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종상 화백]전통적인 기법에 대한 고찰
[특별기고-이종상 화백]전통적인 기법에 대한 고찰
  • 일랑 이종상 화백/대한민국예술원 회원
  • 승인 2015.01.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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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벽화의 사적 고찰과 신벽화의 재료 및 기법에 대한 연구-17

▲ 일랑 이종상 화백/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3) 접착제

처음에는 해초호제인 포태호, sodium-arginate 등을 쓰거나 단백질 호제(糊劑)인 교호(膠糊), 밀랍(蜜蠟) 등을 사용하다가 중세에 들어오면서 이 모든 것을 사용하면서 은분 호료나 아라비아 gum과 gelatine 등을 사용했으나 합성호제(C.M.P, P.V.A) 등은 사용하지 못했다.

tempera가 성행하면서 gouache pigment는 난백(卵白)과 무화과즙, 봉밀등을 사용하였으며 때로는 난황을 쓴 예도 보인다. 당대는 교호제가 발달하여 벽화와 견화에 널리 사용되었는데 육여화보(六如?譜)의 오대형호화설을 보면 동교수冬膠水, 하교칠(夏膠漆)이라하여 교호 용법이 기록되어 있다.

이와 같이 동양 벽화에서는 주로 부레풀(膠)을 사용하였으며 식물성 호료는 해초류로 벽지 응고용으로 사용하고 pigment用으로서는 점액성이 강하여 별로 사용되지 않은 듯싶다. 지금과 같이 불변 합성호료가 없었던 당대로서는 동식물성 호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내습성이 없어 粘着性의 약화를 막을 길이 없었고 tempera나 panel에서 pigment의 탈락을 면치 못했던 것이다.

란백이나 란황도 건조는 빠르고 표면이 광채를 보이나 모든 접착제와 같이 완전 투명액이 아니므로 pigment가 갖는 hue의 완연도는 볼 수 없는 큰 단점을 갖는 것이다. 이와같이 불투명 접착제의 사용으로 작가가 원하는 chroma를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4) 기법과 재료에서 오는 양식

벽화의 기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벽지의 종류와 안료, 접착제에 의해 변화된다. 현대 회화기법에 동양적 남종화 기법과 서양적 수채화(transparent painting)기법의 효시인 abuon fresco와 asecco가 있고 동양의 북종화 기법과 서양의 유화 또는 불투명 수채기법의 효시인 tempera 양식으로 대별된다.

전자는 벽지에 습기가 유입되어 있는 동안 제작함으로써, 제작하는데 시간적 제약을 받으며 organische pigment를 사용하거나 수용성 염료를 사용하여 습벽지 내의 물입자 속에 염료나 pigment용액의 미립자(Teilchen)가 삼투압에 의한 diffusion(확산) 현상으로 접착제 없이 gesso (CaSO42H2O)나 magnesia usta(MgO) 또는 gelosten Kalk(Ca(OH)2)가 응고되면서 침투된 pigment를 고정시켜 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습벽화의 일종으로서 mural painting의 대표적 기법이며 가장 신선감을 주는 기법으로 Pompeii와 Herculaneum벽화는 석고를 매우 두텁게 입히고 그린 abuon fresco기법을 많이 썼으며 15~16C에 가장 발달되었다.

벽지가 굳기 이전에 texture의 처리가 용이하므로 intaglio(음각)기법을 사용하여 미리 마련된 cartoon을 凹형으로 떠낸 다음 quill(羽毛)이나 reed(식물성 盧(로)의 일종) 등을 이용하여 채색을 도장하였다. 점토나 象牙黑 (상아흑)ㆍ적토ㆍ주토ㆍ진사(주사) 등의 광물성 천연안료로 윤곽선을 그리고 분해된 공간을 매운 것이다. abuon fresco에서는 수용성 염료를 사용해야 침투되므로 고대에는 Krapp나 Purpur(古代紫) 등을 사용했던 것으로 믿어진다.

Renaissance를 전후해서 abuon fresco 방법에 asecco기법과 tempera기법을 혼용했던 것이다. 전기한 습벽화법 외에 또 널리 성행된 기법으로 건벽화법이 있는데 이 기법에도 asecco법과 tempera법이 있으니 asecco는 abuon fresco기법으로 불충분할 때 수정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 기법은 앞서 설명한 벽지 제작이 끝난 후 입자(Teilchen) 사이의 물기가 완전히 건조되어 표면이 굳은 후에 교호제나 해초호제로 안료나 염료를 혼합 용해하여 도장하는 방법이다. 엄격히 구분하여 asecco기법을 사용한 역대 벽화를 연구해 보면 비수용성 pigment를 사용한 것과 수용성 dyestuffs를 사용한 두 가지 기법으로 분류된다.

전자는 발전하여 tempera에 의한 선염법으로서 동양 선지화의 효시가 된 것이니 동서양화와 남북종화의 모든 기법을 공부하는 작가로서 그 근원적 묘법을 涉獵치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세분된 현대적 기법만으로 표현의 만족을 얻지 못하여 모든 기법을 종합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이 때, 이러한 불만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신벽화 운동이야말로 당연한 것이라고 믿어진다.

다음으로 같은 건벽지법으로 tempera가 있는데 이 기법은 15~16C경을 고비로 완성기를 이루었다. 주로 불변광물성 pigment를 점액성이 높은 란백ㆍ란황과 단백질 호제를 사용하여 몇층씩 가필하여 그렸다. 호제의 건조가 빠르므로 가필이 용이하고 중후한 색감을 표현할 수 있고 수정이 가능하므로 시간적 제약을 받지 않는 기법이다.

