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사단 독서경연대회-제9회④
제7사단 독서경연대회-제9회④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3.12.09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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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상병 이경서, 상병 김용준, 소위 백승태, 병장 이형석

“장병들이 책과 친해지게 합니다”

책과 친해지면 꿈과 목표를 갖게 되고, 꿈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됩니다. 이는 육군 제7사단(사단장 구홍모) 칠성부대가 펼치고 있는 <Army Book Start>운동의 취지다.(본지 5월8일자 인터뷰-이형주 육군 제7사단 감찰참모, 참조)

장병들이 군 복무 기간이 단순히 국가의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시간으로 자신의 인생을 허비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육군 제7사단의 <Army Book Start>운동은 이러한 인식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 군 복무기간동안  독서의 즐거움을 깨우치게하고 더 나아가 ‘청춘’의 장병들이 책을 통해 사유의 폭을 넓히고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Army Book Start>운동은 책을 읽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후감을 통해 글쓰기 훈련은 물론 독서를 위한 동기유발과 군 생활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도 선물한다.이형주 감찰참모의 제안으로 시작된 <Army Book Start>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독후감 경연대회는 지난 2010년을 시작해 장병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9회 독후감 경연대회에는 일선장병을 비롯 군 간부들이 함께 참여해 총 수백편의 독후감이 출품됐다.이 중 엄정한 심사를 거쳐 수상작이 선정됐다. 본지<서울문화투데이>는 육군7사단의 <Army Book Start>운동을 지지하며 그간 책보내기를 통해 후원을 해오고 있으며 이번 제 9회 독후감 대회 수상작들을 차례로 게재키로 한다. -편집자


수상자는 다음과 같으며 수상자들에게는 소정의 포상이 주어진다. 9회째 수상 내역은 다음과 같다.

▲ 최우수 : 본부근무대 참모소대 일병 김수철

▲ 우 수 : 본부근무대 참모소대 상병 서제현, 5연대 3대대 10중대장 대위 박민석

▲ 장 려 : 본부근무대 참모소대 일병 임수종, 본부근무대 참모소대 일병 김소중, 본부근무대 참모소대 상병 이지학

▲ 입 선 : 본부근무대 경비소대 상병 이경서, 본부근무대 참모소대 상병 김용준, 헌병대 소위 백승태, 8연대 3대대 본부중대 병장 이형석

 

 

<입선작>

1. 마이너리거들이여, 세상을 향해 날아올라라! Fly, Daddy, Fly를 읽고

본부근무대 경비소대 상병 이경서

세상을 움직이는 이들을 흔히 상위1%라고들 말한다. 상위1%의 사람들의 결정은 세상의 99%를 움직인다. 상위1%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의 주목거리가 되고 이슈가 된다. 상위1%의 인생을 드라마 같은 인생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메이저리거라고 부른다.

그러나 남아있는 99%의 인생에 드라마가 없겠는가? 상위1%의 사람들도 처음에는 99%의 사람들 중 하나이지 않았겠는가? 당신이 주목받지 못하는 소시민이라도, 지나가다 흔히 볼 수 있는 세계의, 대한민국의 99%라도 결코 좌절하거나 절망할 필요 없다. 99%의 인생에도 드라마가 있다. 그것을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Fly, Daddy, Fly』이다. 

▲ 상병 이경서
작품의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주인공인 스즈키 하지메는 47세의 중년 남성이다. 중견기업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는 배나온 중년 아저씨. 그야말로 특징도 없고, 드라마도 없는 인생이다. 지나가는 넥타이 부대에 섞여 들어가면 아무런 티도 나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에게 있어 유일한 인생의 낙은 예쁜 딸인 하루카가 자라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이시하라라는 고등학생에게 폭행당해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알고 보니 그 이시하라는 고등학생 복싱챔피언이었다. 분노한 하지메는 폭행당한 딸의 원수를 갚기 위해 ‘더 좀비스’라는 삼류 고등학교 학생들의 모임에게 도움을 받는다. ‘더 좀비스’의 일원인 박순신이라는 싸움의 고수에게 단련을 받은 하지메는, 이시하라의 학교로 찾아가 전교생이 바라보는 앞에서 복싱챔피언인 그를 굴복시킨다. 

어떻게 보면 그리 바람직한 내용은 아닌 책이다. 물론, 복싱챔피언씩이나 되어서, 자신보다 약한 여학생에게 폭력을 가한 이시하라라는 남학생은 벌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법제사회에서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타당하지 못하다. 폭력을 폭력으로 되갚은 하지메의 방법은 분명 최선의 선택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희열을 느끼게 된다. 상위1%의 복싱 챔피언 이시하라의 죄를 응징하기 위해, 99%의 마이너리거를 대표하는 중년 아저씨가 자신을 단련한다. 그리고 그런 아저씨를 단련시키는 ‘더 좀비스’는 마이너리거들 중에서도 말단이다. 사고뭉치 삼류 고등학교 학생들인 그들은 가정이나 사회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 박순신은 일본에서 가장 푸대접 받는다는 한국인교포다.

