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화환·축의금·얼음조각·내빈소개·축사” 五無 팔순잔치
이어령 “화환·축의금·얼음조각·내빈소개·축사” 五無 팔순잔치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3.12.16 1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례허식 없앤 잔치에 600여 명 축하객 몰려
우리 시대 대표적 지성으로 통하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팔순잔치 및 출판기념회가 15일 열렸다.

이날 이어령 전 장관의 신간 '생명이 자본이다' 출간기념회 및 팔순잔치가 열린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는 고건 전 국무총리, 소설가 조정래 씨,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 김선옥 이화여대 총장, 이길여 가천대 총장 등 600명이 넘는 인사들이 입추의 여지 없이 자리를 메웠다. 좌석을 꼭 채우고도 자리가 부족해 상당수가 통로에 서서 행사를 지켜봤다.

▲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김동건 전 KBS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화환·축의금·얼음조각 등 불필요한 형식과 겉치레를 없앤 찾아볼 수 없는 '3무(三無) 잔치'로 진행됐다.

전통의상연구가 이영희 씨가 디자인한 한복을 입고 등장한 이 전 장관은 “오늘 와 주신 분들이 모두 제 동행자들이라 귀빈과 말석의 구분도 없애려고 내빈 소개와 축사도 없앴다. 결과적으로 ‘5무(五無) 잔치’가 됐다”고 말했다.

불가리아 파자르지크 시립오케스트라 앙상블의 공연으로 막을 연 이날 잔치는 전통의상연구가 이영희 씨의 한복 패션쇼, 윤완순무용원의 춤, 어린이합창단 레인보우의 동요, 안숙선 명창의 판소리, 안무가 국수호 씨의 전통무,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사물놀이 등으로 2시간 가량 이어졌다.

이날 잔치 제목은 ‘동행(同行)-생명의 소리’. 함께 걸어온 이들과 나누고 싶은 생각을 쓴 신간 ‘생명이 자본이다’ 출판기념회를 겸해 여러 공연과 낭독회 등이 이어지며 행사에 의미를 더했다.

가무악단이 선창한 ‘아리랑’을 따라 부르던 축하객들은 잔칫상으로 자리를 옮겨 잔치국수를 먹으며 이어령 선생의 장수를 축원했다.

이날 선을 보인 ‘생명이 자본이다’ 낭독에는 영화배우 손숙 씨와 시인 이근배 씨가 나섰다. 이 책은 우리 경제가 무한경쟁을 지양하고 통합적 인격경제로 거듭나야 한다며 경제라는 용어도 '살림살이'라는 말로 바꾸고 국내총생산(GDP) 개념도 국민총행복(GNH)으로 대체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전 장관은 머리말에서 “이 책은 우리가 지금 아쉬워하고 있는 생명자본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도”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살아있는 것만이 증식하고 오늘 하나가 내일 열 개가 되는 건 생명이지, 절대로 돈이나 화폐가 아니다”라며 “그런 것이 바로 생명자본이고 지금까지 자본주의가 가졌던 여러 가지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