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우환 위작 논란', 이제 미술계는 조롱거리가 되었다
[기자의 눈]'이우환 위작 논란', 이제 미술계는 조롱거리가 되었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07.0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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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작가의 '명예'를 지키려다 오히려 '멍에'를 쓰고 만 '대가'들의 모습
▲ '위작 논란'의 중심이 된 이우환 화백

미술계가 또 뒤숭숭하다. 이번엔 이우환 화백 작품의 위작 의혹이다. 위작을 했다는 화가는 구속이 됐지만 이 화백은 위작을 의심받는 13점의 작품이 "모두 내 작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심지어 경찰이 "4점만 위작으로 인정하라"고 자신을 회유했다고 주장했고 이에 경찰은 "회유한 적이 전혀 없다"면서 이 화백의 주장과는 별개로 수사를 게속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첩첩산중이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고 '대작 의혹'을 받은 조영남은 '사기범'으로 몰리고 있다. 위작은 없다고 주장하는 이우환 화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너무나 차갑다. "그림값이 떨어질까봐 거짓말하는 것"이라는 비아냥이 주를 이루고 이는 곧 대한민국 미술계에 대한 불신과 조롱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일련번호가 동일한 작품이 다수 존재하고 있으며 위작 4점의 물감에서 유리 가루가 발견됐으며 캔버스 및 나무틀 덧칠 등 인위적인 노후화가 있다는 점을 내걸며 위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화백은 "번호가 겹친 것이 꽤 있으며, 작품을 만들 때마다 그때그때 다른 붓과 물감을 사용했고, 한 달에 3,40점을 그렸기에 노후화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모른다"며 맞서고 있다.

▲ 이우환의 대표작 '점으로부터'

이렇게 경찰과 이 화백의 진실 공방으로 사건은 진행되고 있고 이 화백은 "위작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진실 공방과는 별개로 미술계는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소위 '대가'로 불리던 화가들은 어느 순간 '대작을 관행으로 일삼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고 결국은 그림값을 더 받기 위해 위작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덮으려는 이들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화백은 위작범이 밝힌 작품 제작 과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반박 근거를 내놓지 못하면서 "내가 그렸기에 내가 잘 안다"면서 과학적 감정 결과를 무시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이 화백의 의견을 들어주려는 이들에게도 의심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내가 그린 그림을 내가 모르겠어?'라는 그의 생각은 감정으로 호소하는 것으로 들리지, 논리적이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있다. 

이미 '조영남 대작 의혹'으로 실망감을 안고 있는 사람들은 이번 문제를 계기로 결국 대작이나 위작이 '관행'이라는 생각을 더 확실하게 굳히는 느낌이다. 물론 자신이 열심히 그린 그림은 그에 맞는 댓가를 받아야하고 그래야 다음 작품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의 명예'보다 '그림값'을 우선으로 여기는 듯한 소위 '대가'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 미술계는 그래도 건강해"라고 말할 자신이 점점 없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 지난 2013년 '이우환 미술관' 건립을 위해 만난 이우환 화백(가운데)과 건축가 안도타다오(왼쪽), 김범일 대구시장

작가는 결국 '명예'로 살아남는 사람들이다. 명예가 없다면 당연히 돈도 들어오지 않는다. 이우환 화백의 주장도 어떻게 보면 '명예'를 지키려는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위작의 흔적이 있는 그림들조차 자신의 것이라고 아무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우긴다면 이 또한 명예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도리어 명예를 지키려다 오히려 '멍에'를 뒤집어쓸 수도 있는 무모한 시도인 셈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계속 지켜볼 것이다. 그 그림이 위작이냐 아니냐를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사건을 덮으려하는 미술계의 모습을 말이다. 이제 이우환 화백 건까지 밝혀지면서 미술계는 최악의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대가들이 하나둘씩 이렇게 조롱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도 과연 '관행'을 주장할 수 있을까? 미술계는 지금부터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