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김매자 <심청>,조세몽탈보 <시간의 나이> 등 상반기 라인업
국립무용단, 김매자 <심청>,조세몽탈보 <시간의 나이> 등 상반기 라인업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6.03.1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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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호평받은 작품 선정, 멀티미디어 등 융복합 제작 시도,해외 진출도 활발히 펼친다.

한국적 미학의 재정의 <향연(饗宴)>, 레퍼토리로서 재공연

홍콩 · 파리 · 리옹 등 세계무대 진출, 세계와 소통하는 작품 개발

국립무용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외를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오는 3월 23일~27일까지 해오름에서 초연하는 조세 몽탈보 안무 <시간의 나이>를 시작으로, 4월에는 우리 전통 춤의 아름다움을 세련되게 풀어낸 <향연>을 재공연한다.

▲융복합 공연인 조세 몽탈보의 <시간의 나이> (사진제공=국립무용단)

오랜 세월 우리 춤의 새로운 장을 끝없이 개척해온 한국무용의 대모 김매자(창무예술단 이사장)와의 협업은 6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2001년 초연한 그의 대표적인 안무작 <심청>을 국립무용단원과 함께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으로 재탄생된다.

해외 공연도 활발히 이어간다. 지난 2월 26·27일 홍콩예술축제 무대에 올린 <묵향>을 전석 매진시킨 국립무용단은 그 여세를 몰아 6월 8일과 9일, 프랑스 남부의 대표적인 공연예술축제로 불리는 리옹 레 뉘 드 푸르비에르 페스티벌에서 다시 <묵향>을 선보인다. 또한 3월 한국에서 초연한 <시간의 나이>를 6월 16일부터 24일까지 프랑스 샤요국립극장에서 유럽 초연을 앞두고 있다.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의 전속단체인 국립무용단의 2015-2016 시즌은 ‘본격적인 해외 진출과 다양한 협업을 통한 작품 개발’로 요약할 수 있다. 창단 이후 최초의 해외 안무가 협업 작품이었던 <회오리(VORTEX)>(2014년 초연, 안무 테로 사리넨)는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지난 해 11월 프랑스 칸댄스페스티벌 개막 무대에 올라 현지 관객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12월 초연한 <향연(饗宴)>은 우리 춤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제시했고, 그 결과 문화체육관광부 ‘2015 문화융성 정책성과’로 선정됐다. 또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를 기용, 작곡가 장영규와 함께한 <완월>, 현대무용 안무가 류장현이 안무를 맡은 <칼 위에서> 등 실험적인 신작을 제작하며 한국무용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작업을 이어가기도 했다. 

한국 춤의 대모! 김매자의 수작<심청> 재창작, 완창판소리와 함께  선보여

프랑스에 국민 안무가로 사랑받는 조세 몽탈보가 있다면, 한국에는 우리 춤의 대모라 불리는 김매자가 있다. 국립무용단은 조세 몽탈보와의 협업에 이어, 오랜 세월 우리 춤의 새로운 장을 끝없이 개척해온 한국무용의 대모 김매자와 함께한다. 그의 대표작인 <심청>을 재창작해 2015-2016 시즌 국립무용단의 마지막 작품으로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김매자의 수작으로 꼽히는 <심청> (사진제공=국립무용단)

김매자는 파격적인 실험과 도전정신으로 한국무용의 미학을 한 차원 높게 승화시켰으며 한국무용의 황무지와도 같았던 세계 무용계에 우리 춤을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1979년 뉴욕을 시작으로 지난 30여 년간 20여 개국 100여 개의 도시에서 공연을 펼치며 한국을 세계에 알렸다. 문화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한 김매자는 ‘뉴욕 타임스’의 무용 비평가 제니퍼 더닝으로부터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한국적 철학과 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무대에서 보여주는 절제된 표현과 지적인 우아함에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국립무용단이 재창작하는 김매자 대표작 <심청>은 창작 춤과 완창판소리가 어우러지는 무대다. 故 김소희 명창이 1994년에 안무가 김매자에게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김매자는 1995년 김 명창이 작고한 이후에도 구상을 멈추지 않고 김소희 명창의 제자인 안숙선 명창과 <심청> 무대를 완성, 2001년 LG아트센터에서 초연했다. 이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및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 일본 세타가야 퍼블릭센터, 프랑스 리옹 메종 드 라 당스 등 국내외 초청공연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 받았다.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 (사진제공=국립무용단)

