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食道樂-1] MUIMUI
[예술가의 食道樂-1] MUIMUI
  • 김종덕 창작춤집단木 대표(한양대 강의교수)
  • 승인 2013.10.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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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집중하고 싶은 그 무엇이 있다면 혼자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라.

그것이 멋이든, 맛이든, 흥이든...

혼자 서점에 들러 보고 싶은 책을 찾아보거나, 영화 삼매경에 빠져 감독의 의도를 읽어내는 일, 한적한 길을 걸으며 무념에 빠져보는 것, 그리고 맛을 음미하며 즐기는 일들을 누구는 초라하고 청승맞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면의 성찰과 창조적인 구상, 그리고 온전한 휴식을 원한다면 절대 필요한 시간이다.

함께할 누군가를 찾아내고, 시간을 정해서 약속하는 번거로움이나,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한 옷차림, 조금은 가식적인 말과 행동, 그리고 누군가의 간섭이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한다는 것 너무나 가슴 벅찬 일이 아닌가.

   
무이무이 실내
'내가 찾는 맛 집' 

그 첫 번째는 압구정 ‘MUIMUI’이다.

그곳에 가면 먼저 건축양식이 눈에 띈다.

철 구조에 콘크리트와 유리로 마감된 2층 건물의 가운데를 드러내고 비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나무와 꽃들로 장식을 한 건물 천정에는 배관 파이프가 훤히 들어난 전형적인 포스트모던 양식이다.

모던양식에 자연과의 조화를 이끌어 내고, 좌석간 거리를 충분히 두어 마음의 여유를 즐길 수 있어 주변사람들에게 간섭받기 싫어하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있다.

2층에는 룸과 실내 테이블, 그리고 테라스로 분할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서구건축양식에 한옥의 장점을 고려한 디자인이 눈에 들어온다. 소규모 모임부터 부담 없이 친구와 담소를 나눌 수 있고, 파티와 패션쇼 등의 행사도 가능할 것 같다.
 
안락한 소파와 작품 같은 다기(茶器)와  소품들은 음식의 품격을 높여준다.

이집의 음식은 안주인의 성품만큼이나 단아하고 정갈하다.

맛과 멋으로 칭찬 받아 마땅할 음식 중, 난 손이 덜 가는 단순한 메뉴를 좋아한다.

모든 재료가 신선하여 요리의 과정이 짧을수록 좋은 음식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자주 먹는 음식은 된장비빔밥이다.

한우와 풋고추를 듬뿍 넣어 개운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며, 무심한 듯해 보이지만 건강과 식감을 고려한 요리사의 정성이 듬뿍 담겨있다.

겨울에는 차 한 잔과 구운 가래떡을 시켜 조청에 찍어 먹으면 어린 시절과 고향의 어머님을 떠올릴 수 있고, 한 여름엔 후식으로 얼음을 갈아 우유를 살짝 곁들인 완두콩 빙수가 일품이다.

 

   
'무이무이'의 된장 비빔밥

 

 

   
'무이무이'의 완두콩 빙수

 

가끔 내게 주는 가장 큰 사치이며, 짧은 휴식은 바로 이곳에서 이뤄진다.

반 한 끼, 술 한 잔 MUIMUI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53-4
☎02-515-39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