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詩>별 문장의 책-최혜숙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詩>별 문장의 책-최혜숙
  • 공광규 시인
  • 승인 2015.04.1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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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문장의 책  
                                                            

                                           최혜숙(시인. 1954~ )


집과 산과 들과 강의 경계를 지운 밤
밤하늘이 가득
활자들을 콕 콕 심어 놓았다

누가 저 문장을 반짝반짝 닦아 놓았나
그리운 이름 가득한
별 문장의 책이라고 해도 되겠다

서둘러 떠난 어머니와
삼년 더 먼저 간 아버지도 거기에 있다 
그리움이 은하수에 물결친다

시소처럼 기울어진 생인 나도
머잖아 저 은하로
건너가야 할 것이다

내가 떠난 후에도
밤하늘의 문장을
남아 있는 딸이 읽을 것이다

누대에 걸쳐 읽힐 밀리언셀러
그러다가 잊히는 활자들은
별똥별로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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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별 문장의 책’이라고 보는 상상력이 가히 아름답다. 이런 시를 쓰는 시인의 가슴도 아마 별을 닮았을 것이다. 시인의 하늘에는 활자들이 박혀 있는데,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그리운 모든 사람들의 삶이 결국은 하늘의 별로 올라간 것이다. 이 아름다운 시인도 머지않아 은하로 건너가 별 문장을 쓸 것이 분명하다. 별이 지지 않는 한 후대에게 계속 읽힐 책, 밀리언셀러인 별 문장.(공광규/시인)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詩>를 연재해 주시는 공광규 시인은  1986년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등. 2009년 윤동주문학상, 2011년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등 우리 문단을 든든히 받치는 중견시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