하지만 그들은 열정이 있다. 47세 중년아저씨의 ‘복수혈전’을 위해 상대방의 학교를 점령할 계획을 세우고, 그를 트레이닝 시키며, 주인공의 딸과 아내를 찾아가 주인공이 트레이닝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살펴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이지만, 단순히 즐겁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때까지 이름도 성도 몰랐던 하지메를 돕는다.

또한 이 책이 이렇듯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책 속에 투영된 작가의 의식이다. 이 책의 저자인 가네시로 가즈키는, 책 속의 박순신처럼 재일교포다. 그러나 본인이 받았던 차별과 멸시를 이겨내고 그 경험에서 우러나는 책을 써서,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나오키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그는 자신이 내놓는 책들을 통해 항상 세상의 99%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물한다. 책의 마지막 문장인 ‘지금, 날아갈 거야.’에서 우리는 날아오를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자신이 아무리 곤궁한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세상이 만만하지 않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이 있다면 언제든지 우리는 날아오를 수가 있다.

흔히 군대라는 조직에 속하게 되면, 자신이 군대라는 틀에 박히게 되었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스스로 마이너리그에 속하게 되었다는 의식 속에서 병사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100%를 발휘하지 못하고 항상 심연 속에서 헤매는 것처럼 무거운 마음으로 생활한다.

하지만 군대는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자신을 수행하고 계발할 수 있는 곳이다. 규칙적인 생활 속에서 신체의 리듬을 바로잡고, 주어지는 자기계발 활동 시간에서 자신을 수양할 수 있으며, 정신교육 시간을 통해 자신의 인생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본인의 취향과는 맞지 않는 일이더라도, 21개월 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수행해냄으로서 자신을 단련하고 사회에 나갈 준비를 미리 할 수 있다.

내가 지금 이곳에서 하는 일 역시 내가 희망해서 하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스스로 의미를 찾아내서 군 생활을 최대한 보람차게 하고 있다. 사단 사령부와 본부대의 모든 재산을 관리하는 일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여느 부대에서는 몇 명씩 하는 일을 혼자서 처리한다는 점에서 나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주어지는 자기계발 활동 시간과 개인정비 시간에서 독서와 글쓰기 연습을 통하여 전역하고 난 후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이 책에서 하지메라는 99%의 인간이 날갯짓하기 위해서 보여줬던 몸부림들을 보며 용기를 얻었다. 나 역시 아직은 대한민국의, 세계의 99%로서, 1%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삶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자세는 무엇이든지 노력하는 자세인 것 같다. 책 속의 주인공인 하지메도 처음에는 팔굽혀펴기 한개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약골이었지만, 매일매일 꾸준한 트레이닝으로 젊은이 못지않은 몸을 가지게 되었다. 실제로 성공한 이들의 90%이상이 매일 6시 이전에 기상을 하며, 식단이나 생활패턴을 항상 꾸준히 유지하며, 늘 자기계발에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서 얻은 교훈을 통해 남은 10개월의 군 생활을 지금보다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작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보다 열심히 독서를 할 것이며, 꾸준히 생각해둔 플롯들을 손질하고, 습작을 통해서 문장을 갈고 닦을 것이다. 체력단련을 통해서 건강한 신체를 만들 것이며, 주어진 임무를 더욱 성실하게 수행하여 스스로 생활습관을 바르게 길들일 것이다.

세상의 99%들은 누구든지, 무슨 일을 하든지 힘들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인생이니까. 그러나 언제든지 자신이 1%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평범한 중년 남성도(비록 소설 속 내용이지만) 매일 자신의 몸을 단련하면 젊은 복싱챔피언을 이길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은 『Fly, Daddy, Fly』이지만, 이 책에서 전해주는 메시지는 아버지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자신의 삶에 지치고 확신이 없는 이 땅의 99%의 마이너리거들이여, 이제는 모두 외쳐보자. 『Fly, Me, Fly!』

<입선작>
2. 느낄 수 있는 모든 사랑   사랑 외전을 읽고.

본부근무대 참모소대 상병 김용준

‘잠들기 전에 보고 싶어 떠오르는  이름 하나 정도는 있어야 인생입니다. ’

책표지 뒷편에 이 문구를 보자마자 어떠한 이끌림을 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감동이 밀려오고, 흰 종이 위에 적힌 검은 글씨들은 하나같이 내 가슴 속으로 스며 들었다.

효(孝)

나를 포함한 많은 전우들은 자신마다의 각기 다른 색깔의 사랑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는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가장 많이 간직하며 느끼고 있다.

부모님께서 자식들에게 주시는 사랑은 존경스럽고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다. 좋은 것 먹여주고 싶고 좋은 것 입혀 주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 자신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퍼주는 그 사랑을 아무것도 모르는 체 마냥 기뻐하는 자식들을 보며 배불러 하시고 행복함을 느끼신다.