벽지가 완전히 건조되기 이전에 표면 texture를 임의로 고착시켜 놓고 미리 제작된 cartoon의 이면에 木炭으로 세선을 그려 벽지에 상합시킨 후 움직이지 않도록 문지르면 木炭(목탄) 분말이 벽지 표면에 묻게 된다. 습벽지에는 사용하지 않고 건벽지에만 사용된 것은 흑색 분말이 벽지로부터 유리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지금도 동양화의 불투명 견지질을 쓸 때 많이 사용되는 기법이다.

벽지에 panel을 쓰기도 하는데 그 위에는 반드시 아마포 등을 덮고 gesso도장을 해야 된다. gesso를 오랫동안 연마하여 표면을 법랑질로 건조시키고 직접 cartoon법을 쓰는데 대개는 녹색선을 긋고 금분을 덮고 적색을 덧칠하여 그려 나간다.

마지막에는 란황에 안료를 개서 바르는 것이다. tempera기법에서는 糊料(호료)의 접착력이 강해야 되며 pigment의 탈락을 막기 위해 乾酪(건락)소화법을 써서 표면을 공기로부터 차단시키고 광택이 나게하여 균열과 산화를 방지하려고도 하였다. 그러나 동물성 접착제나 식물성 포태호와 sodium arginate 등은 모두 습기에 약하며 부패되기 때문에 영구적이지 못한 것으로 본다.

panel painting은 건벽화에 속하는데 중기 기독교 벽화에서 많이 사용된 過法(과법)이며 건축물의 고정된 벽면으로부터 이탈되어 독립된 회화 양식으로 이전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제단화에서는 이러한 기법이 불가피한 것으로 목판자에 아마, 황마, 노석 등 주로 식물성 fiber를 warp와 weft의 수직으로 粗造하여 그 위에 白灰와 gesso를 도장하고 완전히 건조된 후에 제작하는 기법이다.

여기에는 abuon fresco기법은 불가능하며 asecco와 tempera기법이 사용됐다. 額面畵(액면화)가 성행되기 이전에 纖化(섬화)는 panel화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이상의 기법은 벽지 구분상으로 화장지 벽화에 속하는 것이며 이보다 초기적 기법으로서 조지벽화가 있다. Altamira벽화나 Lavant의 Capian벽화와 고구려 전기 벽화, 백제ㆍ신라 점토 벽화도 여기에 속하는데 천연동굴이나 煉瓦塼墳(연와전분)의 자연암지와 인조전지에 직접 색회하는 기법이다. 벽지가 조삽하여 transparent(투명체)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동식물성 염료보다 자연산 광물성 pigment를 사용하였다.

조지벽화의 기법은 削具(삭구)로 적당히 벽지를 평골하게 다듬고 윤곽을 凹型으로 긁어낸 다음 소묘는 황토와 자토의 분말을 동물의 지방과 유합하여 우모필과 노필 혹은 평골을 써서 암면의 립子에 끼어 넣고 부분면은 색점토로 혼색하여 kaolin과 stucco의 조화를 맞추어 도채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 때 pigment의 용매가 접착성이 낮고 응고력이 적으나 내습성이 강하고 벽지가 거칠어 응고된 안료 분자를 암석 분자가 끼우고 있어 오히려 tempera기법보다도 내구성이 강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한국 고대 벽화에서는 수성 thickner를 조지벽에 사용함으로써 천연동굴과 같이 습기가 많지 않은 분묘내에서도 지하 회산수에 용해 상황을 보여 탈락이 심한 것을 볼 수 있다. 벽지가 요철이 치밀 할수록 안료 용매의 점착성은 낮아도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벽지 texture의 粗澁度(조삽도)와 thickner-riscosity의 유기적 반비례 원리를 이용한 기원전 수만년대의 채회 작품이 오늘까지도 健在하게 남아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연구 과제라고 믿는다.

그 외에 貼付(첩부)벽화가 있는데 원벽지의 건습과 관계없이 第二의 벽지 위에 그림을 완성하여 기존 벽면에 瀝靑(역청)이나 몰탈류와 송지 등으로 부접시키는 terra-cotta painting이 그것이다. Etruscan 고분 벽화와 Babylon의 淨彫(정조)벽화에서 보는 바와 같이 terra-cotta 뒤에 白?黃?朱色의 glaze의 채화를 하거나 Chaldea미술에서 보는 바와 같이 tile 위에 도장한 안료가 혼색을 막고 표면의 윤기를 살리기 위하여 琺瑯彩繪法(법랑채회법)을 써서 첩부벽화 기법을 발전시켰다.

Mosaic技法도 넓은 의미로서 첩부벽화에 속하나 여기서는 지면관계로 생략한다. 첩부벽화 中에는 canvas에 유화회구로 그려 붙이거나 원벽지 위에 화포를 바르고 鉛白(연백)을 도장한 다음 제작하기도 한다. Maya 작품 중에는 유채첩부벽화법을 사용한 것이 보인다. 17C 이후 근대에 보여지는 기법이나 벽화로서의 고유한 특성은 조지벽화와 abuon fresco와 asecco에 한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그 밖의 기법은 도기나 액면화 기법과 혼용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넓은 의미의 wall painting이라고 하면 앞서 기술한 기법 이외에도 mosaic라든가 stained glass도 이에 속하며 indirect-oil과 Persia gonache,  화상석, 琺瑯彩繪(법랑채회), 단청 등도 장식적 면에서 이에 속하며 연구되어야 될 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