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 혼용무도(昏庸無道)
올해의 사자성어, 혼용무도(昏庸無道)
  • 김승용 인턴기자
  • 승인 2015.12.2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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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선정,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어지럽다’는 뜻

교수신문에서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혼용무도’다.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이르는 ‘혼용’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 속 ‘무도’를 합친 표현이다.

▲올해의 사자성어 혼용무도(昏庸無道)

이승환 고려대 교수(철학)는 교수신문을 통해 “연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온 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으나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무능함을 보여줬다. 중반에는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사퇴압력으로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고, 후반기에 들어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의 낭비가 초래됐다”고 말했다.

혼용무도 외에 후보에 올랐던 사자성어는 사시이비(似是而非), 갈택이어(竭澤而漁), 위여누란(危如累卵), 각주구검(刻舟求劍)이다. 사시이비는 겉보기에는 맞는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단 뜻이다. 사시이비를 추천한 석길암 금강대 교수(불교학)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한 최근 정부정책을 보면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거나,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근거를 왜곡하거나 없는 사실조차 날조해 정당성을 홍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러나 이 같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갈택이어는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고 고기를 잡는다는 말로, 눈앞의 이익에만 관심을 두는 세태를 비판하는 말이다. 갈택이어를 추천한 남기탁 강원대 교수(국어학)는 “사회 현상에 대한 대립은 불가피하지만, 최근 대립을 넘어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없애려는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당장은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발전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을 빗댔다”고 설명했다.

위여누란은 달걀을 쌓은 것 같이 위태로운 형태라는 말로,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뜻이다. 각주구검은 판단력이 둔하여 융통성이 없고 어리석다는 의미로 쓰인다. 후보로 선정된 사자성어 외에도 마른 나무에서 물을 짜내려 한다는 뜻으로 사회적 약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를 꼬집은 ‘건목수생(乾木水生)’과 목이 마르고서야 우물을 판다는 뜻으로, 일을 당하고 나서야 황급히 서두른다는 풀이의 임갈굴정(臨渴掘井)도 후보로 추천됐다.

혼용무도를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이런 추천의 변을 내놨다.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저질스러운 자들에게 지배당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저질스러운 자들’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모두가 주권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수들이 ‘혼용무도’를 채택한 것은 하루빨리 우리 사회가 어리석고 용렬한 자들의 지배체제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간절한 염원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