정작 자신들은 어떻든 상관없다고 말하시는 부모님. 그렇게 사랑해주시는 부모님께 나는 정말 불효를 한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사고 싶고 내가 먹고 싶은 것들을 나는 부모님을 현금 자동 지급기 마냥 매일같이 돈 돈 돈 거렸다. 지금 생각하면 그땐 내 얼굴에 얼마나 두꺼운 가죽을 쓰고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것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어린아이처럼 징징 거렸으니... 아... 정말 왜 그랬을까?

▲ 상병 김용준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외로운 직책-가장(家長)

책의 내용 중에서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외로운 직책은 가장 이라고 한다. 행군을 하거나 힘든 훈련을 받을 때 마다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 생각이 항상 머릿속이 아닌 가슴속에 있었다. 산악 행군을 할 때면 항상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어릴 적 아버지와 등산을 할 때면 무거운 가방을 혼자 짊어지고 태산 같은 뒷모습으로 산을 오르시던 모습이 생각이 난다.

너무나도 듬직하고, 이 험난한 세상의 풍파를 혼자 견뎌내며 나에겐 웃음을 보이시던 아빠... 아버지... 제게 너무나도 큰 자신감을 심어주시고 믿음을 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의 속마음, 아버지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걱정하시는지를 내게 직접 하시는 말로 들어본 적이 있나 싶을 때가 있다. 어머니랑은 항상 얘기하고 그만큼 잔소리도 많이 듣지만, 아버지는 과묵히 날 지켜봐주시는 존재라는 생각뿐 어떻게 얼마나 날 아끼시고 사랑하시는지도 몰랐었다. 어릴적 내게는 무섭고 어려운 존재라는 생각도 강하고 그만큼 아버지는 내게 너무 높아보이셨기 떄문일까...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땐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아버지에게 왜 살갑게 다가가지 못하고 항상 그 한발자국 먼 곳에서만 머물렀는지.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누구에게 고민을 얘기하고 기댈까? 한 가정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에 외롭고 힘든 것 같다. 직장에서 힘들고 상사에게 치대고 남몰래 눈물 흘리며 힘들어도 자식들 생각하면서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견뎌내고 또 견뎌내고 또 견뎌내고. 순전히 아버지는 자식들을 겉으로 사랑을 주시는 게 아니라 지극한, 좀 더 고차원 적인 사랑을 품고 계신다는 것이다.

나는 고등하교 시절 부모님에게 걱정 끼쳐드리는 일들을 한 적이 많았다. 그럴 때 마다 어머니께선 나에게 ‘커서 뭘 할꺼냐?’‘뭐가 되려고 그러냐’ 며 많이 혼을 내시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난 어린생각에 더욱 삐딱하게 받아들이고 좀처럼 고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럴때마다 아버지께선 아무말씀도 없으셨다. 따로 아버지께서 나를 차에 태워 드라이브를 하시면서 항상 말씀하신다. ‘ 니가 살면서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경험들이 너에게 좋지 않은 것이라면 한번은 좋은 경험으로 남겨두되 두 번은 하지말아라. ’ 이렇게 말씀 하신다.

내가 물에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을 때 손쉽게 건져 올려주는 사람이 아닌 더 큰 물에서 놀 수 있도록 나에게 스스로 빠져나오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는 사람이 바로 아버지 이다. 난 아버지를 보면서 항상 내 인생의 우상이자 정신적 지주를 삼아 힘들고 지칠 때 마다 아버지를 생각하며 이겨내곤 한다. 그런 아버지에게 난 존경심을 드리지 않을 수 가 없다. 

군 생활을 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생각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 군대에 오고 나서 아버지와 나의 관계는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처럼 때론 나의 고민들 들어주시는 상담사처럼 나에겐 정말 없어선 안 될 분이시다. 이제는 내가 아버지의 고민을 덜어드리고 걱정 하시지 않게 해드려야겠다. 군 생활을 마친 내 모습을 듬직하고 멋있는 아들로 보실 수 있도록 좀 더 마음의 양식을 쌓아서 열심히 해야겠다.

세상에서 효도만큼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번만 더 생각하고 한 발자국만 더 가면 될 것을 그때의 난 왜 그러지 못한 걸까. 가장 행복한 기억과 추억들은 항상 부모님과 함께였다. 회한의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부모님께 정말로 잘 해야겠다.

나는 진정한 사랑을 해보았을까?

