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꺼진 수원시향 무엇이 문제인가? 원인 규명을
시동꺼진 수원시향 무엇이 문제인가? 원인 규명을
  • 탁계석 평론가
  • 승인 2017.05.1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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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갈등 해법은 없는가?

반복되는 갈등 해법(解法)은 없는가?

정확한 경위야 알 수 없지만 수원시향의 시동이 꺼졌다. 9년 만에 불거진 갈등으로 당장 연주가 차질을 빗게 됬다. 사표를 던진 김대진 지휘자나 노조가 성명서를 내면서 사퇴를 강요한 오케스트라 양측은 저마다의 주장(主張)이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 순간 수원시향은 갓길에 세워졌지만 시민의 세금이 줄줄 세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에서 문제가 불거지는데는 항상 책임공방이 따른다. 사고가 나면 원인을 규명해야 하고 이는 1급 정비사들이 해야 한다. 공무원이 중간에서 복덕방 역할을 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간 40~50년 간 한국교향악단들이 되풀이해 온 갈등의 양상은 거의 페턴화되다시피했기에 문법(文法)을 아는 입장에선 안봐도 비디오 상황쯤으로 이해된다. 일반인들이야 충격적이라 하겠지만 전조(前兆)도 있는 것이고, 전문가들은 그다지 충격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오케스트라 생리(生理)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 교향악축제에서 음악적인 실수를 두고 이를 만회하려는 지휘자의 강한의욕과 그 과정을 단원들이 힘들어 하면서 감정으로 비화, 갈등이 본격화된 것 같다.

사실, 우리 오케스트라는 ‘빡세게’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단원은 행복한 오케스트라를 원한다. 가능하면 적게 하고, 쉽게 하고, 많이 받는 것을 원한다. 그래서 술렁술렁한 지휘자나 ‘춤추는 지휘자(?)’가 인기를 끄는 경우도 있다.

거꾸로 단원 입장에선 수많은 지휘자를 경험한 탓에 지휘자 실력을 즉각 안다. 객원지휘자라도 지휘대에 서면 단 3분 안에 지휘자를 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모든 지휘자는 토스카니니나 카라얀 같은 카리스마를 원한다. 세기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와 토스카니니가 페르마타(지속음)를 끄는 것을 두고 논쟁한 세기의 자존심 대결이 지휘계에선 많지만 이제는 카리스마시대는 지났고 민주적 리더십이 대세다.

우리 지휘계에선 고인이 되신 홍연택 선생님이 ‘홍핏대’라는 캐릭터로 군림한 카리스마의 전설이었다. 필자가 직접 국립극장에서 본 상황인데 특유의 삼각 지휘법(?)으로 끌어가자 성악가 입장에선 오케스트라와 달라 노래의 흐름상 호흡을 맞추기 힘들게 되었다. 선생께서 눈총 레이저를 계속 쏘아대니까 참다못한 현재 중앙대 테너 S 교수가 선생님이 틀리선 것이라며, 그럼 제가 지휘할테니 노래해보세요!.라며 들이 받은 것이다. 찬물을 끼얹은 듯 썰렁한 분위기였지만 더는 말씀을 하지 않고 지휘는 계속되었다.

음악에서 생긴 문제는 노조 아닌 음악으로 풀어야

이성(理性)보다는 감정(感情)을 주(主) 재료로 하는 음악을 요리하다보면 실수로 접시 깨는 일도 생기고 국을 쏱을 수도 있다. 누구 탓이냐의 과실을 따지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음악은 음악 안에서 풀어가는 것이 예술가일 것이다.

하나 분명한 것은 한국오케스트라가 오케스트라 정신에 더 엄격해야 하고 책임과 의무란 입장에서 고칠 것이 너무도 많다는 점이다. 심하게 말하면 ‘오케스트라’는 들어왔지만 ‘제도’나 ‘정신’은 빼놓고 들여왔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많다. 설상가상 이것이 공무원 시스템하에서 작동되다보니 사고도 잦고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본말전도의 상황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문제 해결의 키(key)가 예술과 무관한 노조의 등장으로 본질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오죽하면 ‘지휘자는 파리 목숨’이란 자조(自嘲)가 회자되니 한국 오케스트라가 이 한계의 늪에서 정체될 수도 있다.

몇 해 전 대구시향 단원 10 여명을 잘랐던 K지휘자도 바닥 수준으론 더끌어 올리지 못한다며 실력 향상을 내세웠지만 물러나야 헸고, 오디션에서 짤린 단원은 전원 복귀되었다. 4년 전 해산 직전 까지 갔던 KBS 교향악단 시태는 낙하산 지휘자 때문에, 정명훈 서울시향은 박현정 대표와의 갈등으로... 오케스트라 문제는 항시 큰 바다를 지나는 배처럼 폭풍도 오고 평화도 있다.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 진단과 처방부터 정확하게 해야 할 상황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