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의 미술현장 크리틱 4
이은주의 미술현장 크리틱 4
  • 이은주 갤러리 정미소 디렉터
  • 승인 2015.07.30 13: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규 소규모 전시 공간 진입에 대한 진단과 미래
▲ 이은주 갤러리 정미소 디렉터.

다음으로는 새로운 대안으로 실험되는 신진 공간 유입에 관한 것이다. 기존 대안공간의 기능으로 현 미술계를 어떻게 진단할 수 있을까?에 대한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로 부각된다. 왜냐하면 이미 기존의 전시 공간에 분배 되었던 예산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한정된 예산으로 신규공간을 진입시킨다는 것은 과거에 유지했던 시스템1)과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시스템 아래 발전해야 하는 전시공간은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청사진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하며 때에 따라 진화하는 정부정책의 가이드라인도 절실했다. 가령, 어느 정도 정평이 나 있는 중견작가 이상은 신진작가들 보다 훨씬 전시활동 기회가 줄어든다. 가령, 미술시장에서는 일하기 쉬운 신진작가들을 거듭해서 찾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00년에 발굴한 A작가는 2~3년 동안 열심히 갤러리와 동행하지만, 2004년에는 성숙해 가는 A작가보다 2000년에 발굴한 A작가와 같은 새로운 B작가가 필요하다. 이러한 순환은 한명의 작가가 작업 활동을 꾸준히 진행시키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대안공간의 또 다른 패러다임 제시로 신진 공간유입 현상을 전시 공간 하나 늘어나는 정도로 인식하거나, 공간 운영방식이 기성 대안공간을 흉내내는 식이라면 이러한 지원정책 한계 역시 빠르게 부각될 것이다. 

최근 작가들이 ‘이젠 전시할 공간이 없다’ 고 개탄한다. 이는 한국의 대안공간이 처음 문을 열었던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각 공간을 통해 왕성하게 뻗어나가 잘 알려진 작가군을 비롯하여, 이러한 기성 작가들의 성공신화를 목격한 대대수의 신진작가이다. 그 당시 대안공간은 신진작가 군이 자유롭게 미술계에 진입하는데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전시 내용도 작가에게 고스란히 맡겼다. 하지만 이후 대안공간들은 신진작가 발굴 뿐 아니라 레지던시, 해외교류, 기획전등 전시기획 기능이 강화되었다.

대안공간의 체제와 상관없이 작가들의 지원을 위한 기금이 많다. 작업의 완성을 위한 창작 순수 지원금의 명목으로 사용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금을 받고 전시를 해야 하는 환경이다. 기성작가라 해도 ‘전시 공간 구하기’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작가는 다양한 이유로 항상 전시할 공간을 찾는다. 그래서 또 다른 대안으로 신규공간이 늘어나기도 한다. 신진공간들이 기존 대안공간의 순기능을 대체하거나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대감이 이제 막 형성되었다. 그래서 앞으로가 중요하다.

별다른 ‘대안’ 없이 기성 대안공간의 형식만을 답습한다면, 현재의 대안공간들과 동일한 패턴을 반복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명확한 정체성과 색이 없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문제가 될 수 있으며, 그래서 지속적으로 체계와 구별되는 흐름을 이끌어 내는 신규공간이 생겨나기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단지 전시공간의 활용 기능으로서 뿐 아니라 어떠한 이야기를 만들고 또 향후 어떠한 기능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시각을 독자화해 나가야만 하겠다. 마치 좋은 작가들이 자신의 기나긴 프로젝트를 위해 인생 전부를 걸고 진화, 발전시켜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1) 여기서 시스템은 예산 분배 심의 및 평가방식을 들 수 있다. 때에 따라 변화, 진화, 변종하는 현장의 상황을  감독하여 발전시키는 정책 등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