사전적 의미로써의 사랑은 ‘ 남녀가 서로 애틋이 그리는 일. 또는 그 마음. ’ 이라는 뜻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사랑은 남녀가 아니라도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동물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등등 많은 사랑이 있다. 사랑 이란 건 굳이 정의를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하룻밤 만에 이루어지는 것도 사랑이라 부르기도 하고 누군가는 혼자서 이성을 좋아하는 것 또한 사랑 이라 생각한다. 요즘 같은 삭막한 세상에 길을 걷다가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연민을 느끼고 사랑을 생각하는 촉촉한 마음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갈수록 사랑이 외적인 것에 많은 비중을 차지 하면서 여성 들은 그 외적인 것들을 스스로가 충족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그로인해 우리나라 여대생의 결핵 감염률이 높아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실로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말로는 이성의 내면을 본다고 하지만 요즘 대부분의 남성이나 여성들은 그래도 외적인 것들을 보는 것이다. 집은 잘 사는지 차는 무엇을 타고 다니는 지 직업이 무엇인지 등등을 따져가고 그 자신만의 조건이 맞아야만 만남을 이어가고 사랑이 밥 먹여 주냐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조건이 붙어 있는 거래이다. 책에서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 내게 만약 딸이 있었다면, 금고를 못 가진 남자에게는 시집을 가더라도 서재를 못 가진 남자에게는 시집을 가지 말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나도 딸을 낳는다면 반드시 조언을 해줄 것이다. 

조건을 충족시켜 만난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까? 아니 얼마동안이나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까? 오래도록 잘 행복하게 지내는 연인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자신만의 그 조건이 어느 순간 충족되지 않을 때 거래가 파기되는 것처럼 그 사랑도 이별을 맛 볼 것이다.

나 또한 군대에 입대하기 전 그런 식 으로 이성을 찾아다니곤 했다. 내가 정해놓은 조건 내에서 괜찮은 사람 한명정도는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부분 하나가 항상 부족했고 나는 사랑 할 수 있는 이성을 찾아다닌 것이 아니라 거래를 할 수 있는 이성을 찾아다닌 것 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 수 있게 되었다. 확실히 1년전 의 내 생각과 지금의 내 생각을 보면 많이 변해 있는 것 같다.

현재(現在)의 사랑

지금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은 당장 내 옆에 있는 전우들 이다. 지금 군 생활이 너무나도 재미있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알게 모르게 그림자처럼 항상 나의 옆에 존재하는 전우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는 항상 옆에 있고 항상 같이 작업을 하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얘기하고 TV를 같이 보며 정말 땔 수 없는 그런 존재들이다.

나는 군대에 입대하고 나서 사람에 대해서 깨달은 것들이 많고 유익한 정보들도 굉장히 많이 얻었다. 그건 바로 전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로 똑같은 경험이 아닌 서로 다른 경험을 한 사람들이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내가 경험 못한 일들 또는 내가 경험한 일들을 서로 공유하고, 내가 도전하고 싶은 일들을 다른 전우들은 해보았기 때문에 조언도 들을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다.

예전에는 얘기로만 들었던 속담이 있다. ‘ 기쁨은 나눌수록 배가되고, 슬픔은 나눌수록 덜어진다. ’ 이 말을 알고 있었지만, 느끼게 된 것은 군에 입대하고 나서이다. 내게 정말 기쁘고 행복한 일이 있을 때 전우들이 함께 기뻐해주니 정말 그 기쁨이 수십배로 늘어나고, 내게 슬픈 일이 있을 때 곁에 있는 전우들이 그 슬픔을 같이 덜어주었다. 전우들이 없었더라면 지금쯤의 나는 성숙할 수도 발전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전우들과 자원봉사를 나가다 보면 나라에 대한 사랑도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돼지풀을 뽑다보면 이 풀을 뽑음 으로써 우리나라가 맑아지고 깨끗해지며 우리 후손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행하였다. 그리고 나서 생각지도 못한 막걸리 한잔은 정말로 꿀맛이다^^. 쓰레기가 보이면 누군가 줍겠지 가 아닌 자신이 줍는 것! 그 누군가가 자신이 되는 게 얼마나 기쁜일 인가 똥이 무서워서 피하거나 더러워서 피하면 이 나라는 똥밭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 같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임으로써 우리나라의 국방이 지켜지고 작은일 하나 하나 최선을 다해 수행함으로써 나라가 맑아지고 살기좋게 된다면 얼마나 좋은일 일까?  나라를 위한 일은 큰일을 수행함에 있는 게 아니라 작은 것에서부터 사랑을 가지고 관심과 정성을 쏟는 것이라 생각된다.

끝으로 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사랑이 존재한다. 사랑은 사람을 성숙하게 해주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니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아름다운 사랑을 찾기를 바란다.

