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예술대학 비리…를 접한 후 단상
[독자기고] 예술대학 비리…를 접한 후 단상
  • 구광모 아티잔코리아 디자인 대표
  • 승인 2013.09.1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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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아티잔코리아 디자인 대표
24년?전 어느 봄날을 아직도 난 기억한다.

특별했던 그날을 내가 지금껏 기억하는 이유는 현재의 나태한 정신을 경계하게 하고 내 삶에 있어서 성장하고 변화하여 다시 한 걸음 나아가려 할 때 그들이 보여준 신성한 힘의 정신이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그들이 들려준 음악의 감동이 그랬다. 그들의 조국은 그때 매우 가난하였고 하루 앞을 가늠 할 수 없을 만큼 나라는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있었다.

러시아의 보석 볼쇼이 오페라마저 헐값으로 외국에 팔려나갈 때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은 레닌그라드의 뜨거운 피가 아직 식지 않은 채 동방의 나라 한국을 처음 찾았다.

소문으로만 들어 본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단원들의 검은 옷은 낡고 탈색되어 허름했지만 그들이 들려준 연주는 훗날 평생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시간으로 남았다.

삶의 빈곤과 결핍, 고통을 넘어 예술의 정신과 만날 때 음악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지 어떤 광휘로 우리의 삶을 노래하는지를 보여 준 잊을 수 없는 감동의 무대였다.

그날 그들의 차이콥스키는 세상의 생명과 고통 슬픔을 모두 일으켜 세운 뒤 세찬 소나기로 정화시키며 이윽고 유장한 산맥이 되어 시퍼렇게 푸른 바다로 무너지듯 내달려 그만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포디엄의 자리에 대신 심해의 맑은 빛 남겨 놓은 채 수많은 별들이 마음안에 반짝이고 있었다.

객석의 사람들은 음악이 기도하는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 영원을 보았다면 아마도 그 순간을 말하리라.

하루에 지칠 때, 힘든 이별이 올때, 다시 일어서 걸어 가야 할 때, 타인과 스스로를 용서해야 할 때, 내면을 성찰하여 자신의 결핍된 시간을 들여다 보는것. 얼마나 자신을 향한 겸허한 일인가.

삶에도, 예술의 시간에도 연주회가 있은 후 신문의 논평은 이랬다.

"단원들은 점심을 식은 햄버거로 대신하며 그 돈을 아껴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그들이 들려준 것은 음악의 위대함 이상이었다. 그들의 조국, 비록 지금 매우 가난하고 어려웠지만 음악은 강건했고 형언할 수 없이 빛났다" 라고.

현존하는 미니멀리즘 작곡가 필립 글래스는 자신의 작품을 알리기 위해 뉴욕의 지하철 공사판 그 노동의 대가로 소호거리에서 작품을 알리며 오늘날 세기의 작곡가가 되었다.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쇤베르크의 음악 정화된 밤은 음악 앞에 고개 숙여 기다리고 인내해야 그 순결한 정체를 겨우 드러낸다.

모두 스스로의 결핍 안에서 자신을 들여다 보고 이겨 낸 생명의 증거들이다.

풍요가 넘치는 이 가을. 가을의 풍요로움 대신 결핍으로 풍요로운 가을의 시간을 걸어가 보자.

예술은 지금도 언제 어느곳이든 넘치고 가득하여 무엇을 보고 느끼며 감동해야 할지 숨이 막히고 어지러워
정신은 혼미하기 까지 하다.

난무하는 무대 ,말하건데 가슴에 큰 북소리와 사원의 긴 종소리. 남기고 사라지는 그림과 시, 음악 만난본지 참 오래이다.

감각적인 가벼움만 난무하고 화려한 무대는 극장의 쇼무대로 전락하였다.

우대한 빛들은 지금도 오히려 고통속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데 예술의 치열함도 교육의 신성한 정신도 이미 홰손되어 다시 일어설 줄 모른다.

누가 그 자리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할까. 예술은 본래 그 자리 그대로인데 우리는 예술을 버리고 있는 것이다.

감동 없는 삶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그늘 없는 노래가 누구를 위로하는가. 리카르도 코지안테의 노래처럼
내 마음의 등대와 안식처는 어디인가.

이 가을 나무에 바람이 지날 수 있게 가을 들판 우주의 완벽한 모습으로 피어있는 코스모스 꽃처럼 스스로 결핍의 정신과 페허의 시간안을 묵묵히 들여다 보고 맑은 얼굴로 다시 걸어 가 보아야 한다.

그런 순환과 회항의 항해를 거듭하는 시간안에서 예술은 비로소 아픈 얼굴을 닦고 첫눈처럼 다시 우리곁을 돌아오고 우리들이 잃어버린 안식처도 돌아올 것이다.

 

[필자 프로필]
세계광고대회 시각사인 그랑프리 수상
한국시낭송협회 이카루스의날개 수필로 등단
한국낭송문학 회원
사낭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