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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이기웅 국도협 이사장/열화당 대표]우리나라 문화로 일어나야, 다시 한 번 한국의 문예부흥 일으키겠다
문헌을 통한 우리 역사 뿌리를 찾는 것은 내외부에 대한 우리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문화경영은 기다릴 줄 아는 힘, 참을 줄 아는 힘, 시장에서 배척당하고도 견디는 힘
2017년 03월 14일 (화) 10:33:45 이은영 기자 press@sctoday.co.kr

“한국은 압축성장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었고 문화적으로 피폐해졌다. 문화적 시각이나 감각면에서 뒤떨어진다. 특히 문헌, 우리 역사에 대한 기록물이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은 것에 무척 안타깝다”

이기웅 열화당 대표 겸 사단법인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이하 국도협)이사장은 기자를 만나자 마자 우리 문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먼저 털어놨다.

   
▲ 이기웅 사단법인 국제문화도시 교류협회 이사장/열화당 대표

그는 정부 출판정책에도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정부는 시장에다 내 팽개쳐 놓고 승부걸어라. 시장에다 책을 내던져 놓고 승자독식의 세계를 조장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이 이사장은 파주출판문화단지 내에 위치한 열화당 사옥으로 봄날의 소풍처럼 기자를 초대한 자리에서 그동안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현재 대한민국의 문화에 대한 구성원들의 인식과,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가감없이 일갈했다.

그는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 4일간 독일에서 열리는 ‘라이프치히 국제도서전’과 관련해 기자에게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시간을 마련했다. 정식 인터뷰는 아니었지만 이 이사장의 말 하나하나가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 많기에 그날 대화의 기록을 정리했다.

이날 그는 독일이라는 지역에서 열리는 라이프치히 국제도서전이 갖는 의미와 또한 국도협이 도서전에 참가한 계기와 목표, 목적의식을 기자에게 선명하게 인식시켜주었다.

그는 최순우 전 국립박물관장의 ‘한국인은 한국인의 마음’이라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규정한 말을 바탕으로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한글과 한식, 한복, 한옥, 한국음악에 대해 순차적인 의미와 문헌, 기록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에 강조를 더했다.

라이프치히에 독어 영어 한글판 세 개의 잡지로 한국을 선보이다

이 이사장은 라이프치히 한국관 전시를 자청했다. 정부의 정책이 너무 안타까웠기에 나섰다고 했다. “해외 도서전시에 장사하러 내보낸다. 그러나 장사가 되나? 가서 사오기만 한다. 그래서 문화수출입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밥 딜런 가사집, 유명하다는 노벨문학상 등 소위 돈되는 그것을 참을 수 있는 출판인이 없다. 그 일에 대형출판사까지 뛰어드는 것을 보고 많이 실망했다. 출판인의 대표적인 분들도 앞에서는 아닌 것처럼 하면서 돈벌이에 매달리더라. 선배들에게 제발 그러지 말기를 부탁했지만 노벨상만 기다리는 선배들의 얼굴이 싫었다. 그래서 내가 이 일을 자청한 것이다. 이런 한국의 허위를 벗겨낸다는 각오로” 

그는 요사이 교수들이 연구를 너무 안한다고 개탄했다. “우리나라는 문화로 일어나야 한다. 우리가 우선 문헌의 빈곤층이다. 문헌이 너무 없다. 자꾸 허우대만 멀쩡하게 만든다. 외화내빈이다.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가. 존재 자체가 위험한 것이다. 외화내빈 상태에서 우리가 이렇게 앉아 있으면 안 된다. 너무나 빈곤한 문헌, 문헌에 대한 정립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공부와 연구도 안 하고 자꾸 학회에서 떠들기만 한다. 우리가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 이렇듯 그는 자료를 찾으면서 발견한 학계의 연구를 등한시 하는 풍토를 꼬집었다. "여전히 옛날 것을 애들처럼 젓줄만 빨다만다"고 일침을 가했다. 

