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책] “검열 없이 정직하게 말하고 싶다”
[새로나온 책] “검열 없이 정직하게 말하고 싶다”
  • 이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13.03.13 1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작가 유시민
유시민 에세이 <어떻게 살 것인가>(아포리아)를 봄바람이 꽃눈을 살짜기 깨우듯 살포시 들춘다. 정계를 떠난 유시민. 그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그가 이 책에서 말하는 정치인으로서 살아온 삶, 정치를 하지 않고 살아가야 할 삶 그 잣대는 무엇일까.

“‘왜 자살하지 않는가?’ 카뮈의 질문에 나는 대답한다. 가슴이 설레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있다.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너무 좋아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뛰어오를 것 같은 일이 있다. 누군가 못 견디게 그리워지는 시간이 있다.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어 미안한 사람들이 있다.

설렘과 황홀, 그리움, 사랑의 느낌··· 이런 것들이 살아있음을 기쁘게 만든다. 나는 더 즐겁게 일하고 더 열심히 놀고 더 많이 더 깊게 사랑하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손잡고 더 아름다운 것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미래의 어느 날이나 피안(彼岸)의 세상에서가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서 그렇게 살고 싶다. 떠나는 것이야 서두를 필요가 없다. 더 일할 수도 더 놀 수도 누군가를 더 사랑할 수도 타인과 손잡을 수도 없게 되었을 때, 그때 조금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나면 된다.”-56쪽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난 유시민. 지난 10년 동안 정치라는 치고 박히는 세월을 꼭 한 줄에 이르는 트위터로 끝낸 그가 지닌 속내는 무엇이었을까? 대선 뒤 칩거생활을 해왔던 그는 이 책에서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꼼꼼하게 되짚는다.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행복한 삶에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 이 책은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청년들부터 우리 사회에서 쓴맛, 단맛을 다 맛본 중년들에게까지 고민할 거리를 툭툭 내던진다. 진보적 자유주의자, 다윈주의 좌파 유시민. 그가 비정치인으로서 낸 첫 책 <어떻게 살 것인가>에 나오는 인생을 살아가는 핵심적인 네 가지 요소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라는 말이 귀에 자꾸 맴도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젠 정치적 자기 검열 없이 정직하게 말하고 싶다. 나는 정치의 일상이 요구하는 비루함을 참고 견디는 삶에서 벗어나 일상이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다. 야수의 탐욕과 싸우면서 황폐해진 내면을 추스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이 아니라 내면이 의미와 기쁨으로 충만한 인간이 되기를 원한다.

정치적 욕망의 화신이라는 세상의 비난에 맞서 내 자신의 도덕적 정당성을 주장하는 싸움이 과연 가치 있는 일인지 의심한다. 정치를 하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시간은 언제나 부족했다. 세상의 모든 비극과 불의에 대해서 내 몫의 책임이 없는지 살펴야 하는 게 괴로웠다.

왕의 심기를 살피는 신민(臣民)처럼, 변덕스러운 여론을 언제나 최고의 진리로 받들어야 하는 정치인의 직업윤리가 너무 무거운 짐으로 느껴진다. 목적의식을 가지고 인간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위선으로 보인다.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내 삶의 존엄을 해치는 것이 정말 훌륭한 일인지 모르겠다.”-1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