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동네 한바퀴, ‘대구 중구 근대路’의 야행
환상의 동네 한바퀴, ‘대구 중구 근대路’의 야행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6.08.28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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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사드와 콘서트 등으로 동화 속 장면 연출, 다시 찾고 싶은 여행

지난 26일 대구 시내 중심부 약령시에 위치한 제일교회 앞에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대구시 중구청(구청장 윤순영)이 26일(금)과 27일(토) 이틀간 펼치는 대구 ‘중구 근대路의 야행’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경상감영공원을 시작으로 종로 약령시에 위치한 대구제일교회의 100주년 기념관과 계산예가, 이상화· 서상돈 고택, 계산성당, 3·1만세 운동길을 거쳐 청라언덕까지 밤길 걷기의 행렬을 만들었다.

▲대구 종로 약령시에 위치한 진골목. 대구 근대로의 야행에 참여하기 위한 시민들이 골목길을 돌아 나가고 있다.

이번 행사는 근대골목길 걷기만이 아닌 곳곳에서 콘서트와 뮤지컬, 각시탈 퍼포먼스, 미디어파사드, 사진전 등 다양한 문화공연과 전시, 체험프로그램 등과 평소 개방이 안되는 문화재들을 둘러보며  중구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후 6시 무렵 제일교회 옆 쌈지공원에서는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고 정문 앞 골목에는 근대시대 문화체험을 위한 장터와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었다.

▲약령시 한의학 박물관 옆에 위치한 제일교회.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100년 전의 기록이 오늘날 중요한 역사 자료가 되고 있다. 교회 앞 골목에서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항일 투쟁을 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최근 개관한 제일교회 100주년기념관에서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시대의 생활문화상을 여러 기록 사진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 비록 종교적으로 국한된 유물들이긴 하지만 종교의식과 관련한 사진과 기록, 유물들에서 당시 문명의 발달 정도와 문물의 사용, 문화적 척도를 가늠하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제일교회 100주년기념관. 근대기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여러 사진자료들과 기록물, 종교 의식에 쓰이는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가을을 기다리는 가랑비가 소소하게 내리는 가운데, 근대의 체취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대구 중구야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참여한 시민과 관광객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설레임이 묻어 나왔다.

시민들은 주최 측이 나눠준 청사초롱에 불을 밝히며 ‘중구 근대로의 야행’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번잡한 대로가 아닌 한적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골목길을 따라 ‘빼앗긴 봄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인 이상화와 서상돈의 숨결이 살아있는 고택을 둘러보며 항일정신을 기려보기도 했다.

▲중구 근대로의 야행에 참여한 시민들이 3.1만세운동 거리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쳐 본다.

개막행사가 열리는 계산성당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여기저기서 모여든 시민들로 청사초롱 불빛이 더욱 밝아져 갔다. 계산성당 뒷마당에 마련된 개막행사 무대 주변에는 이날 출연자들이 마지막 리허설로 분주했고, 시민들은 노란 풍선과 청사초롱으로 알록달록 공간을 물들여갔다.

▲개막행사에서 고등학생들이 각시탈을 쓰고 펼치는 독립운동 퍼포먼스.
▲학생들의 퍼포먼스에 맞춰 각시탈을 미리 준비해 온 시민들이 공연자들과 함께 플레시몹을 펼치고 있다.

개막 행사에서 어린이합창단의 ‘우리 대한민국’ 노래에 맞춰 함께 맘을 울렁이며. 고등학생들의 만세운동 퍼포먼스에서는 미리 참가 신청을 한 시민들이 각시탈을 쓰고 율동을 함께하는 플레시몹을 연출해 신선함을 자아냈다. 이날 행사의 절정은 시민들이 들고 온 노란 풍선을 동시에 하늘로 올려보내는 장면이었다. 까만 밤하늘을 수놓으며 올라가는 노란 풍선의 향연은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시민들이 준비해온 노란 풍선을 일제히 밤하늘로 날려 보내는 장면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어 참석자들은 3.1만세운동 거리를 지나 미디어파사드 작품이 벽면을 다양한 색채와 그림으로 물들이는 청라언덕 계단을 올랐다. 청라언덕의 정상의 나무와 건물에는 또 다른 미디어파사드 작품들로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환상을 만났다.

▲미디어파사드가 환상적인 공간을 연출하는 청라언덕 계단을 시민들이 걸어 올라가고 있다.
▲청라언덕. 표지석이 보이는 뒤 붉은 벽돌 건물에 미디어파사드가 다양하게 상영되고 있다.

언덕 위 잔디밭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는 대구 출신의 작곡가 박태준의 곡인 <오빠생각>, <동무생각>, <가을밤> 등이 대구여성중구합창단과 국수초등학교 3학년 이우주양의 고운 선율로 초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담을 수 있었다.

▲청라언덕에서 열린 작은음악회. 대구여성중구합창단과 이우주(국수초등 3학년)양이 함께 박태준 작곡의 동무생각, 가을밤 등의 노래로 가을의 정취를 물씬 자아냈다.

청라언덕을 끝으로 시민들은 야시장이 열리고 있는 서문시장과 교동시장으로 먹거리 여행을 떠나면서 이날 ‘중구 근대路의 야행’은 추억이 깃든 아름다운 밤으로 수놓아졌다.

이은영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