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기행 - 91] Antique이 살아있는 세계 최대 규모 축음기의 산실 - 참소리축음기박물관
[박물관기행 - 91] Antique이 살아있는 세계 최대 규모 축음기의 산실 - 참소리축음기박물관
  • 한국박물관연구소
  • 승인 2013.03.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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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선진국에서는 학교를 사회화하고 사회교육을 확장하여 가정교육, 학교교육, 성인교육을 하나로 엮는 교육의 조직화 운동이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온 국민이 전 생애를 통하여 과학 학습을 이어나갈 수 있는 터를 마련하는 데 참소리축음기박물관은 설립의 목적을 두고 있다. 또한 이 박물관은 전문 사립 박물관이지만 다른 박물관과는 다소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전시물이 Antique이면서 이것이 현대에서도 직접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박물관전경

이러한 입체적인 기능을 대변하고 있는 박물관 소장 자료로는 전 세계 20여 개 국에서 만든 축음기, 라디오, TV 등 6,000여점과 음반 15만 여장, 서적 1,000여권, 자료 5,000여점이 있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것으로 한 개인의 집념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준다. 설립자 손성목(孫成木, 경기 파주, 1945.5.27~) 관장은 50여 년 간 60여 개 국을 돌아다니며 죽을 고비까지 겪어 가면 이 박물관을 일궈내었으며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로 국내외에 잘 알려져 있다.

해방 동이로 지금은 북쪽 땅이 된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난 손 관장은 14살 때 삼촌께 고장 난 축음기를 선물 받아 밤을 새워가며 고쳐 마침내 축음기에서 흘러나온 소리에 매료된 것이 박물관 설립의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다.

우선 해외 각국을 돌아다니며 소장품을 수집하기위해서는 열정도 열정이려니와 많은 경제적인 뒷받침도 필요 했으리라고 추정된다. 2005년으로 기억된다.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손성목 관장과 소장품 수집경위에 대해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조용하다가도 중요한 대목에서는 다소 격양된 목소리가 인상적이던 손 관장의 음성은 짧은 인터뷰에 50년 수집과정을 토해내고자 하는 열정과 한계에서 오는 현상으로도 이해되었다.

꼬박 밤을 새워가며 계속된 그의 말꼬리는 끊어질 줄 몰랐고, 때로는 격양되었다가 때로는 말소리가 들릴까 말까 작아졌다가 가끔은 울분이 섞였다가 눈물을 흘렸다가......, 그의 말에는 박물관이 참으로 고단하고도 숭고한 작업임을 단적으로 내포하고 있었다.

손 관장은 서울의 모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 했단다. 대학을 졸업하고 건축업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지금의 강릉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북쪽이 고향이라서 아바이 마을 등을 통해 고향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어서였다. 손 관장은 강릉에서는 최초로 아파트 분양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여기서 얻어진 경제적 이득은 축음기 수집으로 이어졌고 소장품의 범위 역시 폭넓어져 갔다. 그러던 어느 핸가 사업에 큰 어려움이 닥쳐 부도위기를 맡게 되었다. 갖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쌓아놓은 수고가 물거품이 되는 파산으로 이어졌다. 재산은 압류되고 차압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손 관장은 다른 것은 몰라도 수집품은 빼앗길 수 없다는 신념을 갖고, 친구를 비롯한 믿을만한 지인들에게 나눠 관리하게 하였으며 중요한 것은 본인이 직접 챙겨 도망자의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정말 귀한 것은 트럭에 실어 도망 다니기를 몇 달. 하루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에디슨이 최초로 만든 마이크가 경매에 나올 것이니 관심이 없냐는 것이었단다. 이미 소더비의 중요한 고객으로 잘 알려진 손 관장에게 이러한 연락은 심심찮게 오곤 했으나 이때는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관장은 영국으로 날아가 그 마이크를 구입해오고 말았다. 축음기나 에디슨관련 콜렉터로 이미 국제적인 명성과 신용을 얻고 있었기에 당장은 구입대금을 줄 수 없어, 외상으로 가지고 왔지만, 그 때는 참으로 어렵고도 서글픈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인터뷰 중 그는 그 때 구입했던 마이크를 마치 보물 다루듯 조심스럽게 보여주었다. 지금의 그것에 비하면 참으로 볼 품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필자에게 들었지만, 적지 않은 가격에 서럽도록 아픈 과정을 겪은 그 마이크는 이미 많은 것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참소리축음기박물관 1관

참소리축음기박물관2관

참소리축음기박물관 3관

이 박물관은 이렇듯 에디슨과 관련된 제반 수집 자료를 바탕으로 오늘날 참소리축음기박물관의 전신인 오디오 전문 ‘참소리방’으로 982년 4월 15일에 문을 열었다. 1992년 11월 28일에 참소리축음기박물관으로 관명을 변경해 개관하였으며, 그 이듬해인 1993년 2월 11일에 문화부에 공식 등록하였다.

2007년 4월 10일에는 강릉시의 지원을 받아 현 위치인 강릉시 저동에 신축 이전 개관하게 된 것이다. 2009년 7월 11일에는 손 관장 유물수집 5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 바 있으며, 2006년 5월에는 사단법인 한국박물관협회에서 수여하는 ‘자랑스런박물관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참소리축음기박물관에 소장된 유물은, 워싱턴에 있는 에디슨박물관보다 에디슨과 관련한 진본이 많은 박물관으로도 유명하다.

이렇게 설립된 박물관은 크게 두 가지 의의를 지니고 있다. 그 하나는 참소리를 찾아 그 소리를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처럼 참소리축음기박물관은 소리를 저장할 수 있었던 시대부터 지금 현대까지의 모든 소리의 의미와 역사를 보고 느끼게 하는 데 의미를 지닌다. 그 시대마다 진정한 소리가 무엇이며, 역사적으로 진정한 소리는 어떻게 변화·발전했을지, 그리고 그 참소리를 담았던 기기는 어떻게 발전해 왔고, 어떻게 발전해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집?보관하고 있다.

음악감상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전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교육의 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축음기나 현대 음향기기에 대한 강연회 및 세미나, 음악 감상회, 음악회 등의 행사를 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초·중·고등학교의 창의적 체험활동에도 영역별 현장 학습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위치: 강원 강릉시 저동 36. 문의: 033-655-1130∼1

한국박물관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