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진정성 있는 미술 감상 … 근현대 미술 전시나들이
[전시리뷰]진정성 있는 미술 감상 … 근현대 미술 전시나들이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4.04.0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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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불친절한 해외명화 전시부터 소문만 무성한 체험전시까지 방학시즌 우우죽순 생겨나던 대형전시들이 잠잠하다. 전시를 찾는 대중들의 시선 또한 방향을 전환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근현대 회화100선>전시와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종이에 실린 현대작가 예술혼> 전시를 비롯해 가나인사아트센터의 <박수근>전시까지 근현대미술 기획전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근현대미술전 3종 세트가 입소문을 타고 전시장 안팎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근대미술의 대표작가로 손꼽히는 박수근 화백의 탄생100주년 생일맞이 유명세도 한 몫 한다. 덕분에 우리 근현대미술사 전반이 대중들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한국 근현대회화100선>은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반세기 우리미술역사를 압축해 놓은 전시로, 한국미술사에 영향을 준 시대적 조류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중섭의 ‘소’ 시리즈와 박수근의 ‘절구질 하는 여인’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데에도 커다란 매력을 선사하지만 김환기를 비롯해 김기창, 김광섭, 이상범의 산수화 시리즈와 변관식의 대형작품까지 기대이상이라는 평이 따른다. 작가 59명의 100여점 명화의 파워는 2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불러들였다.

삼청로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종이에 실린 현대작가 예술혼> 전시는 종이에 순수예술을 담아냈던 30인의 근현대 작가의 종이작품 120여점이 소개됐다. 평생 캔버스에 그린 한 점 남기지 않았던 이중섭의 작품을 비롯해 가난한 화가였던 박수근의 작품, 한지에 동양적인 감성을 담은 이응노 문자추상과 김환기 말년 작품 등이 전시되었고,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가나인사아트센터는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를 열었다. 유화, 수채화, 드로잉 등 박수근의 100여점 이상의 작품이 한 자리에 소개되었다. 조만간 가나아트부산에서 순회전시 될 예정이다.

이런 근현대미술 열풍은 뭐니 뭐니 해도 ‘박수근-이중섭’ 투톱스타의 인기가 배경이 된다.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시선이 고정되기까지 두 작가의 작품이 키워드임은 틀림없다. 위작시비와 유족 간에 맞고소 사건,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미술품 환수 등 스타덤에 오른 사연이 구구절절하지만 대중들이 시선을 고정시킨 것이 우리미술이라는 점에서는 주목해 볼 만하다.

그 간 해외 명화전시에 지갑을 열던 관람객들이 연 2회 문을 연다는 간송미술관 전시를 제외하고는 단시간에 우리미술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사례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투박하면서도 정감 있는 우리네 삶이 담긴 그런 예술을 찾는 대중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간 우리미술은 국내보다 국외무대에서 더 크게 주목받았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외국의 명화에서 찾았던 이국적 매력에는 감탄 했어도 우리 내면에 숨겨진 진정한 감성코드는 찾지 못했었다.

우리미술이 걸어온 길, 역사적 풍파에 외세침략과 전쟁 난리 속에서도 순수예술을 지켜 지금 한국미의 가치를 만들어낸 우리미술의 정체성과 대중과의 교감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