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창작 오페라 <루갈다> 한국적 색채 물씬 들어간 신선한 무대
[공연리뷰]창작 오페라 <루갈다> 한국적 색채 물씬 들어간 신선한 무대
  • 인순환 객원기자
  • 승인 2014.06.0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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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래없는 카톨릭 동정부부의 애잔한 순교의 역사

대한민국 제5회 오페라 페스티발 기간에 창작 오페라 2작품 중 하나인 <루갈다>는 '한국천주교회 초기순교자 124위 시복기념공연' 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천주교가 조선 땅에 처음 들어 올 당시의 고난을 담고 있다.

호남 지역에서 실제 있었던 사실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호남 오페라단(단장 조장남)이 지난달 9일부터 11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올렸다. 오페라<루갈다>는 <쌍백합 요한, 루갈다>로 2004년 초연했던 것을 거의 10년이 다 되어 제목은 ‘루갈다’로 바꿔 이번 오페라페스티벌에서 다시 공연됐다.

‘루갈다’는 김정수 작가의 대본 작업에 지성호 작곡가의 곡을 붙여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돼 지난해 10월, 초연에서 이미 호평을 받은 창작 작품이다. 유럽이나 동양 천주교에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동정부부로 살며 신앙을 지키는 내용으로 4막 10장으로 구성됐다.

그 시대에 종교 탄압을 피하기 위해 유중철(요한은 1801년 11월14일 순교)과 이순이(루갈다는 1802년 1월 31일 순교)는 혼례를 치뤘지만 4년간 남매처럼 살면서 신앙에 대한 신념 때문에 순교한다. 조장남 단장의 역작이라 할 수 있는 <루갈다>는 공연 중 관객들의 큰 박수가 여러번 터져 나왔다. 창작오페라 작곡에 창을 넣는 작곡들이 꽤 있는 편이지만 지성호 작곡의 루갈다는 4막2장 시작 부분에서 특히 한국의 전통소리와의 조화로움은 놀라울 정도였다.

이번 연주는 서울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참여 했으며 지휘를 맡은 이일구는 체고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에서 정기연주와 객원지휘 등의 경력이 있다. 지금은 호남 오페라단 상임지휘자 및 음악감독이다.

이탈리아 국립 연극 아카데미를 수학한 김홍승 연출은 종교보다 한국적 이미지를 더 부각시켰다. 전통 혼례 장면이나 그들 부부의 한국적 실내 장면에 한지로 은은한 멋을 간직한 창살문을 표현한 부분, 동헌모습이나 사또의 독특한 의상 등은 국내보다 외국 공연에서 더 호평을 받을 수 있는 연출로 보인다.

다만 김정수의 대본은 동서양에도 없는 결혼문화로 남매 부부유형이라는 실제 사건을 작품소재로 하였으나 관객이 완벽하게 공감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오페라는 좋은 작품이라도 배역이 맞지 않아 실패하는 공연이 무수히 있었던 것처럼 훌륭한 소프라노가 있어야 하는데 삼일동안 김순영, 신승아, 박현주의 열연은 관객에게 충분히 감동을 주었다. 요즘처럼 테너가 귀한 때에 강 훈, 이규철, 신동원 등의 테너가 선보인 소프라노와의 멋진 듀엣은 물론 4막의 합창부분에서도 감동을 주었다.

형관 역의 베이스 이대범은 루갈다의 사형장면을 보는 대목에서 “내가 왜, 당신들의 천주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지 왜 당신이 부러운지”하며 내는 저음도 깊은 울림이 있었다. 오페라에서  김금희(무형문화재 판소리 2호 이수자) 도창의 판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던 것 또한 흔치 않은 행운이었다.

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조선시대에 <루갈다>오페라에서 보다도 더 심하고 처절하게 천주교를 탄압하여 우리나라에 만명이 넘는 무명의 순교자가 있음을 오페라를 보며 다시 새겨보는 기회가 되었다.

이런 고난의 역사 속에서도 천주교는 활짝 꽃을 피워 우리나라에만 성당이 1571개, 신자는 약 500여만명이나 된다. 이번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공연된 루갈다는 그 의미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