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문화재] ‘의식 있는’ 기업 … ‘문화재 지킴이’ 민관협력 사회공헌활동
[다시보는 문화재] ‘의식 있는’ 기업 … ‘문화재 지킴이’ 민관협력 사회공헌활동
  • 박희진 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
  • 승인 2017.06.0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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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원

지난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외교활동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역사자료가 다수 발굴되어 이슈 된 바 있다. 당시 발견된 역사자료의 추정 시기는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고자 강제로 체결한 을사늑약 이후, 공사관의 공식 활동이 정지된 다음 해로 추정되어 자료 자체가 외교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지상 3층, 지하 1층의 규모의 공사관은 조선시대를 거쳐 대한제국까지 외교의 장으로 활용되었던 유일한 외교건물이다. 대한제국의 외교관들이 활발히 활동한 120년 역사를 대변하는 장소이기도 해서 당시 자료발굴은 근대역사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복원을 위해 5월30일 문화재청(청장 나선화)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지건길)은 (주)스타벅스커피 코리아(대표이사 이석구)와의 후원 약정식을 열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에 스타벅스는 2억 원이라는 거대 후원금으로 복원된다.

지난해 연매출 1조28억 원- 전국 1031개 매장을 갖고 있는 스타벅스가 2009년부터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키는 문화재지킴이로 활동해왔고, 이제 본격적으로 문화재 복원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 스타벅스의 후원한 2억 원은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한국 전통 정원을 복원하기 위한 비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렇듯 기업들의 우리 문화재 보존과 복원에 관심이 눈에 띠게 커지고 있다. 사회적 책임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문화재 복원 사업에 적극 뛰어들며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려는 노력이 다양하다. 기업 입장에선 기업의 대외 이미지 선전뿐만 아니라 사회 환원도 하고 문화유산도 지키는 일석삼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자동차는 창사 40주년이 되던 해 2007년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의 자동차를 복원하는 사업을 후원했다. 고(故) 정세영 회장 당시 추진됐던 프로젝트로, 1992년 복원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현대자동차는 11억 원의 후원과 함께 연구소의 기술력을 동원해 2001년 복원에 성공하였다.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며 국내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이미지를 살려 고차(古車) 복원에 참여한 것. 고차(古車) 복원은 자동차의 부품을 역순으로 조립하고 내·외부 정교한 장식 작업이 더해져야 하기에 전문기술이 요구되는데,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의 참여로 복원에 성공하게 되어 기업의 성공적인 문화재지킴이 사례로 기억되었다.          

2006년 6.25 전쟁 당시 비무장지대 내 증기기관차의 화통(등록문화재 78호) 영구보존에 나섰던 포스코도 문화재지킴이를 대표하는 기업의 하나이다. 포스코는 그 동안 남한 최초의 현대화된 제철소 고로인 ‘삼화 제철소 고로’의 원형을 복원해 근대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하는 등 문화재 보존활동에 적극 참여한 기업이었다.

화통 영구보존에서도 보존처리 비용 전액을 포스코에서 부담하고 포스코 산하단체인 포항과학연구원에서 실무 작업을 이끌었다. 포스코는 이외에도 국가지정문화재 가운데 금속문화재의 조사와 분석의 DB를 구축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조사와 분석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에 의해 문화재가 관리될 수 있다. 문화재지킴이 포스코는 2005년 문화재청과의 협약을 체결해 12년차 문화재지킴이 배테랑 기업이 되었다.

포스코의 최근 행보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포스코와 광양시가 손을 잡고 무형문화재를 후원하기도 한다. 포스코 그룹 임직원의 급여 1%기부로 운영되는 포스코1%나눔재단을 통해 한국 전통 금속공예를 계승하고 보존하기 위해 중요무형문화재를 지원하기도 한다. 2013년 설립된 포스코1%나눔재단은 유네스코 등재 사진전 개최, 전통예술단 활동 지원, 전통음악 신진예술가에게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작은 음악회를 여는 등 전통문화 보존∙계승 지원 사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기업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우리는 단순히 자선행위이거나 영리추구의 후원, 협찬으로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개념 아래 등장한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기업들이 참여하는 활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산하 문화재단을 통해 지원하는 경우와 기업의 홍보부서 전담 아래 이뤄지는 참여, 어떤 형태로든 우리 문화유산의 보존과 관리, 복원에 구체적으로 합류하며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보여진다.

과거 기업에서 사회 환원의 목적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운영하는 일부 사회활동은 개인 소유 문화재를 등록하게 되면 양도세를 유예해주고 재산세는 50% 감면해주는 법적 체계 아래 결국 자기 배부르기 위한 곡간 채우기식 문화재 사들이기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문화재지킴이로서 문화재의 지속적인 보존과 복원 사업의 참여는 기업과 사업가 공동의 이익을 채워가는 형태이기에 매우 이상적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이 나서서 우리의 것을 보호하겠다는 의식의 확산은 단순 기업이나 조직의 문화를 넘어서 개인으로까지 문화재 보호에 대한 바른 인식을 확대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격동기를 넘어선 근대 우리 역사의 현실적은 증거들을 개개인이 보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문화재에 대한 개인 인식 부족이 개인 소유로만 한정적일 수 있는 위험부담을 줄여주고 문화재의 소멸이나 방치를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이 되기도 한다.
 
다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의식 강도를 조금 더 높여줄 필요는 있다. 최고경영자의 개인적 기호나 친분에 따른 일시적이고 즉흥적인 지원이 아닌 지속가능한 파트너쉽과 스폰서쉽을 바탕으로 마케팅 전략에 입각한 전문적인 활동을 지향해야 한다. 즉, 지속적인 문화재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서 전문화된 메세나 담당 부서가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맞는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이나 활동 절차를 객관화시키고 기업의 업무로서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문화재청 또한 이러한 기업 행보에 발맞춰 문화재 전문가를 발굴하고 기업에 배치하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재지킴이의 전문 인력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의식 있는 기업의 적극적인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후원에 좀 더 고민하여 함께 성장해갈 수 있고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문화재지킴이 사업이 기업을 통해 개인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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