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기행-127]오감으로 담아낸 제주의 모든 것 - 제주감귤박물관
[박물관기행-127]오감으로 담아낸 제주의 모든 것 - 제주감귤박물관
  • 이정진 Museum Traveler
  • 승인 2015.03.12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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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내 마시던 유자차가 바닥을 드러내고, 두터운 종이상자 속 귤 박스를 몇 개나 갈아치우고 나니 어느덧 봄이 성큼 다가왔다. 경칩을 훌쩍 넘긴지 오래지만 아직까지 겨울옷을 옷장에 넣지 못하고 맞이한 3월의 봄. 여전히 코트 주머니 속엔 할아버지의 쌈짓돈 마냥 만져가며 먹었던 귤의 새콤달콤한 향이 남아있는 듯하다. 

▲ 감귤박물관 전경

감귤은 온대기후에 적합한 작물로 우리나라 제1의 과수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남해안 지역에서도 생산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제주에서의 생산량이 단연 월등하다. 제주 감귤은 6.25 전후로 일본에서의 밀수가 끊기자 대학나무라 불릴 정도로 소득이 높아지며 재배면적은 넓어지고 생산량 또한 급속도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제주에서는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소득원이 된 것이다.

▲ 감귤박물관 서적 전시물

귤나무가 가로수가 되고 시골벽지의 1차선 편로 길가를 덮쳐 운전까지 방해하는 노오란 귤나무를 보노라면 귤을 뺀 제주도는 상상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의 감귤박물관은 제주의 정체성과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는 특별한 곳임에 분명하다.

감귤의 역사와 종(種)을 비롯해 감귤과 함께해온 제주도민들의 삶과 문화를 반추한 사료와 유물들, 그밖에 박물관에서 느끼는 맛과 향 등 다채로운 감각은 기분마저도 상큼하게 만들어준다. 

▲ 감귤족욕체험용품

고려사지에 최초로 기록된 감귤은 조선시대 옛 고서 및 문건 속에서도 역사로 자리잡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재래 품종들의 전시물은 감귤의 짧지 않은 변천사와 성장사를 보여줌과 동시에 천해향, 레드향, 황금향, 한라향 등 늘 새롭게 개량되는 신품종의 탄생으로 제주도 감귤의 역사는 지금도 새롭게 쓰여지고 있다.

▲ 세계감귤전시관

감귤박물관은 감귤나무의 생육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박물관으로서도 그 명성이 높다. ‘세계감귤전시관’은 감귤식물원이라 칭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품종의 귤나무들이 식재되어있으며, 연중 생생한 감귤열매를 관람할 수도 있어 관람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작다는 손톱크기의 두금감, 2kg남짓 무게의 만백유, 부처님 손을 닮았다는 불수감(佛手柑) 등 걸음을 옮길 때마다 보이는 신비하고 생소한 품종의 귤 위에는 관람객들의 눈길이 멈추곤 한다.

▲ 식재된 감귤나무

‘실내 전시장’과 ‘감귤전시장’, ‘아열대식물원’을 포함한 야외전시장 등 수많은 전시관을 관람하고 나면 감귤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 또한 경험해볼 수 있다. 감귤쿠키, 머핀 찐빵 등 제과 제빵을 비롯한 감귤주스 만들기 등 상품 제작 체험은 특히나 가족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만큼 감귤박물관만의 묘미를 주고 있다. 

▲ 야외 전시물

특히 이번 2015년을 맞이하여 감귤박물관에서는 힐링을 테마로 한 동선을 선보인다고 한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즐기는 전시, 제주의 깨끗한 공기와 함께 하는 청정 숲길 산책, 귤 향기가 물씬 풍기는 따끈한 족욕 체험 등 심신을 안정시키는 관람을 경험해볼 수 있다. 매년 11월경에는 감귤수확체험이 있어 직접 귤을 수확해볼 수도 있다고 하니 자연과 농사에 생경한 어린이들에겐 벌써부터 가을이 기다려지는 체험이 아닐 수 없다.

계절을 막론하고 아무 때고 달달한 귤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감귤박물관에서 제주의 감귤산업은 더욱 그 생명력의 빛을 발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감귤의 성장을 돋궈줄 푸른 봄이 제주의 오감으로 가득한 제주감귤박물관에도 함께 하길 바라본다.

감귤박물관(www.citrusmuseum.com) 사진 제공
위치_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신효동 산1 /문의_ 064-767-3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