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 시인과 술 한 잔 마시고 싶다
오늘, 그 시인과 술 한 잔 마시고 싶다
  • 이소리 문학전문기자
  • 승인 2014.04.0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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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남주 타계 20주기 추모행사 12일부터 잇달아

아! 시인 김남주. 오늘따라 그가 너무 그립다. 그가 즐겨 불렀던 ‘고향의 그림자’도 다시 듣고 싶다. 대낮부터 한국문학예술대학 시창작과 제자들과 어울려 노래방을 자주 찾았던 시인. 노래가사에 따른 영상이 흐르는 노래방 화면을 바라보며 “우리 시도 대중화를 제대로 하려면 저렇게 영상으로 만들어야 해”라고 노래방 기기 앞에서도 시를 떠올리고 있었던 천상 시인 김남주!

그는 지금 어디쯤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저 겨울하늘에 뭉게뭉게 피어나는 뭉게구름이 시인 김남주일까. 저 푸른 물 뚝뚝 떨어지는 겨울산 봉우리 위를 날아가는 저 철새들이 시인 김남주가 우리에게 날리는 시일까. 조그만 키에 새까만 얼굴로 천진난만하게 웃던 시인 김남주! 오늘은 하루종일 그가 남긴 시를 읊으며 술이나 한 잔 마시고 싶다.

전사시인, 민족시인으로 불리는 김남주(1945~1994) 시인 타계 20주기를 맞아 여러 가지 추모행사가 펼쳐진다. 김남주 기념사업회는 “시인 기일인 13일을 전후로 시인의 자유·통일·사랑 등 문학정신을 기리고 선양하기 위한 추모행사와 책 발간 사업 등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경향신문사 5층 강당에서는 실천문학사가 이끄는 ‘김남주 20주기 심포지엄’이 열렸다. 계간 <실천문학> 봄호는 이번 심포지엄 발표문을 주춧돌로 삼아 특집을 꾸린다. 15일에는 시인이 묻혀 있는 광주 구 망월묘역에서 유족과 선후배 문인, 지인 등이 참가하는 추모제가 열렸다.

오는 28일(금) 저녁 6시 30분에는 서울 연희문학창작촌 미디어랩실에서 (사)한국작가회의가 이끄는 <김남주 시전집-임홍배 편>(창비)과 김남주 평론 모음집 <김남주 문학의 세계-염무웅 편>(창비) 출판기념회와 ‘김남주를 생각하는 밤’ 행사가 한꺼번에 열린다.

창비는 “그동안 출판됐던 김남주 시인의 시집은 옥중에서 밀반출된 시를 제대로 교정을 보지 못한 채 출간한 데다 같은 시가 여러 시집에 중복돼 실린 경우도 적지 않았다”며 “<김남주 시전집>은 그가 쓴 시 모두(519편)를 묶어냈다는 점과 옥중시편을 꼼꼼하게 교정하고, 서로 다른 판본을 대조해 정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14회째 ‘김남주문학제’를 펼치고 있는 해남 김남주기념사업회(회장 김경윤)는 오는 9월 끝자락에 ‘김남주 20주기 총체시극-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가칭)’ 등 여러 가지 문화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시인 김남주(金南柱)는 1946년 10월 16일 전남 해남군 봉학리에서 태어났다. 해남중학교를 졸업한 선생은 광주제일고등학교 2학년 때 획일적인 입시위주 교육에 반발해 자퇴한다. 1969년에는 검정고시로 전남대 영문학과에 입학해 3선 개헌 반대 등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1974년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잿더미’ ‘진혼가’ 등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79년 ‘남민전 사건’으로 체포되어 징역 15년을 선고 받고 광주교도소에 수감되었으며, 1984년 첫 시집이자 옥중시집 <진혼가>를 펴냈다. 1988년 12월에는 형집행정지로 9년 3개월 만에 석방되었으며, 1989년 남민전 동지 박광숙(소설가)과 결혼했다. 1990년에는 ‘한국문학예술대학’ 시창작 담임교수와 ‘민족문학작가회의’ 민족문학연구소장을 맡았다.
시인은 1994년 2월 13일 48세의 젊은 나이에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시인이라기보다 스스로 전사라 부른 그를 광주 망월동 5.18묘역에 묻으러 가는 그날, 전남도청 앞에서 지내려던 노제까지도 전경들이 가로막아 마지막 가는 길까지 전사가 지닌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시집으로 <나의 칼 나의 피>(1987) <조국은 하나다>(1988) <사상의 거처>(1990) <이 좋은 세상에>(1993)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1995) 등이 있으며, 시선집 <사랑의 무기>(1989) <학살>(1990) 등이 있다. 산문집으로는 <시와 혁명>(1991), 문학에세이 <불씨 하나가 광야를 태우리라>(1994) <피여 꽃이여 이름이여>(1994), 번역 평론서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자들>(프란츠 파농, 1978) 등 여러 권이 있다.

신동엽창작기금(1991), 단재문학상(1992) 등을 수상했다. 2007년 5월에는 생가 복원과 함께 앞마당에 흉상이 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