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틱장애 극복한 ‘춤추는 베토벤’ 이광석 헌정 공연
난청·틱장애 극복한 ‘춤추는 베토벤’ 이광석 헌정 공연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4.01.1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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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15일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

지난 2000년 방송을 통해 ‘춤추는 베토벤’이라는 현대무용가가 소개된 적이 있다. 남들과 같이 춤을 추는 사람이지만,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그는 소리를 마음으로 듣는다는 것이다. 보청기를 통해 나직이 들려오는 선율이 마음에 닿아 몸을 움직이는 무용가 이광석의 얘기다.

난청장애와 틱장애를 이기고 대한민국 최고의 중견 현대무용가로 발돋움한 그의 무용인생을 조명하는 특별기획 공연이  2월14~15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이광석에게 춤이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자, 마지막 남은 소통의 방법이었다. 해맑은 미소를 짓게 하는 기쁨과 즐거움, 마음에 속 깊이 눌러둔 아픔과 슬픔, 그리고 사회에 내던지고 싶은 많은 이야기를 그는 춤으로 표현한다.

많은 사람들은 ‘춤’은 또 하나의 창구라고 하지만 그에게는 단 하나뿐인 소통의 창구이다. 춤이 없었다면 그는 세상과 단절되어 외로운 인생에 서서 그 누구를 이해하지도 이해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광석에게 춤이란 ‘존재의 이유’다.

후줄근한 옷차림, 묵묵한 표정. 무용계에선 이광석을 ‘춤추는 베토벤’이 아닌 ‘춤추는 바보’라고 한다. 그냥 춤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중년의 나이로 접어든 지금도 경제적인 욕심과 명예는 그에게 먼 이야기이다.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그가 조금만 욕심을 내었다면 충분히 많은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어 명예와 권위를 누릴 수 있었겠지만 그는 20년이 넘도록 아직도 집과 연습실, 그리고 공연장만을 오가고 있다. 춤출 수 있는 시간이 늘어만 난다면 그보다 행복한 것이 없다고 말하는 ‘이광석’은 춤추는 바보이다.

이렇게 춤의 외길을 걸어 온 현대무용가의 길이 후배들에게 어떤 권위의 상징이 아닌 살아있는 전설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후배들로 하여금 ‘나도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춤추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하는 롤 모델인 셈이다. 언제나 그는 한없이 어린 후배들과도 거리낌 없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같은 무대에 서는 한명의 무용수로서 또는 안무가로 후배들과 호흡을 같이 하며 그의 열정을 먼저 보여주곤 한다.

이번 ‘대한민국 No.1 Dancer 이광석 - 쿰바카’에서 연출을 맡은 유선식은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 춤을 추는 그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 계획이다. 이광석과의 충분한 대화를 바탕으로 굉장히 음악적인 움직임을 만들고자 한다. 음악의 선율에 내던지는 몸짓, 긴장감 속의 이완된 몸짓을 보여주면서 이광석이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가를 보여줄 것이다.

평소 요가로 인간의 호흡과 움직임에 대해 연구하여 그것을 안무에 적용시켜 오는 유선식 안무가는 세상의 흐름을 읽고 인간의 심리와 현상을 무대에 표현해 내는 것에 타고난 재질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만의 특출난 음악해석력이 이광석과 만나, 미처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던 ‘또 다른 이광석’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쿰바카’는 요가에서 쓰는 용어로 숨을 참는다는 뜻이다. 중견무용수 ‘이광석’의 삶은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숨을 들이마시거나 내쉬고 참으며 묵묵히 본인이 가야할 때를 참고 기다리는 삶을 살았다.

애절한 첫사랑의 손을 마주 잡는 순간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던 그날, 행복과 기쁨에 겨워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숨을 내몰아 쉬었던 날, 슬픔과 상처에 내 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삼키며 멈춰버렸던 그의 시간들을 통해 관객 스스로의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광석 李桄碩 Lee Kwong Suk

서울예대 무용과 졸업
홍콩예술아카데미 무용과 졸업

1994 홍콩 제1회 국제콩쿨 안무상,최우수상,무용수상 수상
1996 서울무용제 연기상 수상 <파란옷을 입은 원숭이>
1999 일본 요코하마 콩쿨 안무상,최우수상,무용수상 수상
1999 일본 아끼타 콩쿨 우수상
2000 일본 안디판다 신인안무가 콩쿨 최우수상
2001 일본 사이타마 콩쿨 장려상 수상

1993-1994 홍콩모던댄스컴퍼니 단원
1996-2007 댄스씨어터 온 수석무용수
1999-2000 후미에 카나이 현대무용단 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