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쌀로 삼아 마음으로 밥을 짓다!
몸을 쌀로 삼아 마음으로 밥을 짓다!
  • 이소리 기자
  • 승인 2013.02.20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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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 66.5% 월 100만원 못 벌어... 문인 91.5% 가장 심해

몸을 쌀로 삼아 마음으로 밥을 짓는 가난한 문인들··· 밤새 머리를 싸매고 온몸으로 키보드를 두드려 아무리 열심히 글을 쓰도, 원고청탁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게 유명세를 타지 못한 우리나라 문인들 자화상이다. 행여 ‘가뭄에 콩 나듯’ 원고청탁을 받아도 원고료가 거의 없는 문예지 또한 대부분이다.

그렇게 공들여 쓴 글을 꼼꼼하게 모아 책으로 펴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책이 팔리지 않기 때문에 인세는커녕 오히려 그 책을 사거나 자비를 들여 책을 펴내야 하는 슬픈 현실이 문인들 앞에 떡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문인들 대부분이 전업을 하지 못하고 교수나 교사, 출판사 편집부 일 등을 하고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먹고 살기 위한 몸부림에 다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도 사정은 문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 창작 활동으로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문화예술인이 세 명 가운데 두 명꼴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문화예술인 66.5%가 식의주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14일 우리나라 문화예술인들 활동여건과 실태를 집계한 ‘2012 문화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개인 창작활동과 관련한 월평균 수입액 조사에서 아예 ‘없다’고 대답한 예술가도 무려 26.2%나 됐다. 이 실태조사는 1988년부터 3년 주기로 발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이번에는 문학, 미술, 건축, 사진, 음악, 국악, 무용, 연극, 영화, 대중예술 등 10개 분야별로 200명씩 총 2천 명을 대상으로 우편 조사, 이메일, 팩스 조사를 병행했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서 51만~100만 원은 15.1%, 21만~50만 원은 12.9%, 20만 원 이하도 12.3%였다. 101만~200만 원은 17.0%, 201만 원 이상은 16.7%다. 분야별로는 문인 예술활동관련 수입이 가장 낮았다. 문인 가운데 91.5%가 월평균 수입이 100만 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문학이 아닌 분야에서도 미술은 79.0%, 사진은 79.0%, 연극은 74.0%, 영화는 71.0%, 국악은 67.0%, 무용은 64.0%, 음악은 60.0%, 대중예술은 43.5%, 건축은 34.0% 순으로 월 평균 수입이 100만 원 이하로 조사됐다. 부가활동까지 포함한 월평균 수입액도 100만 원 이하 22.1%, ‘없다’ 7.4%였다. 201만~300만 원과 301만 원 이상은 각각 22.4%, 23.4%였다.

4대 보험 가운데 산재보험 가입률이 27.9%로 가장 낮았다. 고용보험 가입률은 30.5%였고,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에는 각각 97.8%, 66.7%였다. 문화예술 활동과 관련한 창작지원금 수혜비율(중복 응답 포함)은 31.9%로 공공영역(정부·문화예술위원회·기타 공공기관) 27.7%, 민간영역 8.1%였다.

창작활동여건과 관련해서는 ‘문화예술활동의 경제적 보상’에 대한 불만이 91.7%로 가장 높았다. ‘문화예술인 및 문화예술활동 지원’과 ‘창작발표기회’에 대한 불만도 각각 84.7%와 67.2%로 꽤 높았다.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문화예술인(단체)이 해야 할 일로는 ‘정실주의·부패 청산’ 31.6%, ‘예술교육 수준향상’ 14.1%, ‘과시적 일회성 행사 자제’ 12.9%였다.

문화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창작지원금 및 매개 공간 지원, 창작팩토리 지원 사업 확대 등 문화예술인의 창작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조사 주기를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표본 크기를 늘리는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해 다음 조사부터 반영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참 비참한 현실이다. 우리나라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예술이란 꽃을 활짝 피우고도 열매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그 해답은 정부에서 1년 예산 무게추를 경제 살리기나 서민 복지정책 등에 너무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문화예술인이 배를 곯으면 한 나라 문화예술도 배를 곯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껴 문화예술인들 복지정책에도 한층 더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