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수의 미술평론] 무원(舞源), 춤의 혼(舞魂)과 춤의 맥(舞脈)-국립국악원무용단 정기공연
[이근수의 미술평론] 무원(舞源), 춤의 혼(舞魂)과 춤의 맥(舞脈)-국립국악원무용단 정기공연
  • 이근수 무용평론가/경희대명예교수
  • 승인 2016.07.28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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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수 무용평론가/경희대명예교수

우리나라 전통춤의 보존과 전승에 앞장서온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2016년 정기공연(6.17~18, 국립국악원 예악당)은 ‘무원(舞源)’ 즉 우리 춤의 원천이다. 객원안무가로 조흥동을 초청하여 총 안무를 맡기고 최경자(예술감독 직무대행)가 한명옥이 떠난 자리를 대신했다.

1막과 2막으로 나누어진 100분간의 공연은 1막에서 선유락, 처용 등 궁중무용과 나비춤, 바라춤 등 불교무용을 보여주고 2막은 부채춤, 한량무, 장구춤 등 전통춤사위를 응용한 민속춤과 창작춤으로 꾸며졌다.

춤의 혼 즉 무혼(舞魂)으로 명명된 1막의 첫 작품은 선유락(船遊樂)이다. 조선 궁중에 큰 잔치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공연되었다는 궁중무다. 물위에 뜬 돛단배처럼 실제 배의 모형을 무대에 얹어놓고 배경에는 기암절벽과 구름의 바다, 승천하는 용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배 주위를 돌며 여인들의 군무가 펼쳐진다. 고요한 움직임 가운데서 화려함이 배어나오는 품격 있고 아름다운 춤이다.

두 번째 순서로는 전통춤인 처용무(處容舞)와 함께 창작춤인 ‘역신과 처용의 처’를 함께 보여준다. 중요무형문화재 39호로 지정된 처용무는 궁중의 주요행사에서 연회의 마지막을 장식하던 척사(斥邪)춤이다. 9명 남자 무용수가 얼굴에 기괴한 탈을 쓰고 팔다리를 크게 움직이며 느리게 추는 춤사위를 보여준다. <역신과 처용의 처>는 삼국유사의 처용설화인 ‘처용랑망해사’를 모티브로 삼았다. 푸른색과 붉은색 조명이 교차하며 무대에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무대에서 이동준과 장혜림이 타이틀 롤을 맡아 2인무를 춘다.

1막의 세 번 째 무대는 나비춤, 바라춤 등 대표적인 불교의식 춤에 가무보살, 승무를 더한 네 개 춤을 한 무대에서 동시에 보여주는 특이한 무대를 설정했다. 커다란 와불(臥佛)이 배경 막을 장식하고 그 앞에 9명 가무보살들이 한 줄로 늘어서 노래로 흥을 돋운다. 나비춤의 연꽃, 바라춤의 바라, 승무의 북채 등 소도구가 한 무대에서 어울리며 정언(正言), 정견(正見), 정사(正思) 등 불법의 가르침과 불가의 정서를 담아 염불소리와 함께 객석으로 전송한다.

춤의 맥 즉 무맥(舞脈)으로 명명된 2막은 부채춤, 한량무, 장구춤, 호적시나위, 산조춤, 살풀이춤이 차례로 등장하고 오고무가 대미를 장식한다. 부채춤은 김백봉에 의해 1954년 초연된 신무용 계열의 대표적인 창작춤으로 외국인들에게도 가장 인기 있는 춤이다. 금년 처음으로 평안남도 지방무형문화재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두 손에 커다란 부채를 들고 부채의 펴고 접는 군무의 움직임을 통해 다채로운 꽃모양을 연출하는 화려함이 돋보인다.

한량무는 국수호와 함께 한국의 남성무를 쌍끌이하고 있는 조흥동의 대표작이다. 선비의 기품과 기개가 넘치는 호방한 남성춤이면서도 정갈함과 세련미를 풍긴다. 김태훈 안덕기 등 국립국악원무용단을 대표하는 7명 남성무용수가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풍류남아의 기상을 보여주는 멋진 춤이다. 장구춤과 남성 3인무인 호적시나위가 뒤를 잇는다. 여성춤의 날렵한 흥과 남성 춤의 중후한 멋을 대조적으로 보여준 후 무대는 여성무용수 10명이 군무로 추는 산조춤과 살풀이 독무(백진희)로 넘어간다

이지혜가 연주하는 가야금이 공중에 떠있는 듯 바람처럼 가볍게 움직이는 산조춤의 배경이 되어 준다. 무맥의 피날레는 오고무(五鼓舞)다. 4단을 이루며 층층이 선 32명의 남녀고수들이 각각 상하좌우에 배치된 다섯 개의 북을 두드린다. 1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북소리가 한 몸이 된 듯 절도를 이루며 무리지어 울릴 때 보이지 않는 춤사위가 무대 위를 뒤덮는 듯 장관을 연출한다.

전통춤의 보존과 전통에 바탕을 둔 창작춤의 계승이란 목표는 사실 한계가 모호하다. 전통춤을 추면서 전통을 바탕으로 창작 춤을 안무하는 국립무용단과 겹치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두 단체가 모두 예술감독 부재상태에서 외부안무가에 의존한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는 현실로 볼 때 두 무용단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질 것이다.

국립국악원무용단은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나 민속악단과 호흡을 맞추며 국악과 전통춤이 결합된 작품들을 공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단체가 모두 적합한 예술 감독을 영입하여 각자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전통의 보존과 전통에 바탕을 둔 창작이란 당초의 목표를 충실하게 살려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