<입선작>
3. 아픈 청춘에 힘찬 도약에 쉼표(,)를 군대에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고

헌병대 소위 백승태

독후감 경연대회에 신청해보기로 생각을 한 것은 나와 함께 근무하고 있는 병사들과 추억거리를 만들기 위함이 우선적이었다. 그러나 경연대회 일정에 맞춰서 계획을 짜고 책을 정하고 시간을 정해 함께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 점이 생각보다 크다 현재 나의 부하들은 대부분이 20살에서 24이내에 나이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힘들어하고 무작정 앞으로 달려 나갈 수도, 가만히 앉아서 움츠러들 수도 없는 20대이고 가장 고민이 많은 시기이다. 그런데 이런 시점에 스스로 원하지도 않은 규정과 계급체계 속에서 개인의 자유가 탄압되는 군대라는 조직에 들어와서 부정적인 생각만을 머릿속에 가득 채우고 허무하게 황금과도 바꿀 수 없는 20대 초반이라는 시간을 날려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간접 경험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꿈을 위한 생각들을 하게하고 꿈이 없는 이들에게는 꿈을 찾을 수 있는 방향들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고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단지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직접 쓰게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젊은 세대들이 글을 마지막에 쓴 것이 언제일까? 미니 홈페이지 같은 데 올린 몇 줄짜리 조각글 말고, 기승전결을 갖춘 온전한 한 편의 글을 또박또박 적은 기억이 언제일까? 물론 요즘엔 대학입시에 논술과목이 있어서 고등학교 때 글쓰기 훈련을 하고 대학마다 교양과목에 글쓰기나 작문 과목이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어느 정도 글을 써보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극히 소수이고 대부분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글쓰기를 그만두기 마련이다. 글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매개체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글을 쓰면서 읽은 책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 책에 의미를 새겨보는 시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점에서 독후감 경연대회에 대한 신청목적이 충분히 성립되었고 이제 날씨가 가을이다. 독서를 하기 가장 좋은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지금 나의 병력들과 함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작성해 보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내가 선정한 책은 젊은이들이 많이 읽고 공감한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이다. 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은 들어봤을 만한 베스트셀러이다.

병력들과 함께 독후감을 써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난 주저 없이 이 책을 선택했다. 나 또한 20대의 청춘이고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내가 느낀 이 책의 감동들을 내 소대원들에게도 가르쳐 주고 싶어서 다시 한 번 꺼내어 읽게 되었다. 책을 폈을 때 첫 파트부터 내 심장을 강타했다.

‘인생시계 : 그대의 인생은 몇 시인가?’라는 제목의 파트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인생 최대 선택의 기로 중 하나라고 불리는 대학교의 선택을 통해 문턱까지 밟고 군대에 입대하게 된다. 나 또한 그런 시기였고 입대한 대부분의 병력들이 이 과정을 밟고 현 시점에 군 입대를 하게 된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대학, 대학, 대학’하며 자라왔고 공부해왔기 때문에 대학교 입학하는 많은 학생들이 마치 대학이 인생의 결승점인 줄 안다. 하긴 그 입장도 이해가 가는 것이 나 또한 한때 그런 생각을 했었고 현재도 인터넷에 가장 많이 떠도는 말이 ‘1시간 더 공부하면 마누라 얼굴이 달라진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성공할 수 있다.’라는 등의 학벌, 출신 대학을 강조하는 말들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이 파트에서는 독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24시간에 비유한다면, 몇 시쯤에 살고 있을까.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0세쯤 된다 치면 24시간은 1,440분에 해당하고 이를 80년으로 나누면 1년에 18분이 나오게 되고 10년에 3시간이 지나가게 된다. 이렇게 내 현재 나이 24을 계산해 보면 오전 7시 12분이 나온다. 생각보다 이르지 않은가? 군인들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아침을 먹고 하루를 준비할 시간이다. 게으른 사람이라면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 시간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또는 졸업을 앞두고 사회에 나가게 되는 시간이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를 준비하고 나가는 시간과 비슷하지 않은가. 은퇴를 하고 노년을 준비하는 60세는 직장인들이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시간인 저녁 6시이다. 참으로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이 글의 독자 또한 하루를 24시간에 비유하는 것을 좋아했고 나 또한 첫 파트부터 강력한 충격을 받게 되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사교육과정을 마치고 장교로 임관하여 군인의 길을 걷게 된 나에게 이 시간은 분명 다른 의미를 가져다주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얻어 나간다는 것은 분명 인생의 진로가 결정되고 그곳에서의 성공이 인생의 성공이고 버티지 못하면 실패라고도 표현 할 때 반박하는 사람이 많이 않다는 점에서다. 물론 내가 군인의 길을 걷는다는 것에 대해서 후회되고 다른 길을 가고 싶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다.

앞으로 전역을 하고 복학을 하는 내 소대원들에게 너희들에 인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다시 선택할 수 있고 또한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줘야겠다는 점에서 이 부분이 기억에 남고 시작부터 뇌리에 박혔던 것이다. 아침 7시 12분 아까 언급했듯이 조금 게으른 사람이라면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을 시간이다.

그런데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해서 방황하고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 아니던가. 조금 늦는다고 높이 올라갈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유명한 일화인 토끼와 거북이라는 내용에도 알 수 있듯이 빠르게 간다고 먼저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천천히 꾸준히 자신의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간다면 먼저 도착할 수 있고 좀 더 멀리, 좀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단정 짓기에는 너무 이르고 아까운 60년이지 않은가. 2,3년의 결정으로 60년을 후회하며 살지 않을 수 있다.