"학계, 빈곤한 문헌과 정립에 대한 연구 등한시 해, 옛날 것만 여전히 되돌이표"

그는 또 우리가 쉽게 끝내지 않아야 될 얘기가 너무 많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첫 번째 전시에 참여했을 때 한글을 가지고 나갔다. 우리가 무슨 글을 쓰고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책을 내는가 하는 우리글의 뿌리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우리가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조사해서 우리 실체를 드러내는 한편, 우리가 아무것도 없는 나라가 아니라 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내적 질서를 잡아나가는 것이다. 우리 내부를 향한 자문자답이다. 너희들은 한글에 대해 그동안 무엇을 연구했나? 세종임금이 한글 뼈대 잡아놓으시고 주시경 선생이 글을 현대어에 맞게 혁명적으로 일으켰잖나. 한글의 아버지가 주시경 선생이고 할아버지가 세종임금이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있는 거다. 그 분들의 혁명적 작업들 속에서 이뤄진 한글의 태생과 원리 변천, 더 나아가 ‘해외 노동자들이 우리나라 와서 어떤 일들을 하기 위해 한글을 배우려는가’하는 여러 가지 다목적 연구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그 다음 해에는 한복을 가져 나갔고, 지난해는 한옥, 올해는 한국음악을 가지고 나간다고 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음악책 2권을 만들었다. 자료를 다 모으고 국제도서교류협회, 열화당 식구들 우리끼리 또 공부한다. 우리가 공부하지 않으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나. 어마어마한 다목적을 가지고 책박물관에 전시하고 이곳 출판단지에 와서 출판관련자들에게 와서 보라 한다. 그러나 당장 귀에 안들어 온다. 당장 솔깃한 것은 이게 얼마나 돈벌이가 되는가? 이길로 들어서면 영광이 돌아오고 유명해질까? 하는 이런 감각들만 곤두선다. 가치판단이 안서는 것이다“ 

"책의 강조는 기록의 강조,  편집자는 오감에 플러스해서 육감이 더해져야"

"라이프치히 전시에는 반드시 테마를 가진 책을 독일·영어·한국판을 내야한다. 그 책을 전시한다. 올해는 한국음악이란 무엇인가? 역사는 어떻게 되나 악기의 역사는 책이 제시하는데, 음악계 자료가 파편화 돼있다. 그래서 이를 아우르는 편집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나머지는 대중적인 것으로 채운다.

   
▲ 열화당 책박물관 제1전시실

대한민국의 음악은 참으로 좋은 꺼리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질서 속에 놓여 있어야 가치가 있다. 순서잡는 것이 기술이다. 편집자는 수사관 정도의 후각과 청각과 감각을 가져야한다. 편집자에게는 오감에 플러스해서 육감이 더해져야 한다. 이런 것이 대한민국 정치가, 행정가에게 부족하다. 미안한 말이지만 일류대학 나온 사람이 더 떨어진다" 그는 편집자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가 가진 오감에 더해서 어떤 일에 순간적으로 포착되는 육감이 더해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음악이 무엇인가를 연구하고 기록했던 사람을 모아보자 해서 모아봤더니 있긴 있는데 편집자들이 신통찮았다. 기록을 엉망으로 해놔서 안타깝다. 그래서 결국은 책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기록을 잘하지 않으면 어떤 연구도 안 되고 어떤 실적도 없다. 우리가 책을 잘 만어야 한다. 도서전시를 주목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왜 책에다 주목하는가? 왜 북시티인가? 여기도 굉장한 노림수가 있다. 책의 강조는 곧 기록의 강조다. 기록 문화가 없는 나라는 외화내빈한 나라이기에 우리는 내실을 기하기 위해 독일로 간다. 당구의 쓰리큐션처럼 이것을 은연중에 하고 있다. 굉장한 중요한 담론같다. 그래서 우리팀이 강팀이 되고 있다"

한국음악은 한국과 한국인의 마음

우리음악 전시의 가장 주안점은 한국음악의 원천은 무엇인가. 한국인의 마음이 한국음악 아니냐. 한국민은 한국의 마음이다. 국립박물관장과 간송미술관장을 지낸 세운 최순우 선생이 하셨던 말이다. 그 말에 대입하면 ‘한국인의 음악은 한국인의 마음’이다. 그 마음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중요한 작업이다. 우리가 산업화 과정에서 압축 성장하면서 서구적 음악요소에 음악에 휘둘려서 우리 음악은 있는 듯 없는 듯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많은 판소리 열창가들이 나오고 국악전공자들도 많고, 악기들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과연 그 사람들이 한국의 마음을 지키고 있는가?라는 원초적 질문이 있는 거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문헌을 통한 우리 역사의 뿌리를 그들에게 알리는 작업이다. 이것은 곧 국위선양인데, 당장의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기회에 외국 출판사들을 통해 우리 책을 내도록 한다. 그렇다고 영어와 독일어권에 당장 그들에게 한국 책 판매가 되지 않는다. 여전히 서구의 벽은 높고 그들의 패권은 강고하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그들의 여전한 거부감을 설득해서 현지에서 출판을 하고 직접 유명한 큰 서점 몇 곳을 가서 책이 꽂혀있는가를 확인한다. “이것이 진정한 한류수출”이라면서.

