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 2014 시즌 프로그램 개막
국립현대무용단 2014 시즌 프로그램 개막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4.03.1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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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기억’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국립현대무용단은 오는 21일, 22일 양일간 CJ토월극장에서 올리는 <불쌍 2014>(안애순 예술감독 안무)을 시작으로 2014년도 시즌을 연다.

▲ 국립현대무용단 2014 연간사업계획 기자간담회, (사진 좌측부터) 박성혜 학술출판팀장, 안애순 예술감독, 강선옥 기획팀장

 국립현대무용단의 연간 프로그램은 현대무용의 ‘역사와 기억’이라는 주제 아래 공연, 순회, 전시, 퍼포먼스, 레지던시, 시상공모, 교육, 상영회, 토크, 웹, 출판으로 꾸려진다.

 ‘역사와 기억’을 통해 동시대적 삶의 의미와 정체성을 탐색하다

 ‘역사와 기억’은 “한국적 삶의 의미와 정체성에 대한 동시대적 탐색”이라는 장기적 기획 아래, 동시대 무용에 대한 개념과 실천을 둘러싼 어긋남과 혼란을 직시하고, 현대무용의 창작과 실천에 대한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19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성혜 국립현대무용단 학술출판팀장은 현대무용을 보는 데 있어 “지식의 보조”가 필요하다며 인문학과 만나는 이번 시즌의 의의를 전했다.

 우선, 국립현대무용단은 1980~1990년대 무용 창작 부흥기를 연 소극장 ‘공간사랑’의 현대무용 기획들을 재조명하는 공연과 전시를 통해 현대무용 창작에 있어 본격적인 ‘작가’의 개념이 도출된 당시 사회적 상황과 배경적 맥락이 소개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 진행된 당시 무용창작의 근대화에 대한 대응을 현재적 시점에서 성찰하고 재구성하는 시도이다. 안애순 예술감독은 공간사랑에서의 춤 데뷔를 언급하며, 장르의 경계 없이 벌어지며 시대를 반영했던 당시에 대한 분위기를 전했다.

 5월 15~18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 오르는 안애순 예술감독의 신작 초연작, <이미아직(AlreadyNotYet)>은 한국의 장례문화에 등장하는 삶과 죽음의 매개적 존재인 꼭두를 모티브로 해 변신과 비인간, 경계적 세계의 샤머니즘 미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한다. 한국 현대미술의 거목으로 도깨비의 유머와 몽환적인 세계를 자유롭게 그려온 작가 주재환, 음악동인 고물의 활동을 통해 국악의 새로운 차원을 실험하는 이태원, 전통 가곡의 현대적 갱신으로 호평을 받아온 박민희, 프랑스 정상급 조명디자이너 에릭 워츠 등 국내외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한다.

예술가 위한 창작 프로세스와 제작환경 조성

 국립현대무용단은 무용예술가들이 최적화된 환경에서 다양한 자극을 통해 창작작업을 수행하고 창작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제도화한다. 양질의 무용공연을 창작하고 안무가들의 실험성과 창작역량을 견인하기 위해 올해 시행하는 프로그램들로는 시상공모전 <전통의 재발명전>, 레지던시 <발화하는 몸>, <안무LAB>, 미술관 프로젝트 등이 있다.

 전통적 소재의 컨템퍼러리 신작 공모전인 <전통의 재발명전>은 30대 전후의 젊은 안무가와 무용단체를 대상으로 작품공모와 심사, 중간 워크숍을 거친 후, 8월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국립현대무용단의 정규 시즌 프로그램으로 공연된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제작비, 무대지원시스템, 쇼케이스, 홍보마케팅을 지원한다.

 40대 전후의 안무가들이 참여하는 <발화하는 몸>은 초청 안무가들이 국립현대무용단에서의 공연제작 경험을 통해 안무 혁신과 창작역량을 도모할 수 있도록 창작 레지던시로 진행된다. 참여 안무가는 아이디어에서 리서치, 창작과 제작, 발표 및 도큐멘테이션에 이르는 무용작품의 전 과정을 국립현대무용단 내부와 외부 전문가들과 공유하면서 작품을 개발해 국립현대무용단의 시즌 프로그램으로 무대에 올린다.

 <안무LAB>에서는 현재 활동하는 안무가들 중 실험성이 강한 작업을 수행하는 안무자들을 선정해, 워크숍, 강연, 토크, 프리젠테이션, 피드백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지는 안무 작업을 국립현대무용단의 전시 연계 프로그램(공간사랑, 미술관 프로젝트)을 통해 소개한다.
 
현대무용의 저변확대를 위해 프로그램 다각화

▲ 국립현대무용단 2014 연간사업계획 기자간담회

 국립현대무용단은 국민 개개인이 수동적 관객에서 적극적 해석자로 나아가고, 무용을 통한 몸의 주체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관객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한다. 올해는 봄, 가을로 12주간 진행되는 <무용학교>, 지방 순회공연과 연계된 지역 커뮤니티 프로젝트 <DIY: Dance-Ing Yourself>를 비롯해 다양한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인간은 모두 무용수”라는 철학 아래, 춤추고 싶은 의지가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움직임을 통한 창의력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추구하는 교육프로그램인 <무용학교>는 기존의 무용경험이나 성별, 연령, 신체의 차이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스스로의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몸을 새롭게 발견하고 탐험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일반인 프로그램과 병행해, 전문 무용수들의 안정적인 컨디션 조절과 창작활동의 기반을 위한 오픈 클래스도 올해 신설됐다.

 시즌 개막과 더불어 진행하는 상영회와 토크는 이번 시즌의 주제인 현대무용의 역사와 기억에 관한 시대적, 배경적 맥락을 제공하는 일련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소극장 ‘공간사랑’이 관객과 만나기 시작한 1977년 개봉된 영화 <이어도>(김기영 감독)와 <겨울여자>(김호선 감독)를 통해 우리의 근대성에 내재한 정신적 지형도와 공간적 경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기존의 무용 영상들 가운데 선별해 인문학적 주제와 함께 음미해보는 <인문학적 무용 읽기>는 올해 4월부터 내년 3월까지 매월 셋째 주 월요일 오후 5시에 국립예술아카이브 심포니홀에서 진행된다.

 또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현대무용 안팎에 대한 이야기를 공연과 인물 중심으로 풀어내는 웹 캐스트가 매월 첫째 주 월요일 국립현대무용단 웹사이트에 업로드되며, 무용전문인을 위한 다양한 정보와 해외 현대무용의 동향을 엿볼 수 있는 웹 블로그도 5월 1일 오픈하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새 웹사이트에 연결된다.
 동시대 춤과 예술에 있어서 첨예한 이슈들을 다루는 국립현대무용단의 무크지 <K-컨템퍼러리(K-Contemporary)>의 창간준비호도 3월 시즌 개막에 맞추어 선보이며, 이외에도 다양한 출판 사업이 추진된다.

 한편, 강선옥 국립현대무용단 기획팀장은 티켓 가격이 전 예술감독 시절에 비해 오른 것에 대해, 10,000원에서 15,000원 사이에 누구나 볼 수 있게 했던 창단 초기에는, 창단 프리미엄 때문에 매진이 됐으나, 한 해가 지나며 10,000원이라도 유료 관객 좌석 점유율이 50퍼센트가 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가격이 아닌 가치 부여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국립현대무용단은 연간 15억 예산에서 올해 3억이 증액돼 예산이 18억인데, 프로그램 모두를 만들어 가는 데에는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후원회와 유료관객 계발 등을 통해 재원 조성을 마련한다는 입장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