다음으로 내 소대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내용은 ‘스펙이 아닌 그대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라’는 내용의 파트이다.

현재는 스펙전쟁이다. 요즘은 취직을 위해서 자신의 전공과목 또는 취직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보다는 필요로 하는 스펙을 쌓아야 한다. 자격증, 인턴십, 공모전, 봉사활동 또는 영어, 한자, 학점, 학생회 활동 등 다양하다. 문제는 이 모두를 고루 갖추고 성과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펙자체가 나쁘고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니라 문어발식으로 남들이 하는 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점이다.

책에서 독자는 마케팅의 핵심은 자기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가 그것을 구입할 이유를 하나라도 제대로 만드는 것이다. 그 이유가 제품에 녹아들었을 때 그게 바로 제대로 된 ‘브랜드’가 된다고 표현하고 있다.

취업도 똑같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고, 다양한 것을 준비했는가를 구구절절 보여주기 보다는 왜 자신을 뽑아야 하는지 단 한 가지 이유라도 명확히 전달하여 나만의 ‘브랜드’를 보여주어야 한다. 즉, 내가 이곳에 지원한 이유와 배경이 어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난 이렇게 스펙을 쌓았고, 이렇게 능력이 있으니 이곳에서 일할 바탕이 충분하니 나를 뽑아야 된다가 아닌 남들보다 어떠한 면에서는 좀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이곳, 이 분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이유와 배경, 이를 위해서 한 노력들, 이것이 나를 어필하는 스펙이 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언급하듯이 내 소대원들은 20~24의 분포를 띄고 있고 대부분이 대학교를 1학년 또는 2학년에 휴학한 뒤 군대의 입대를 한 상태이다. 이들은 제대를 하는 동시에 위에서 말한 스펙전쟁에 뛰어 들어야 싸워야 한다. 하지만 내 소대원들만큼은 저런 미련한 싸움에 빠져들게 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추는데 투자하게 하고 싶다. 너희들이 대학에 들어온 목적은 무엇인가?

너에게 대학이란 어떤 의미인가? 스펙을 쌓는데 필요한 간판정도인가, 아니면 스펙을 쌓는데 기반이 되어주는 학원 같은 곳인가. 취업을 위한 최고의 스펙은 역시 출신 대학이니까. 고작 ‘○○대학교 출신’이라는 출산지 명을 과일마냥 이마에 걸고 비싼 값에 팔려나가는 것이 너희가 꿈꾸어 오던 대학이라는 곳인가.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대학간판이라는 허울뿐인 이익 앞에 무너지고 쫓아다닐 것인가. 너희는 왜 대학을 꿈꿔왔고, 너희에게 대학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판단해 봐라. 

어떤 이들은 말한다. 사회에 나가면 결국엔 현실에 부딪치고 다시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게 된다고, 그래서 이 책에서의 독자가 언급하고 있고 나 또한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인 것이고 아파야 성숙할 수 있는 것이다. 고민해보지도 않고 도전해보지도 않고 흔들려보지도 않고 외로워보지도 않고 두근거리는 순간을 원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다. 당신은 청춘이다. 가장 힘들고 외롭고 장애요소가 많을지언정 가장 아름답고 푸르고 역동적인 청춘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그들의 말대로 사회에 나가면 현실에 부딪치게 될 것이고 다시 반복된 삶을 살게 될지 모른다. 왜냐면 돌아볼 틈 없이 그렇게 살아왔고 군 입대라는 사회의 틀에서 벗어난 곳에 이르러서 돌아보니, 사회에 따라오기 지쳐있었던 것이다. 그 마음 이해한다.

그럼 지금부터 내 말을 듣고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사회에 있을 때와 군에 입대해 있는 동안 중 언제가 더 자신의 인생과 미래, 꿈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는가? 아니면 어느 때가 더 깊게 생각해 보고 있는가? 혹시 후회하거나 바꿔보고 싶다는 도전의식이 생긴 적은 없는가? 필자는 이 부분에 의의를 두고 싶다.

나의 가장 소중한 청춘의 시기를 군에 입대해서 2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회에 있으면 느끼지 못 했을 따라가기만 하고 있는 지친 내 모습을,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 보아라. 즉 너의 청춘은 소중하기 때문에 청춘이 시작되는 바로 첫 시기에 너에게 쉼표를 주며 숨을 고르고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해 주고 있는 것이다.

비판적으로만 생각했던 군대라는 곳이 모든 문장에는 띄어쓰기가 있고 문장이 길어지면 쉼표가 있기 마련이며 훌륭한 음악에도 쉼표가 어디 있는지에 따라 기승전결이 달라지고 완성도가 달라질 수 있다. 너희들은 지금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위해서, 희망찬 도전을 위해서 쉼표를 찍어 숨을 고르고 있는 것이다. 쉼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격정적인 클라이막스를 기대하지마라.

