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의 박물관 칼럼]박물관 건축의 新 토양이 필요한 이유
[윤태석의 박물관 칼럼]박물관 건축의 新 토양이 필요한 이유
  • 윤태석 뮤지엄 칼럼니스트 / 문화학 박사
  • 승인 2015.06.2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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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석 뮤지엄 칼럼니스트/박물관협회 기획실장/문화학 박사/한국박물관학회 이사/한국박물관교육학회 이사.

몇 년 전 문을 연 한 국립박물관의 건립에 깊숙이 관여한 적이 있는 전직 학예직공무원을 새로 개관을 한 어느 공립박물관에서 만났다.

박물관 연구직으로 잔뼈가 굵은 터라 “이 박물관도 ????업체가 설계와 시공을 맡았나보네~! 전시장하며 진열대, 사인물 등이 딱 그 업체 스타일이네” 옆에 있던 필자는 어떻게 아느냐고 되물었다. "그냥 보면 압니다.“ 재직 중에 다수의 박물관건립 업무를 담당하며 업체 선정 심사, 재직 박물관의 기획 및 특별 전시기획, 리모델링 업무에 참여한 경력이 많은 그의 말은 확신에 가까울 만큼 단호했다. 

“네 저희 박물관도 재 작년에 신축에 가까운 리뉴얼을 단행했는데 공사규모에 부합한 안전망을 지나치게 따지다보니, 초기에 입찰자격부터 엄격히 제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까 그 업체를 포함한 몇 개 업체만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감각이나 기술수준이 높다고 해도 회사규모가 적고 사후조치를 담보할 수 없는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곳은 제안서를 낼 기회조차 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함께 있던 어느 공립박물관장이 거들고 나섰다. 이 관장은 이 같은 발언은 앞선 주장에 더 신뢰를 갖게 하는 것이었다. 

때마침 며칠 전, 조달청 박물관공모사업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박물관 설계, 건축, 시공 등의 공모사업과 업체 선정의 과정에 문제가 있어 한번 보자는 것이었다. 그 순간 앞서 나누었던 얘기들이 새삼 떠올라 흔쾌히 만나기로 했다. 사무실로 찾아온 그들이 내 놓은 걱정은 첫째, 공모사업 심사위원 풀에 건축과 인테리어, 조경 중심의 시각만이 지나치게 크게 반영되어 박물관다운 박물관보다는 일반 건축물 또는 모델하우스 같은 형식으로 시공된다는 지적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박물관 콘텐츠 관련전문가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학예사 등 박물관 종사자나 관련 연구자로 심사위원 풀을 보완할 예정이니 이들을 적극 추천해 달라는 것이었다. 또한, 건축과 인테리어, 조경 쪽은 특성상 산업계, 학계, 연구자 간에 학연 등 비교적 유착관계 형성의 가능성이 높아 이 역시 객관적인 심사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도 함께 우려했다. 

두 번째로는 공모 시 제출하는 사업계획서와 도면, 설계(안)은 물론 심의 시 해당 업체가 직접 발표하는 자료의 제작과 기법이 갈수록 과열되어 첫 단계에서부터 지나친 경비지출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금능력이 없는 업체는 처음부터 접수의 문턱에서 좌절을 맛볼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개선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는 외부의 투자를 받는 경우에도 수주를 담보한 상태는 아니어서 힘들어지기는 마찬가지가 되며, 기술력만을 바탕으로 대형업체와 컨소시엄이라도 성사할 수 있어서 그 문턱을 넘는다 해도 결국엔 지나친 간섭, 단독에 비해 수익이 더 요구됨에서 오는 잦은 계획변경 등으로 들러리를 서거나 그 기술을 효율적으로 접목하지 못하게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역시 불합리한 조건이긴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기술력보다는 자본력이 우선하는 잘못된 구조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들은 이 두 가지를 개선하고자 내방했다. 첫 번째 건은 추천하면 될 일이고 두 번째 건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모하는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 제안서와 발표 자료도 그 만큼 많은 것이 요구됨은 물론이다. 이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데는 일정부분 한계가 있다. 정량적인 제한과 제작 상 눈에 드러나는 것을 규정한다고 하더라도 제작 기술(기법)과 자료의 수준을 규제할 수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이해하는 차원에서의 대안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개선책으로 우선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발주처의 제반 사업비에 이 비용을 초기부터 포함시키는 방안이다. 이 경비를 예측하여 일정부분을 반영한 후 수주를 받지 못한 업체에 대해서는 경비일부를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둘째, 이들 업체들의 모임인 협회나 단체 등에서 회원들의 회비로 보험 상품을 개발하여 투자비를 보전해주는 방법이다. 물론 연간 몇 회, 얼마 등의 가이드라인은 별도로 마련하여 소속 멤버십들에게 공정한 기회와 혜택을 부여하면 좋을 듯하다.

세 번째, 국고에서 지원하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모색해 볼 수 있다. 정부차원에서 약소업체를 키우고 이를 통해 우수한 결과물 창출의 환경을 구축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이상과 같은 방안들은 기본적으로는 좋은 결과물(건축 및 시설 등)을 도출하는데 있으며, 관련 산업계 입장에서는 군소업체의 참여기회 확대와 이를 통한 활성화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연간 70개씩 늘어나는 박물관은 이제 질적인 성장까지도 담보해야 한다. 박물관은 소장품과 입지, 활동방향에 따라 독창적인 인프라와 하드웨어를 구축해야함은 박물관기술학(Museuography)의 기본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관련 산업의 수준이 결정한다. 물론 보다 근저에는 시스템이 있다. 발주와 시공의 입장을 넘어서는 재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