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과 ‘삼포가는 길’
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과 ‘삼포가는 길’
  • 이진모 시나리오 작가9영상교육원 교수)
  • 승인 2009.08.2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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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모/ 시나리오 작가(영상교육원 교수)

상기한 두작품중 ‘돌아오지 않는 해병’은 익히 알려진 대로 이만희감독의 출세작이며 ‘삼포가는 길’은 그의 유작이다.

헌데 필자가 세 번째 이야기는 좀더 밝고 흥미로운 일화로 전환시킬까 했는데, 지난 8월14일 예고없는 부음이 필자의 휴대폰에 착신되었다. 즉, ‘돌아오지 않는 해병’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한우정 선배가 급서했다는 것이다.

며칠전에는 ‘현해탄은 알고 있다’(감독 김기영)와 ‘아낌없이 주련다’(감독 유현목)의 시나리오 작가인 한운사 선생께서 타계했다고 일간지와 방송뉴스에 보도되었는데 잇따라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한우정 선배는 본래 해병대 정훈장교출신으로 ‘돌아오지 않는 해병’ 시나리오 작업에 동참하면서 군을 떠나 영화계에 입문한분이다. 그는 상기작품외 몇편의 전쟁영화 시나리오를 썼고 해외시나리오 번역등 다양한 집필활동을 하다가 그가 쓴 시나리오제목처럼 이젠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 된 것이다. 이만희 감독 역시 ‘삼포가는 길’을 연출한 후 삼포로 떠나버린것처럼···

우연일치이긴 하지만 작품제목이 주는 뉘앙스가 형언할 수 없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삼포는 어디쯤일까?

넘실대는 파도에 멸치떼 몰려오고, 만선 들어오면 징,꽹가리 울리며 온마을사람들 덩더쿵 덩더쿵 춤사위 벌어지고 얼쑤 얼쑤 추임새 신명나는 갯마을. 갯비린내와 아낙네들의 살냄새와 검게그을린 사내들의 땀냄새 어우러져 한바탕 축제가 벌어지는 그곳, 삼포.

일자리없는 막노동꾼 영달(백일섭). 18살에 고향떠나 인천 노랑집에다 대구 자갈마당, 포항 중앙대학, 진해 칠구등 전국의 이름난 사창가란 안돌아다닌데 없다는 환향녀 백화. 무슨일 때문인지 10년만에 큰집(교도소)나온 정씨(김진규)등 세사람은 눈내리는 벌판에서 우연히 만나 정씨의 고향 삼포로 향한다.

바람불고 눈보라치는 신작로길, 논틀길, 밭틀길을 어기차게 걸어서 상가집 밥얻어먹고 술취해 노래하다 쫓겨나고 폐가에서 모닥불에 젖은옷과 신발을 말리며 서로 다투고 의지하고 업어주고 업히며 마치 오랜만에 만난 고향사람들인냥 삼포를 찾아간다.

삼포는 도대체 어떤곳이길래 그렇게 기를 쓰고 찾아가는 것일까?

삼포에 가면 누구 반겨줄 사람이라도 있단 말인가?

그곳은 아마도 암울했던 시대의 가난했으나 소박했고 다정다감했던 소외계층들의 현실에 실재하지 않았고 돌아갈수도 없었던 환상속의 고향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 이만희 감독과 한우정 선배 그리고 그들이 사랑했던 영화 ‘만추’의 여주인공 혜림(문정숙)은 ‘삼포가는 길’의 여주인공 백화 대신 가상의 이상형 삼포에서 서로만나 지난날 영화계를 추억하며 담소를 꽃피우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다시한번 이 지면을 빌려 고인들의 영전에 명복을 빈다.
 
영화 ‘삼포가는 길’은 한국영화인협회이사장과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이사장을 거듭 지내고 현 한국영상작가전문교육원장인 시나리오작가 유동훈이 각색했는데, 원작의 문학적 이미지와 컬러를 영상미학으로 전환시켜 이만희감독의 탁월한 연출로 승화시킨 수작임을 부기해둔다.

다음엔 ‘이만희감독사단의 남녀 배우들’ 편을 개제할 예정입니다.

정리/ 조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