<심청>은 ‘춤으로 듣는 소리, 소리로 보는 춤’이라는 부제처럼 <심청가>의 한 장면이 춤으로 펼쳐지는 듯하기도 하고, 춤을 소리로 풀어주는 듯하기도 한 작품이다. 짧은 소리 한 토막에도 수십 가지 희로애락이 얽힌 판소리에 김매자가 안무한 깊고 묵직한 춤사위가 더해져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지난 10년간 안숙선 ․ 박애리 ․ 이자람 ․ 정은혜 등 여러 소리꾼과 협업해 소리와 함께 작품의 깊이를 더해온 <심청>이 국립무용단과 만나 새로운 스타일의 <심청>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초연 객석점유율 100% <향연>, 오는 4월 레퍼토리로 재공연

<향연(饗宴)>은 우리 전통 춤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국립무용단 대표작 <코리아 환타지>를 현대적 감각과 구성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국립무용단은 지난해 12월 객석점유율 100%를 달성하며 성공적으로 초연한 <향연>을 오는 4월 다시 무대에 올린다.

연출을 맡은 정구호는 “전통무용의 원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무대 형식과 색감을 모던하게 바꾸고 음악에 사용된 악기만 새롭게 구성하면 전통무용이 대중에게 멋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전과는 다른 ‘세련된’ 한국 대표 전통무용 작품을 완성해냈다. <향연>은 절제미와 기품, 장엄함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한국적 미와 얼을 담았다고 호평 받으며 문화체육관광부 ‘2015년 문화융성 정책성과’로 선정됐고, 지난 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16 한국관광의 해’ 개막식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주제로 하는 <향연>은 4막 12장으로 구성된다. 한국 남성 춤의 대가인 조흥동을 필두로 궁중정재의 김영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양성옥이 협력 안무를 맡아 전통에서 현대로의 맥을 잇는 춤을 보여줬다. 1막(봄)은 연회의 시작을 알리는 궁중무용, 2막(여름)은 기원의식을 바탕으로 한 종교무용, 3막(가을)은 여유로움과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다양한 민속무용으로 이뤄져 있다. 4막(겨울)에서는 ‘태평무’를 배치함으로써 태평성대를 바라는 마음을 강조하며 막을 내린다.

▲정구호 연출 <향연>의 태평무

<향연>에서 정구호 연출은 춤 이외에 시선과 집중력을 빼앗는 요소들을 덜어내겠다는 일념으로 의상·음악·무대장치 심지어 전통무용의 가장 큰 특징처럼 여겨졌던 오방색까지 해체해 재구성했다. 춤이 주인공이 되는 공연을 올리고 싶었다는 연출의 말처럼 모던의 극치를 보여주는 그의 특기가 십분 발휘된 것이다.

예를 들어 ‘태평무’ 의상을 모두 빨강과 파랑 계열의 단색으로 정리하고, 무대 장식으로는 노랑과 검정 등을 사용해 무대 전체를 오방색으로 완성시키는 방식이다. 또한 공연 소품으로 사용되는 장구는 검게 옻칠을 하고 ‘바라춤’의 바라는 기존 신주색이 아닌 은색(크롬색)으로 특별 제작해 모던함을 더한다.

무대 미술의 핵심은 10미터 높이의 거대한 매듭이다. 이 대형 매듭은 ㄷ자 무대는 물론 여러 조각으로 나뉘고 합쳐지며 위아래로 움직이는 3면의 스크린과 조화를 이루며 공연 전체의 이미지를 좌우한다.

이번 <향연> 공연은 지난 초연 시 이틀밖에 공연되지 않아 관람을 놓쳤던 관객에게 우리 전통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정구호 연출의 <향연> 중 바라춤

세계와 소통하는 작품 개발, 올해도 계속되는 세계무대 진출

국립무용단 <회오리>(2014)를 비롯한 <묵향>(2013), <향연>(2015)은 국내 호평을 넘어 해외 공연계로부터도 러브콜을 받는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국가 간 교류행사가 아닌, 해외 유수 극장 및 축제로부터 작품 한 편 당 평균 3만유로(한화 약 4천만 원) 이상의 작품료와 체제비를 받는 조건으로 공식 초청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지난해 11월, <회오리>로 프랑스 칸댄스페스티벌 개막 무대에 올라 현지 관객의 기립박수와 함께 “서로 다른 동서양의 문화를 섬세하고 시적으로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던 국립무용단이 올 상반기에도 홍콩과 파리 등 세계무대에서 한국무용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린다.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묵향>은 2016년 홍콩예술축제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선정, 지난 2월 26일(금)~27(토) 양일간 홍콩 APA 리릭극장(HK APA Lyric Theatre)에서 공연되었다. 1973년에 시작된 홍콩예술축제는 한 해 관객 수가 15만 명에 달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축제로, 매년 2~3월 한 달여간 연극·오페라·현대무용·클래식 등 백 편 이상의 다채로운 공연을 소개하고 있다. 홍콩예술축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티사 호(Tisa Ho)는 최근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공연예술계에 전해지고 있는 한국무용의 매력에 대해 접하고, 국립무용단 레퍼토리 가운데 한국적인 색채를 가장 잘 담고 있는 <묵향>을 선정해 공식 초청했다.

