했다”라며 “등장인물들의 기억을 끼워 맞춰 나감으로써 점차 사건의 비밀이 풀리도록 설정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