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기행-117] 민족음률의 타임캡슐 - 국립국악박물관
[박물관기행-117] 민족음률의 타임캡슐 - 국립국악박물관
  • 이정진 Museum Traveler
  • 승인 2014.09.2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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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국악은 서양의 7음계와 달리 5음계 평조(황黃, 태太, 중仲, 임林, 남南)를 사용하였다. 따라서 평조에는 계이름 파, 시가 없던 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선율에는 우리민족만의 숨결과 흥겨움이 묻어나온다.

▲ 1층 로비 전시장

궁중음악을 비롯해 백성들이 생활 속에서 즐기던 풍물, 선비들이 학문과 겸하던 풍류음악까지 이 모든 것이 국악으로 불리 우나 아직까지도 국악의 인식이 전통이란 이름에 매몰되어 대중화를 이루는데 쉽지 않아 국악의 매력에 낯설어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국립국악원 내에 위치한 국립국악박물관은 우리의 국악을 알리고 보전, 진흥하는데 힘쓰고 있다. 일반인들이 자연스럽게 국악에 대해 체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국악의 예술성이 돋보이는 곳이다. 우리 국악이 가진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소개해 국악의 위상과 가치를 전시를 통해 대중화시키는데 일조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화려하고도 엄숙하게, 예의를 차리며 흥겨움을 선사한 궁중음악 속 악기들에겐 근래에 보기 드물거나 찾아볼 수 없는 희소성이 있다. 박물관 한 가운데 놓인 타악기 건고建鼓는 세 마리 호랑이를 발로 삼아 머리 위엔 학을 올린 커다란 북으로 가장 크고 화려한 장식을 자랑하지만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 세종음악실

호랑이를 닮아 등을 긁어 소리를 내는 타악기 어?는 악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독특하고 예쁜 모습으로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또한 근래 사용은 드물다. 궁중음악의 맥이 이어져오고 있다곤 하지만 점차 악기마다 담긴 교유의 음색이 하나 둘 사라지는 현실을 바라보는 것은 착잡한 일이다.

음악하면 서양음악을 떠올리곤 한다. 국악, 한지, 한과, 한식 국國과 한韓은 불필요한 단어다. 당당히 음악하면 국악 이어야하며, 한식하면 음식이어야 옳다. 이를 개선하는 노력이 절실하며 이것은 지속적인 관심과 인식의 전환에서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악으로 표현할 수 없음이 답답하다. 어떻든 국악이라 하면 흔히 궁중음악이 대두되지만 서민들의 삶 속에서 고된 노동의 고초를 씻어내고 풍요를 기원하며 연주했던 음악 또한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국악 중 하나이다.

대장간에서 만들어진 투박한 꽹과리, 장단을 맞춰 때려지던 물허벅, 항아리에 바가지를 엎어 만든 물장구는 악기가 귀하던 지역에서 마을사람들이 생활용품을 활용해 만든 것들로 흥겨운 가락과 음으로서 그들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었다.

농경사회에서 절기와 풍속에 연관해 풍물 굿으로 연주되었던 농악을 비롯해 어촌 마을의 안녕과 뱃사람들을 위한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였던 별신굿 등은 생업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의식과도 같던 선조들의 안식처였다.

문화의 꽃을 피워냈던 문화군주, 조선 4대 왕 세종대왕(1397~1450) 그는 음악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만큼 문화융성을 크게 이루어냈음을 알 수 있다. 남아있는 기록들과 문화유산은 전시실 하나를 가득 채우기까지 하니 국악의 기틀을 잡았던 그 업적이 숭고하다.

자주적 음악관을 지닌 세종의 대표적 악기가 있으니 편경編磬과 편종編鐘 이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있는 종묘제례악에 반드시 등장하는 중요한 악기로 당시 중국에서 재료를 수입했으나 세종 7년 처음으로 자국 내에서 제작해 낸 점에 의의가 크다.

직접 편경을 두드려 소리를 내보면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명맥이 끊겼던 악기여서 그런지 한까지 더해진 느낌으로 더욱 청아하고 애달게 들린다.

늦더위가 물러가고 서서히 잎이 붉게 옷을 갈아입는 9월, 단풍보다 한층 더 짙은 색으로 맛깔스러운 다양한 국악공연이 여기저기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국악원의 풍류가 살아있는 전통국악 및 젊은 국악을 모토로 한 연희공연들, 그 밖에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며 진행되는 국악과 전통 창작무용의 결합인 국악판타지 콘서트,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마지막 주 수요일- 국악콘서트‘야호夜好’는 무겁지 않게 가을밤의 정취를 국악으로 물들여줄 것이다.

국악이 대중과 소통하고자 귀 언저리까지 다가와 주고 있다. 가을에 듣는 국악의 소리는 과연 어떠한지 귀를 열고 들어 봐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 중심에 국악의 모든 것을 잉태하고 있는 국립국악박물관이 있다.

국립국악박물관 (www.gugak.go.kr) 참조
위치_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700 / 문의_(02)580-3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