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쓴 ‘창원공단 공장일기’
글로 쓴 ‘창원공단 공장일기’
  • 이상규 기자
  • 승인 2012.12.0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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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바친 노동현장… 그곳의 아픈 일상 담담하게 그려

이 기사는 <경남신문> 이상규 기자(sklee@knnews.co.kr)와 <경남도민일보>가 본지 논설위원이자 일간문예뉴스 <문학in> 대표 이소리 작가가 펴낸 <종이학 한 쌍이 깨어날 때까지>(푸른사상)에 대해 쓴 글입니다. -편집자주-

   
▲ 시인 이소리
한국작가회의 이사 겸 회보편집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시와 소설을 꾸준히 써 온 이소리(53) 작가가 ‘종이학 한 쌍이 깨어날 때까지’(푸른사상)란 산문집을 냈다.

창원 상남에서 태어나 신군부의 서슬이 퍼렇던 1980년 ‘씨알의 소리’에 시 ‘개마고원’ ‘13월의 바다’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소리 작가는 지난 1978년부터 1985년까지 창원공단 노동자로 일하면서 겪은 일들을 담담하게 적고 있다.

그의 산문집은 ‘프레스실에서 겪은 쓰라린 기억’ ‘설마 우리 보고 총을 쏘기까지야 하것나?’ ‘아빠! 왜 손가락이 없어요’ ‘일마 이거 혹시 프락치 아이가?’ ‘모란이 피어날 때 야반도주한 그 공순이’ ‘공단 보릿고개를 아십니까’ 등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픈 일상을 가감 없이 전하고 있다.

그는 책머리에 “이 책은 내가 공고를 졸업한 뒤 화학분석 2급 기능사 자격증을 들고 8년 동안 창원공단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심상을 꼼꼼하게 적은 일기장이다. 다시 말하자면 20대 새파란 청춘을 바친 한 노동시인이 이 세상에 던지는 ‘공장 일기’이다. 그렇다고 케케묵은 이야기는 아니다. 이 이야기는 지금도 공단 현장에서 숱하게 일어나고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도 공장 현장에서, 철탑 위에서, 개발 현장에서 피땀 흘리며 일하고 싸우는 숱한 노동자들이여! 노동의 불꽃처럼 뜨거운 가슴으로 숱한 시련을 이겨내며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대들에게 큰절 올리며 삼가 이 책을 바친다”고 말했다.

고통·절망의 젊은날을 회상하며
1980년대 노동문학계를 이끈 이소리 시인의 젊은날을 담은 산문집이다. 가난한 가정형편과 ‘조국 근대화의 기수’ 운운하는 독재정권의 기만이 어떻게 산업 노동자를 만들었고, 또 그가 어떻게 고통과 불안과 절망을 품은 노동자 시인으로 나섰는지 전해준다.

이 책은 YH무역 여성 노동자 농성, 마산·창원 위수령, 광주민주화 항쟁 등 역사적 사건을 시인의 시선으로 전하면서 그 자체로 시대의 기록문 역할도 한다.

1959년 창원 출신인 시인은 1970~1980년대에 창원공단 현장 노동자로 일했으며, 이후 무크지 <마산문화>, 민족문학작가회의, <울산일보>, 인터넷신문 <시사포커스> 등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시집 <노동의 불꽃으로>와 장편소설 <미륵딸> 등이 있다. 288쪽, 푸른사상, 1만 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