충분한 숨고르기를 한 뒤 자신 있게 뛰어 올라보아라.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르고 어떤 고통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 강한 흔들림은 너를 더욱 단단히 지탱해줄 뿌리가 되어줄 것이고 강한 고통의 경험은 너의 길잡이가 되어 앞날의 길을 헤쳐 나가는데 선두에서 힘차게 견디어내 줄 것이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두려워 말고 도전해라. 험난한 여정이 때리고 너를 깎아내고 때론 다듬어줄 것이다.

그럼 훗날 너는 단순한 나무에서 훌륭하고 아름다운 조각이 되어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프고, 외롭고, 힘들고, 막막하고, 두근거리는 아름다운 청춘 장병들에게 이 책을 소개하며 독후감을 마칩니다.

<입선작>

4. 자살 방지 경제학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이야기 & 유토피아를 읽고

8연대 3대대 본부중대 병장 이형석

빵을 매우 좋아한다는 후임에게 빵 10개를 사주고 그 자리에서 다 먹으라고 한다면 왜 선임의 호의가 가혹행위로 변질되는가? 이상적 사회를 표방하던 사회주의 유토피아는 왜 붕괴된 소련과 북한만을 남긴 채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말았을까?

선임의 호의에 후임이 곤란에 빠지게 된 과정은 죽은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의 한계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빵을 아무리 좋아하는 후임이라도 빵을 먹음으로써 얻는 행복은 배가 부를 때 까지만 증가할 것이다. 이미 배불러 죽겠는데도 빵을 먹인다면 그 이후엔 빵 앞에서 불행해질 것이고, 결국 너무 많이 먹어서 체한다면 안 먹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아버린다. 이를 두고 알프레드 마셜은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라 하였다. 

▲ 병장 이형석
역시나 죽은 경제학자인 토머스 모어는 칼 마르크스와 함께 ‘공산당 선언’을 함으로써 전 세계적인 사회주의 유토피아 건설을 꾀했다. 지금은 붕괴된 소련과 현재의 북한을 보고 지하에서 통곡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후대 경제학자들은 모어와 마르크스의 실패의 원인을 ‘과대평가된 인간의 이성’에서 찾았다. 그의 이성과 이론은 흠 잡을 데가 없었지만 인간의 본능을 계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이야기』는 경제학의 탄생과 그 발전사를 당대 유명했던 경제학자를 중심으로 알기 쉽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놓은 책이다. 초기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부터 멜서스의 ‘인구론’을 거쳐 현대의 ‘통화정책’까지 우리가 잘 모르는 경제의 흐름을 대략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책의 처음부터 99%까지 경제학에 대해 기껏 열심히 설명을 하고 나서 마지막 갈무리는 경제학이 ‘예측과 일반화가 불가한 학문’이라며 아쉬움과 체념이 섞인 말을 한다. □□효과, △△효과로 일반화되고 명명된 경제학의 심리적 요소가 존재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인간 심리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란다.

이런 경제학 최대의 맹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다. 사회주의 사상의 시발점이 된 유토피아는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붕괴, 중국의 개방, 북한의 절망적인 실상과 같은 아쉬움만을 남긴 채 결국 세계 어디에도 실현되지 못했다.

모어가 상상한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사회’라는 기본의 살기 좋은 이미지와는 달리 개인의 자유를 사회에 환원해야만 하고 인간의 본성을 극단적으로 억제해야 하는 매우 억압적이고 폐쇄적인 사회이다. 예를 들면, 돈이나 사유재산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개인의 권리가 온통 사회의 시스템에 맡겨지며, 개인의 쾌락 추구를 장려하되 제한된 범위의 쾌락만 추구할 수 있다. 결국 사회의 대부분이 이성만으로 가동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가능했지만 결코 실현될 수 없었던 공상에 그친 것이다.

