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콘텐츠 체험 여행(12) - 살아있는 전통, 강선영 무용의 현재와 미래
나의 문화콘텐츠 체험 여행(12) - 살아있는 전통, 강선영 무용의 현재와 미래
  • 서연호 고려대명예교수/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장
  • 승인 2013.04.3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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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연호 고려대명예교수/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장
2013년 4월 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는 강선영춤보존회가 주최하고, 경기도립무용단과 상명대학교무용학과가 협력한 <명가 강선영 불멸의 춤> 공연이 열렸다. 명가는 강선영의 아호이다. 보존회는 이현자, 이명자, 양성옥 등 명가의 많은 제자들로 결성된 단체로서, 이 행사는 선생의 춤 인생 80년을 기념하고 기리는 특별한 춤판으로 만들어진 무대였다. 명가는 1925년 3월 출생으로 금년 미수를 넘긴 무용계의 큰 스승이다. 13세에 한성준(1895-1941)의 조선무용연구소에 입학해 한선생이 작고할 때까지 춤을 배우며 함께 공연활동을 했고, 그후 오늘날까지 춤맥을 잇는 한편, 명가 자신의 안무로 창작된 작품들을 개척해왔다.

이번 무대에서는 한성준에서 시작된 신선무(신선역 김정학), 승무(전수조교 이현자), 장고춤, 경기검무, 즉흥무, 한량무, 훈령무, 살풀이춤, 태평무가 차례로 공연되었다. 또한 명가가 안무한 무당춤(보존회회장, 왕무당 박진희)과 황진이(황진이역 이화숙, 지족대사역 손병우)가 공연되었다.

신선무는 한성준이 신선역을 할 때 명가가 학춤을 함께 추었던 작품이다. 승무는 일찍이 제자였던 이주환과 김천흥에게 남성춤으로 계승되었고, 명가를 통해 여성춤으로 전승되기에 이르렀다. 장고춤은 기방무로서 전승된 것이고, 검무는 명가를 거쳐 김근희가 경기검무문화재로 지정되면서 경기검무로 되었다. 즉흥무는 무용가의 자질을 평가하는 데 기준이 되어 온 작품으로 유명하고, 한량무는 조흥동의 품격 있는 몸짓으로 더욱 돋보였다. 훈령무는 남성이 많은 경기도립무용단의 활기를 유감 없이 보여 주었다. 살풀이춤은 1990년 이매방의 살풀이춤이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명가 스스로 자제해 왔는데, 이번에 전수조교 이명자가 추게 되었다. 태평무는 대부분의 이수자와 전수자들이 참여한 대규모의 집단무로 공연되었다.

명가는 제자들에게 ‘무용가에게는 필름이 많아야 한다’고 자주 말했다. 여기서 필름은 무용가의 풍부한 체험을 말하기도 하지만 예술가로서의 풍부한 상상력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양성옥(전통원 교수)은 선생의 춤에 연기적인 이미지가 풍부하다고 말한다. 젊은 시절부터 명가는 창작 안무가로서 무용극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는데, 이번에 공연된 무당춤과 황진이 역시 이에 해당하는 명품이다. <열두무녀도>라는 명칭으로 초연된 무당춤은 경기도와 평안도의 굿춤사위를 기초로 재구성된 것이고, 황진이는 김지일의 극본과 박범훈의 작곡을 응용한 것이다.

필자가 듣기로는, 이번 무대에 명가가 무대 출연해 자신의 태평무를 추려는 강한 의욕을 지녔었다. 그러나 수년 전에 다친 발이 아직 춤을 추기에는 무리여서 휠체어에 앉은 채 무대에 나와, 제자들의 춤을 격려하고 관객들의 호응에 감사하게 된 것이라 한다. 무대를 꽉 채운 제자들이 스승을 향해 일제히 큰절을 올리고, 객석의 관객들이 기립 박수를 열렬히 치는 모습은 근래 보기 드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명가 자신인들 지난날의 젊음이 얼마나 그리웠을까는 두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한성준은 20세기 전반기까지, 식민지 탄압 속에서도 숱한 전통춤을 정립해 놓고 타계한 우리 무용계의 큰 별이었다. 명가는 한성준의 마지막 제자로서 선생의 춤을 후계자들에게 충실하게 전수했고, 외국에 우리춤을 널리 선양했으며, 나아가 자신의 안무로써 불모의 무용극에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 놓았다. <무당춤>(1962) <황진이>(1981) 이외에 <법열>(1953) <목란장군>(1955) <초혼>(1965) <원효대사>(1976) 등이 그의 명작들이었다. 사전제전(師傳弟傳)이라 할까. 역시 그 선생에 그 제자들이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명가를 통해 전승되고 발전된 우리춤을 한층 다듬고 세련시키는 일이다. 우리 무용의 레파토리를 분명하게 수립하는 작업이다. 아울러 전통을 바탕으로 한, 우리 무용극을 창작하는 일이다. 동시대와 미래를 투시하는 정신에 우리 춤사위를 조화시켜 새 춤, 새로운 무용극을 만들어내는 일이야말로 지상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 길이 바로 ‘불멸의 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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