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 미술품을 수집한다는 것
[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 미술품을 수집한다는 것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6.10.28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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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미술품 수집은 취미인가 전문인의 영역인가. 취미라 하기에는 너무 비싼 수집품이고 전문적 영역이라고 하기에는 일반인으로 접근하기에는 영역이 너무 넓다. 현재의 시점에서 보자면 미술품 수집이라는 것 자체가 돈 되는 투자의 영역이며, 재산 증식의 수단이거나 자본의 과시라는 사실들을 멀리하기 어렵다. 

경제적 논리가 온전히 배제된 상태로 무엇을 수집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취미라는 것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즐기기 위해서 행하는 일을 말한다. 전문적이라는 말 또한 사전적으로 말하자면 특정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오직 그 분야만 연구하거나 책임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취미나 전문성의 영역에 자본주의라는  시장 논리가 개입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즐기는 것이면서 돈 되길 원하고, 돈이 되지 않으면 전문가라는 말을 쓰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무엇을 수집하거나 즐기는 취미의 영역에 개인적 취향이 중요하지만 이것과 더불어 재투자 혹은 돈이 될 만한 것을 선호하게 됨은 부정할 방법이 없다. 수석이나 동양란, 심지어는 중국차에 이르기 까지 경매 혹은 개별적 판매와 같이 비싼 것, 몹시 비싼 것이 없다면 수집의 희망 또한 그다지 활발하지 않게 된다.

선친께서는 참으로 다양한 취미를 지니신 분이었다. 소나무 분재에 잠시 심취하여 강원도 오지 바위산을 배회하시다가 수석으로 옮겨 타고는 전국 하천을 누비시곤 하셨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인가는 동양란에 심취하여 이건 한 촉에 얼마고 돌연변이 한 촉에 수 백만 원을 호가한다는 말씀을 하시곤 하다.

간혹 마당 한 켠에 기기묘묘한 괴목(槐木)이 쌓이기도 하였다. 돌이켜 보면 무엇을 하시던 ‘몇 백만 원’ ‘몇 백만 원’하던 말은 늘 따라 다녔다. 끝내 그렇게 희망하시던 돈 되는 성과(?)한번 없었지만 이것저것 돈 들이지 않은 품목으로 로또를 희망하신 것 같다.

그 피를 이어받은 것인지 귀가 얇은 것인지, 국가적 시책인지는 잘 모르지만 40여년 전에 즈음하여서는 우표 수집에 열광한 적 있다. 세계 우표의 날(사실은 세계 우편의 날이다.)이면 텔레비전에서는 우표 한 장에 몇 억에 이르고, 수 십년이 지나면 투자가치가 월등하게 될 것이라는 뉴스가 전국을 감싸기도 했다.

기념우표가 나오는 날이면 새벽부터 우체국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우표시트라고 하여 별도로 발매되는 것은 한정판이라고 하여 이튿날이면 약간의 프리미엄이 붙어 교실에서 판매되기도 하였다. 생각해 보면 가장 적은 돈을 들여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장사가 아니었나 싶다. 전국의 코 묻은 돈이 모여 무지막지한 큰 액수가 만들어져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3천 5백억 원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고갱의 1892년작 고갱의 ‘언제 결혼하니?’라는 작품을 카다르 왕가에서 구입한 것을 보면 세계적으로 돈 많은(?) 이들의 취미활동에 미술품이 필수적인 듯 싶다. 그것이 투자의 목적인지 과시의 것 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말이다.

이러한 미술품의 돈질(?)은 미술시장에 있어서 호재인가 악재인가? 참으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그들이 선호하면 좋은 미술품이 되고 마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혹은 미술작품의 좋고 나쁨을 금액으로 정리되어야 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 라는 등의 문제에 엮여들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속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미술시장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만난 잘 팔리는(?) 어느 부자 화가의 말씀에 못내 곱씹힌다. 

“지금 하는 작품 잘 팔려요? 그렇지 않다면 좋은 그림 아니지요. 당장 바꿔야 해요.”

못내 씁쓸한 가을의 어느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