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食道樂 11. <<국수가(菊秀家)>>
예술가의 食道樂 11. <<국수가(菊秀家)>>
  • 김종덕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의교수
  • 승인 2014.04.2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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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꿈속에, 눈물만 남기고 멀어져간, 누이는.
시린 내 가슴에, 한 송이 꽃을 피우고, 여린 자태로 시집간 지 세 해라.
그 고운 모습에 엷은 미소 띠우고, 앞 가리운 눈물에 하늘로 추겨든, 쪽빛 들국화.
올해는 이쁜 꽃신신고, 치맛자락 돌 쓸며 달려와, 가냘픈 목소리로, 내 이름 불러주련만,
댕기 풀고 수줍어하던 모습이, 지금은 가고 없는, 들국화 한 송이.

필자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시절 교내 백일장에서 장원을 수상한 시(詩) ‘누나’이다.

서정주님의 ‘국화옆에서’처럼 소담스러운 국화, 원숙미 넘치는 여인 아니라, 나의 누이는 쪽빛 들국화 같은 어린신부에 비유되었다. 국화는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 관상식물로 사랑받는 꽃이다. 잎은 어긋나고 날개깃처럼 갈라져 조각의 가장자리에는 작은 톱니들이 있고, 암·수술이 모두 있는 통상화(筒狀花)와 가장자리가 암술로만 된 설상화(舌狀花)가 있다. 들이나 산기슭에 피는 들국화나 감국화는 꽃잎과 뿌리, 싹 모두를 약재로 사용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국화수는 성질이 온순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는 물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국화의 효능을 알아보면,
1. 해독작용과 소염작용이 뛰어나 체내(體內) 정화작용에 효과적이다.
2. 열감기나 기관지염, 폐렴 등에도 효과가 있다.
3. 감국화는 공간의 인지능력과 학습능력 향상 및 인지능력 감퇴 증상을 방지하고, 치매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4. 국화수를 사용하면 아토피와 비듬을 완화시킨다.
5. 시력이 약하거나 눈의 피로감을 자주 느끼는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뿐만 아니라 <본초강목>에서는 ‘꾸준히 복용하면 혈기에 좋고, 몸을 가볍게 하여 쉬 늙지 않으며, 위장을 편안케 하고, 오장을 돕고, 사지를 고르게 하며, 감기와 두통, 현기증에도 유효하다.’고 국화의 효능을 서술하고 있다.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을 지나 두 번째 사거리 우측 맞은편에 소재한 국수가(菊秀家)는 국화수를 사용하는 국수전문점이다. 담백하고 시원한 바지락 칼국수에서 얼큰한 김치 칼국수, 동지에만 맛볼 수 있는 팥 칼국수, 여름에 콩국에 얼음을 띄워 먹는 시원한 콩 칼국수, 잘 익은 열무에 쫄깃한 국수를 말아 먹는 새콤달콤한 열무 국수와 야채가 듬뿍 들어간 비빔국수까지 다양하고 맛있는 국수뿐만 아니라 고기·김치왕만두 등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공연장을 찾아 대학로에 가면 먹는 즐거움을 위해 으레 들르는 곳이다. 이 집의 별미는 역시 쑥과 자색고구마와 호박으로 빚은 삼색들깨수제비이다. 큰 가마솥에 국화수를 붓고, 들깨가루를 풀어 듬성듬성 손으로 떼어낸 밀가루 반죽을 넣고 끓이면 흔히 맛볼 수 없는 투박하고, 정갈하며, 단백한 어머니의 제대로 된 손맛을 맛볼 수 있다. 

여기에 온갖 양념과 고소한 참기름을 섞어 만든 주먹밥은 주린 배를 달래고, 잊어버린 미각을 일깨워준다. 나른한 봄이다. 기분전환도 할 겸 대학로에 가서 재미난 공연도 보고, 국화수에 끓여낸 삼색들깨수제비와 주먹밥을 먹으며 무심한듯하지만 단백하고 깊이 있는 어머니의 손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성싶다.

<<국수가(菊秀家)>>
서울시 종로구 동승동 130-33번지
☎02-3673-57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