"편집자의 역할은 건축가와 같다. 건축가라고도, 아니라고도 생각해 본 적 없다"

그는 편집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건축 또한 편집자와 같은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예를 파주출판단지의 성공을 꼽았다. 

"나는 선교장 학교를 나왔다. 어른들께서 잔소리를 많이 하셨다. 층층시하라 애들은 존재감도 없었다.(웃음). 그런데 내가 우뚝했다. 그래서 역시 남아있는 거다.  열화당을 지으신 5대조 오은(이후)할아버지의 DNA, 문화인자가 인자가 내게 전해졌다. 그래서 유일하게 선대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선교장 가족사진집을 만들어 출판기념회를 했다. 주위에서 깜짝 놀랐다. 자신들에게도 엄청난 사진이 있지만 그걸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했지만 여전히 지금도 출판을 못하고 있다" 이는 편집자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해주는 사례일 수도 있다. 열화당은 최근 백범일지를 새로 만들었다. 백범일지 만들어서 출판단지 안에 들어설 영혼박물관에 비치한다. 그는 이런 것들이 편집자의 힘이라고 말했다.

“이 도시에 거대한 한권의 책을 편집했다. 이건 책 만드는 솜씨지 건축가의 솜씨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나는 건축가보다 더 건축가다(웃음). 얼마 전 건축가 총회에서 나를 명예건축사로 위촉을 했다. 그 자리에서 ”나는 건축가라고 한번도 생각해 본적 없다. 또 건축가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고 했다. 다들 그 말의 의미에 관심을 가졌다. 그건  편집자의 말솜씨다. 직업으로서 건축가는 아니지만 앞서 말한 5대조 할아버지가 건축가였다" 

   
▲ 올해 라이프치히 국제도서전에 소개될 한국음악 문헌들이 전시돼 있는 열화당 내 책박물관

그는 라이프치히 전시 기획을 자신이 했지만 그 자신이 주목받기를 원하지 않았다. 밤시간과 휴일을 반납하고 헌신한 국도협의 자원봉사자들의 가치가 주목받고 주위의 인정으로 돌아오기를 바랐다.

문화경영은 기다릴 줄 아는 힘, 참을 줄 아는 힘, 시장에서 배척당하고도 견디는 힘

“나의 문화가치의 상상력은 뛰어나다 자부한다. 오랫동안 문화경영자로서 경험한 바로는 가치를 얻지 못하면 돈이 들어오다가도 해코지 한다. 가치 우선이기에 가치프레임이 짜지면 문이 열린다. 그러나 그 안에는 아무리 비집고 들어오려도 해도 거친돈은 들어올 수 없다. 안들어 오던 돈도 가치프레임이 잘 짜여지면 들어오게 된다. 나도 여전히 여기에 주머니를 털어 넣고 있지만(웃음). 그래서 이 도서전이 가치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와 근원을 알려주는 것이기에”.

올해로 46년을 맞은 도서출판 열화당은 우리나라 예술서적 전문 출판사로 우뚝하다. 이 이사장은 열화당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가치를 우선해서 이끌어왔다고 했다. 5대조 오은 할아버지가 202년 전에 열화당을 지은 것처럼.

 "그 어른은 놀라운 재주로 집을 지었다. 지금의 속도가 아니다 .조상님을 받들고 가며 아주 완만한 속도 속에서 이뤄낸 성과다. 그것처럼 지금 열화당이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 이것이 문화경영의 한 기초다. 기다릴 줄 아는 힘, 참을 줄 아는 힘, 시장에서 배척당하고도 견디는 힘으로 이뤄낸 것이다"

사진=정영신 기자/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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