양일 공연 모두 1,100석의 티켓이 일찌감치 매진, 뜨거운 인기를 보여준 <묵향>은 “우아한 몸짓에서 동적인 느낌을 만들어내는 기교가 환상적이었다”는 등 현지 관객의 극찬을 받으며 성황리에 공연됐다.

<묵향>은 아시아에 이어 올해 유럽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프랑스 남부를 대표하는 공연예술축제 리옹 레 뉘 드 푸르비에르 페스티벌(Les Nuits de Fourvière Festival)의 공식 초청을 받아 6월 8일(수)~9일(목) 공연된다. 1946년부터 시작해 매년 6월과 7월마다 4천여석의 로마식 원형 야외극장에서 다양한 춤과 음악, 연극 공연을 선보이는데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도미니크 델로름(Dominique Delorme)이 예술감독을 맡으면서부터 대형 무용작품 초청이 많아졌다. 아시아 무용을 관심 있게 검토하던 델로름 예술감독이 직접 <묵향>을 페스티벌 프로그램으로 선정했다고 전해진다.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묵향>

국립무용단은 해외 극장과의 공동제작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는 작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프랑스 샤요국립극장과 공동제작하는 <시간의 나이>를 올해 3월 한국에서 초연한 후, 6월 16일(목)부터 24일(금)까지 프랑스에서 유럽 초연한다. 한국 국립극장·프랑스 샤요국립극장의 제작 및 기획적 역량, 국립무용단의 뛰어난 기량과 안무가 조세 몽탈보 특유의 상상력이 더해진 <시간의 나이>가 프랑스에서는 어떠한 반향을 일으킬지 기대가 크다.

융·복합 콘텐츠 개발을 통한 전통공연예술의 창작 기반 확장 및 새로운 관객 개발

그야말로 융·복합의 시대다. 공연예술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다양한 융·복합 콘텐츠가 전 세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국립무용단 2016년 상반기 일정 가운데서도 융합 프로그램들이 눈에 띈다. 최근 홍콩예술축제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6월 리옹에서 공연되는 <묵향>, 3월·6월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기념하는 <시간의 나이>, 지난 12월 호평 속에 초연되어 오는 4월 레퍼토리로 다시 해오름 무대에 오르는 <향연> 등이 그 주인공이다.

2016년 국립무용단이 선보이는 융합 프로그램들은 크게 장르 간의 융합, 예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나눌 수 있다. 그중 <묵향>과 <향연>은 디자이너 정구호의 참여를 통해 패션이라는 보다 대중적인 영역과 한국무용의 협업을 이뤄낸 장르 간의 융합 사례로 꼽힌다. 정구호 특유의 절제미로 풀어낸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의상은 물론 무대 위 모든 시각적인 면에서 빛을 발하며 현대와 소통할 수 있는 전통을 새롭게 정의했다.

▲프랑스 안무가 조세 몽탈보

조세 몽탈보가 연출과 안무를 맡은 국립극장·샤요국립극장 공동제작 <시간의 나이>에서는 전통과 현대에 대한 조세 몽탈보의 무한한 상상력과 영상 테크놀로지가 결합한다. 그는 1990년대 몽탈보-에르비외 컴퍼니 시절부터 일찍이 영상 테크놀로지를 무대화해 자신만의 정체성으로 정착시킨 융·복합 콘텐츠의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국립무용단과의 이번 신작도 예외는 아니어서, <시간의 나이>에 참여하는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은 지난 1월부터 무대와 똑같은 폭으로 제작된 스튜디오 환경에서 사전 영상 촬영을 진행했다. 융·복합 콘텐츠를 시도하는 예술단체 혹은 예술가들에게는 그 결과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이 작업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국립무용단을 비롯한 국립극장 전속단체들은 2012년 시즌제 도입 이후 패션·연극·현대무용·오페라·대중음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국내외 예술가와의 작업을 통한 전통 기반 공연예술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며 “전통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 전통공연예술의 무한한 발전과 확장 가능성을 검증하고, 장르 간 소통으로 참여 예술가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국립극장이 융·복합 콘텐츠를 제작해가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 수혜자가 예술가와 예술단체, 그 자신만이 될 수는 없으며 융·복합 콘텐츠를 통해 관객에게 신선하고 흥미로운 공연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공연예술계의 트렌드를 알리는 것도 국립극장과 전속단체들이 지닌 21세기의 사명”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