물론 행동경제학과 같이 경제학과 인간의 행동이 접목된 연구도 진행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부대 내에서 인간 심리와 경제학을 붙일 만한 일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전투력, 사기와 같이 수치와 법칙으로 어느 정도 표현할 수 있지만, 결코 일반화 할 수는 없는 것들을 찾아보는 도중 인접부대에서 자살 사건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군대 내에서의 자살은, 일단 자살이기 때문에 근절해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병사들의 사기와 군 기강 확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군에 대한 외부의 신뢰도가 실추되기 때문에 더욱 사라져야 한다. 그렇다면 경제학 모형을 이용해 자살 예방책들을 강구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애덤 스미스는 경제의 ‘자유방임론’을 제창했다. 시장을 시장 그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간이 지나면 시장이 균형을 달성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모든 인간은 보다 잘 살고 싶어 하기에 더 나은 삶을 얻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균형 잡힌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 언제나 우리를 더 나은 삶에 도달하게 하지는 못하는 것처럼 자살 예방 정책으로도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쉽게 말해 자살 예방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선임병이 후임병을 심하게 혼내다가 후임병에게서 자살 징후가 보이면 다시 잘 다독이고, 다시 혼내고 다독이는 일련의 과정이 자유방임적 자살 예방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정책은 두 가지 부분에서 맹점을 보인다. 첫 번째로는 자살 징후가 공개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혼남’만 반복되는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대한민국 육군이 창설 된지 60년이 넘는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자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자유방임과는 상극을 달리는 유토피아의 공상을 대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군대 내에서 배고픔, 행복함과 같은 최소한의 인간의 본성만을 제외하고 다른 본능은 새어나오지 못하게 억압하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권력욕의 뿌리가 되는 계급을 없애고, 월급은 모두가 똑같이 받으며, 굳은 일은 모든 사람이 기간제로 돌아가면서 하게 될 것이다.

즉, 부대 내의 모두가 욕심 없이 사는 사회를 구성해야 할 짐으로써 어떤 개인이 특별하게 자살 생각을 할 권리가 사회 시스템에 의해 박탈되므로 자살은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일단 아예 군대를 재개편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실현 불가능하거나 굉장한 시간이 지나야 이루어질 수 있다는 어마어마한 맹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북한을 보면 현재 확연한 권력차와 계급차가 존재하기 때문에(그것 때문에 세습도 이루어지는 것이고.)

결국 이루어지기는 매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들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들의 본능을 가장 절제했던 빨치산 시절에서나 서로 ‘동무’였던 것이다.

근현대의 경제학자 케인스는 정부지출이 국가 경제를 활성화시킨다고 주장하였다. 자유방임 상태에서의 민간 경제는 시장 실패에 이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그 간극을 메운다면 다시금 경제가 일어설 수 있는 말이다. 이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자유방임과 모든 부분을 다 계획해야 하는 유토피아, 이 극단적인 정책들을 절충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마음의 편지나 상담소 운영, 정기적인 면담과 같은 자살 예방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자살 징후자들을 마치 자유방임처럼 정상적인 인원들과 함께 부대 내에서 같이 생활하게 하지만 정기적인 마음의 편지나 상담 혹은 면담으로 병사들 윗선에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케인스의 경제 정책이 미국에서 일시적인 효과밖에 거두지 못한 것처럼 자살의 원인에 도달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전에 군 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문득 문득 자살을 떠올리는 병사와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었다. 어떨 때 가장 힘드냐고 묻자,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해서 자신이 세상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느낄 때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정기적으로 쓰는 마음의 편지에 보면 ‘폭언 욕설을 듣거나 들은 적이 있는가?’와 ‘구타 및 가혹행위를 당하거나 당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조사하는 것 같은데, 구타나 폭언 자체보다는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무시나 경멸, 평가절하가 자살의 큰 원인으로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통화의 유통속도를 바꾸어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현대의 통화정책처럼 윗선이 아닌 아래에서부터 바뀌는 해결책이 필요할 듯하다. 그런 면에서 우리사단에서 추진하는 ‘웃음체조’운동은 웃음이란 사소한 행동으로 딱딱한 부대 내의 분위기 전환과 심리적 편안함을 유도해 자살 예방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좋은 정책이 될 것이라고 기대된다. 하지만 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칭찬’운동은 어떨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똑같은 일을 해 왔어도 칭찬을 해 주느냐 해주지 않느냐에 따라서 상대방을 자신감을 얻기도 하고 서운함을 얻기도 한다. 게다가 웃음은 칭찬을 포함하지 못하지만 칭찬은 웃음을 포함한다. 칭찬하는 사람이나 칭찬 받는 사람이나 적어도 둘 중 한명은 웃음이 절로 나오게 된다. 또한 인정은 칭찬을 포함하지 않지만 칭찬은 인정을 포함한다.

설령 인정했기 때문에 칭찬한 것이 아니라 선의의 거짓말이라 해도 듣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상대방에게 인정받았다는 느낌에 자신감이 샘솟을 것이다. 사실 본인도 칭찬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칭찬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인색한 편이다.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별로 칭찬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 칭찬이라는 것이 매번 머릿속에만 맴돌지 막상 입 밖에 내려면 쑥스럽기도 하고 어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칭찬을 하다 보면 아마도 덜 어색해지지 않을까. 이전에 봤던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책 중에 사람들이 매일매일 하루에 세 번만 좋은 일을 한다면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주제의 책이 기억난다.

칭찬은 말이라서 좋은 일을 하기보다는 훨씬 쉬울 것 같다. 모두의 것이다. 모든 장병들이 비슷한 삶을 살게 될 것이고, ‘잘 산다는 전제’하에 모두가 비슷해 하루에 세 번만이라도 타인에게 칭찬을 해준다면 자살이 더 이상 일어나기는 힘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