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 어디에서 답을 구해야 하는가?
[김승국의 국악담론] 어디에서 답을 구해야 하는가?
  • 김승국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
  • 승인 2016.12.0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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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

한해가 저물어간다. 흔히 매년 연말이면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가네요’라는 인사말을 건넨다. 그러나 올 해는 ‘다사다난한 한 해’라는 말을 훨씬 능가하는 그런 한 해였다. 최근 불거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차은택씨와 연관된 문화융성 핵심사업 농단 사건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으며 우리 국민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지난해 정부가 문화창조융합센터, 문화창조벤처단지, K-컬처벨리 등 문화창조융합벨트를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핵심동력으로 구축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문화체육관광부의 막대한 예산이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집중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전통공연예술 분야를 포함한 기초예술에 대한 지원재정이 줄어들어도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감내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는데 그 사업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차은택씨의 이권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는 사실을 접하고 허탈감과 상실감이 너무나 크다.  

보도에 의하면 문화창조융합벨트와 문화창조아카데미, 융복합콘텐츠 사업 등은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가 깊숙이 개입해 이권을 챙긴 대표적인 사업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 얼마 전 국회에서 문화창조벤처단지와 문화창조아카데미 운영 예산을 각각 341억 원, 138억 원씩 대폭 삭감하였으며, 가상현실 콘텐츠 산업 육성 예산도 삭감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예술과 기술의 결합인 융복합문화콘텐츠 산업과 가상현실을 활용한 문화콘텐츠 산업 등은 세계적 대세이며 육성이 필요한 사업이므로 사업 내용만을 떼어 놓고 보면 문제는 없으나 여기에 사적 이익이 개입되었다는 것이 문제이다. 

문화예술의 기능에 있어 문화예술이 고부가 가치를 창출해내는 산업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영역에 투자를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경계해야한다. 가장 필수적인 것은 기초예술이 튼튼해야 한다. 예산 배정에 있어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정부의 집중적인 문화산업 정책 때문에 기초예술에 배정해야할 예산이 위축되거나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기초예술 중 특히 전통예술에 대한 지원은 특별히 고려해야할 포인트다. 왜냐하면 전통예술 자원은 대한민국의 문화적 정체성이 담겨있는 문화유산이며, 우리 문화의 DNA로서 한류의 근간이 되어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킬러 콘텐츠로 재창조되어야 할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예술은 아직도 국민들의 일상 속에 녹아들어가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과거의 예술로 치부되고 있다. 
  우리보다 산업화가 훨씬 먼저 진행된 일본의 경우를 보자. 일본 전역에서 치러지는 대부분의 축제(마쯔리)를 살펴보면 시민 주도형의 축제이며 전통예술이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 마쯔리(축제)의 거리 행렬을 보면 시민 모두가 전통복장을 하고 즐겁게 노래와 춤과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을 어디에 가도 볼 수 있다. 또한 일본의 전통악기 사미센은 일본의 전통음악을 상징하는 악기로 브랜드화 되었다. 

그에 반하여 우리들은 어떠한가? 그 많고 많은 한국의 축제에 시민이 주체가 되어 행해지는 축제가 몇이나 되고, 온 시민이 전통예술의 주체가 되어 행해지는 축제가 있기는 한가? 또한 거문고, 가야금, 피리, 대금, 해금 등 한국의 전통 악기들은 있으나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화 된 대표 악기를 정하고 있지 못하다.  

일본은 되는데 왜 한국은 안 되는가? 그것은 문화적 차이라고 본다. 일본은 어렸을 때부터 전통예술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부모님들과 함께 축제에 참여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는데 반하여, 한국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전통예술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못하며 상급학교 진학 준비에만 매몰되어 있다가 어른이 되어서야 축제를 접할 수 있으니 그런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어디에서 답을 구해야 하는가? 결국, 답은 교육이다. 미국식 선진 교육도 좋지만, 유아기부터 우리 것에서 좋은 점을 찾고, 그것을 교육하고, 늘 가까이에서 전통예술을 즐겁게 접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것이 해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