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빈 불가리아 국립발레단 주역 데뷔
이수빈 불가리아 국립발레단 주역 데뷔
  • 김지민 기자
  • 승인 2015.04.1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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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 국립소피아발레단<백조의 호수>주인공 한국인

17세 한국 소녀 발레리나가 불가리아 국립소피아발레단의 ‘백조’로 사뿐히 날아올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이수빈양이 지난 3월 22일(일) 오후 4시 소피아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불가리아 국립소피아발레단의 정기공연 <백조의 호수> 주인공으로 초청돼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고 전했다.

이수빈 양은 한국 나이 17세, 서양 나이로 따지면 16.5세(1998년 10월 2일 출생)에 불과하지만 이날 공연에서 소피아의 관객과 전문가들을 글자 그대로 압도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7월 불가리아 바르나국제발레콩쿠르에서 주니어 부문 그랑프리 수상이 계기가 되어 초대받은 무대여선지 현지 관객들의 호기심과 기대가 컸다.

공연에 앞서 이 양은 불가리아 현지 일간지에 몇 차례 소개됐고,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불가리아 국립소피아발레단 주변에서도 “콩쿠르에서 보여준 실력이 워낙 출중해 초청했지만 클래식 전막 발레 경험이 전혀 없는 어린 소녀가 제대로 해낼까”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 양은 공연을 위해 리허설 과정을 단원들과 일주일 동안 함께하며 예술감독 사라-노라 크리스테바(Sara-Nora Krysteva)에게 확실한 믿음과 함께 오히려 공연에 대한 기대를 심어줬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양을 발굴, 지도하고 현지에서 공연을 지켜 본 김선희 무용원장은 “국립소피아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모두 4막에 3번의 휴식으로 장장 4시간짜리였다.

박수에 인색한데다가 이 기나긴 공연을 막간에 떠나는 사람없이 끝까지 지켜보는 무서운 관객들이라 걱정했다”며 “그러나 그날 수빈이는 가냘픈 몸매에서 나오는 여리고 슬픈 감정과 사랑을 동양인의 감수성과 훌륭한 테크닉으로 풀어낸 백조였고, 지그프리드 왕자 뿐 아니라 모든 관객을 휘어잡는 오만과 기세로 백조 때보다 더 큰 반전의 매력을 발산하는 흑조였다.

갖가지 고난도 테크닉은 바르나 콩쿠르의 그랑프리 수상자답게 너끈히 해치웠다”고 묘사했다.

또한 “공연에서 주역의 역할은 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한 것이지만, 특히 이 작품 제4막에서 드라마를 온몸으로 풀어내며 관객에게 전달하고 감동을 이끌어낸 열쇠는 결정적으로 주역무용수가 쥐고 있다.

국립소피아발레단 수석무용수가 오른 전날 공연에서도 박수가 적어 계속 마음이 불안했는데, 수빈이의 등장 때마다 터져 나오는 박수에 나역시 흥분됐다”면서 “이번 공연은 수빈이 자신에게나 선생인 나에게나 한국발레에 대한 점검을 위해 우리의 장단점을 다시금 확인하게 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신맹호 불가리아 한국대사는 “한국발레가 높은 수준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잘 할 줄은 몰랐다”면서 “이수빈 양이야말로 자랑스러운 문화외교관이라 부를 만하다”고 말했다.

현지의 한 평론가는 “이 양이 도대체 몇 년이나 배웠는지, 한국에서 배운 게 맞는지 궁금하다. 이런 놀라움은 실비 길렘(그녀도 바르나 수상 이후 같은 무대에 섰었다) 이후 처음이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양은 공연 후 사라 노바 크리스테바 예술감독에게 내년 봄 <라 바야데르> 공연에 주역으로 또다시 초청하고 싶다는 제의를 받았으며, 불가리아 발레애호가인 한 사업가가 국제적인 프로 무용수로 성장할 때까지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혀 후원자까지 얻게 됐다.

한편 이 양이 한국인 최초로 주니어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불가리아 바르나국제발레콩쿠르는 지난해 창설 50주년으로 특별한 대회였으며, 1964년 출범해 현존하는 발레대회 가운데 가장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역사만 긴 것이 아니라 경연과 심사의 과정이 지독하고 까다로워 악명높은 대회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