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어긋난 욕망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공연리뷰] 어긋난 욕망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 강지원 인턴 기자
  • 승인 2016.02.11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완벽에 가까운 무대, 연출, 음악 등 한국 뮤지컬을 저력을 보여주다

생명을 인간이 창조할 수 있는가? 신의 권능을 넘보는 인간들…. 그 끝은 항상 끔찍했다. 메리 셜리는 이 흥미로운 질문에 대해 괴기스러운 공포 소설로 만들어냈고, 그녀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많은 창작물의 모티브가 됐다.

역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기본적인 토대는 원작에서 따오되 우정, 고뇌, 복수 등 대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새롭게 만들어 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사진제공 = (주)랑)

19세기 유럽, 나폴레옹 전쟁 당시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전쟁에서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난다. 둘은 막역한 친구가 되고 전쟁이 끝난 뒤 고향에서 연구를 계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살인 사건을 뒤집어쓰게 된 ‘앙리 뒤프레’는 사형에 처하고, ‘빅터’는 괴로워하다 그의 머리로 태어나지 말아야 했던 새 생명 ‘괴물’을 만들게 된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특이하게도 주요 배우들이 1인 2역을 맡았다. 생명 창조의 야욕을 갖은 ‘빅터’는 냉혹한 격투장의 주인 ‘자크’로 ‘빅터’의 조력자이자 친구인 ‘앙리 뒤프레’는 ‘괴물’로 빅터를 이해하는 유일한 혈육 누나 ‘엘렌’은 자크의 아내이자 격투장의 여주인 ‘에바’로 ‘빅터’의 약혼녀 ‘줄리아’는 격투장의 하녀 ‘카트린느’로 분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역의 '박건형' (사진제공 = (주)랑) 

1막에서는 선한 모습의 인물을 연기했던 배우들이 2막에서는 무자비하고 잔혹한 인물을 연기한다. 놀랍도록  다른 그들의 모습에 관객들은 알아채지 못하는데 연출가는 이런 연출로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또 훌륭했던 점은 플래시백을 적절히 활용했다는 것이다. 플래시백을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빅터가 왜 생명 탄생에 집착했는지 그리고 빅터의 막역한 친구에서 복수를 꿈꾸는 괴물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관객들에게 적절하게 이해시켰다.

플래시백이 잘 사용된 데에는 잘 짜인 무대 연출이 있어 가능했다. 어둡고 괴기스러운 무대와 그에 걸맞은 소품들은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특히 무대 스크린 영상을 적재적소에 사용해 공간과 시간 이동에 어색함이 없었다.

라이브 오케스트라로 연주된 곡은 극의 음침한 분위기를 잘 표현한 것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 웅장함을 선사했다. 특히 처절한 감정을 담은 괴물의 ‘난 괴물’과 빅터 ‘후회’는 배우들의 열창으로 관객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전체적으로 감정의 끊김과 어색함 없이 이어진 넘버들이었지만 입에 붙는 킬링 넘버가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아무 정보도 없이 접한 사람들은 분명 라이센스 뮤지컬 아닌가하고 느낄 것이다. 원작의 음침하고 기이한 분위기를 살린 무대, 웅장한 넘버, 세련된 의상 등 한국 뮤지컬이 이 정도 까지 발전했다는 것을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보여줬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창작뮤지컬로써는 최초로 단일 시즌 최다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 뮤지컬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일 것이다. 쟁쟁한 라이센스 뮤지컬과 견주어도 뒤쳐지지 않는 완성도에 관객들은 열렬히 응답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몇 년 만에 나타난 훌륭한 창작뮤지컬이다.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계속해 수정하며 나아간다면 한국 대표 뮤지컬로 정착할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