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의 박물관칼럼] 거대 담론의 그릇, 박물관을 보는 일곱 가지 ‘M’
[윤태석의 박물관칼럼] 거대 담론의 그릇, 박물관을 보는 일곱 가지 ‘M’
  • 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
  • 승인 2013.04.3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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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문화학 박사(박물관학·박물관 정책)
언제 부턴가 행복한 삶을 위한 0가지 H, 성공을 위한 0가지 S,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00가지 E 등 첫 자가 같은 여러 뜻의 영어 단어를 배열하여 쉽게 그 의미와 가치를 짚어보는 논리전개 방식이 유행처럼 되었다.

식상함을 알면서도, 박물관에서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것들을 Museum의 첫 알파벳 인 M을 통해 일곱 가지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 Map이다. 박물관에는 여러 형태의 지도가 있다. 우선 박물관에 가는 길이 있고, 박물관 내부의 약도도 있다. 박물관을 비롯해 어디를 갈 때 이를 미리숙지하면 흥미가 더해져 방문의 성과는 높아지고 박물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도 보다 수월하게 볼 수 있다. 파악의 방법으로는 홈페이지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사인 물과 인쇄물, 해설사 등의 설명을 통해서도 가능하며 이미 활성화되어 있는 SNS를 활용해도 좋다.  

둘째는 Message로 박물관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박물관에는 메시지와 이를 전달하고자 하는 매개가 매우 다양하다. 박물관의 위치와 설계, 전시장이나 진열장의 배치 그리고 진열장 속 유물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말해준다. 이는 기획단계에서 철저히 계산된 것들이다. 미술작품에 내포된 작가의 의도 역시 이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체계를 통해 설립자나 관장, 전시기획자는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이를 파악하는 것은 박물관을 찾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된다. 박물관은 소장 자료가 중심이다. 그러나 그 소장 자료가 같은 메시지는 박물관이라고 하는 거대 담론의 그릇에 어떻게 담기느냐에 따라 의미는 다양해진다. 20세기 초 제실박물관을 창덕궁에 건립한 이유? 또 동·식물원과 함께 배치한 까닭?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합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장 명칭과 배치 등은 우리에게 어떠한 역사관(觀) 등을 알려주고 있는가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다. 박물관의 활동은 이 메시지를 근거로 구성되며, 이를 통해 향유자는 자연스럽게 그 의도를 받아들이게 된다.

셋째, Mind다. 메시지나 미션이 관람자에게 비교적 타동적인 것인데 반해 마인드는 능동적인 관점의 것이다. 관람자가 어떠한 생각을 갖고 타자인 대상을 바라보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안중근 기념관에서 우리나라 사람은 애국심을 느끼겠지만 일본인은 우리완 정반대의 생각을 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그 것만큼만 해석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적 수준과 관심영역만큼만 자료는 속살을 허락한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발명가는 창의적인 것 사상가는 미학적인 것 예술가는 조형적인 것 문학가는 상징체계와 관계성을 대입하여 바라볼 것이다. 초등학생은 그들만의 눈높이에서 사업가는 경영과 경제적인 관점의 렌즈를 대고 바라보게 된다. 따라서 바르고 그름을 떠나 박물관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인드는 중요하다.

넷째, Mission이다. 이는 사명(使命)을 의미하는 것으로 박물관에 제시된 과제이다. 박물관의 3대 요소인 시설(건물), 자료, 사람(전문가)이 어떠한 미션을 가지고 있는가는 박물관의 정체성(Identity)과 직결되는 개념이다. MAP (Musuem Assessment Program)로 잘 알려진 미국 박물관 평가 4가지 영역 즉, 기관(Institutional Assessment, IMAP), 소장품 관리(Collection Management Assessment, CMAP), 공공부문(Public Dimension Assessment, PDA),  거버넌스(Governance Assessment, GMAP) 평가에서도 미션은 기초적인 근거가 되고 있어 이것의 설정이 얼마나 중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물론 이 미션은 설립 때의 것이 영구적일 필요는 없다. 시대에 맞는 유연한 것이어도 되며, 이것은 현대 박물관의 흐름이기도 하다.  

다섯 번째 Memory 즉, 기억이다. 박물관에 소장된 자료에는 다양한 기억이 집적되어 있다. 역사, 시대, 사상, 민족성, 미학, 지혜, 쓰임 등이 그것으로 이를 파악하는 것은 박물관에서 아주 기본적 활동이다. 이를 위해 존재하는 이가 큐레이터와 같은 전문가이다. 이들의 식견을 빌어 유물에 이입된 기억을 발굴해 낼 때 박물관의 존재가치는 한층 부각되며 유익해 진다. 

여섯 번째 Memo다. 메모는 말 그대로 기록이다. 이는 관람자들에게 요구하는 태도의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박물관에서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는 박물관이 관찰자에게 더 많은 메시지를 제공하는 단초가 된다.

마지막 일곱 번째로 Minor이다. 마이너가 갖는 사전적인 개념 중 여기서는 ‘별로 크게 중요하지 않거나 소소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별로인 것에도 관심을 갖자는 의미이다. 박물관의 자료는 그 수준이 천차만별이며 이를 측정하는 기준도 다양하다. 국보나 보물급 자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다. 또한 우리민족문화의 정수를 볼 수 있는 국립중앙이나 국립민속, 삼성미술관 리움, 호림 등의 박물관도 있지만, 초콜릿이나 술, 식기, 인형, 커피, 거미, 세계문명 등을 테마로 한 박물관도 많다. 자료나 박물관의 경직된 판단기준에서 볼 때 마이너에 해당 될 수 있다. 그러나 전문적인 시각을 갖춘다면 이 역시 매우 중요한 문화콘텐츠이며 인류공영의 자산임에 분명하다. 뿐 만 아니라 많은 메시지를 양산하는 보고임도 부인할 수 없다.

7M, 인류문화유산의 보존과 폭넓은 활용에 존재의 의미가 있는 박물관에서 꼭 필요한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