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의 비평의 窓] 우리 창작 오페라의 '매진'을 주목한다
[탁계석의 비평의 窓] 우리 창작 오페라의 '매진'을 주목한다
  • 탁계석 평론가
  • 승인 2017.07.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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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기 시작한 관객들, 지금이 바로 기회다

최근 오페라界에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제목도 생소한 서양오페라에 등을 돌린 관객들이 우리 말, 우리 정서 오페라를 찾고 있다. 

지난 5월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에서도 한국 창작 오페라는 매진사례였다. 임희선 작곡의 ‘고집불통 옹’과 이건용 작곡 ‘봄봄’이 매진이 됐다. 또 지난 14일엔 전주 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 오른 이용주 작곡의 '음악극 윤동주'도 매진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부산 사하구 무대에 오를 예정인 최천희 작곡, 윤흥신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오페라도 공연 2주 전에 표가 동이 났다.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는 이미 ‘아하! 오페라’를 3년간 18회의 공연을 해서 완전 매진시킨 사례도 있어 대중오페라의 성공 가능성을 활짝 열어 놓은 바 있다.

서양오페라에 밀렸던 우리 오페라, 역전이 가능할까?

▲ 매진사례를 이룬 '음악극 윤동주'

예전에 없었던 창작 오페라 열풍이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크게는 그간 뮤지컬 시장이 깔아 놓은 극(劇) 공연문화에 대한 국민적 인지가 높아진 탓으로 보인다. 사실 관객들이 뮤지컬과 오페라를 구분 못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외국 작품에서 받는 이해 결핍 스트레스 대신 우리 것이 쉽게 와 닿는 점이 통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마치 오랫동안 헐리우드 영화가 시장을 지배하다 우리 영화에게  시장을 넘겨준 것과 마찬가지의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우리 문학, 우리 고전, 여기에 영웅 오페라에서 벗어난 소박한 소재의 콘텐츠가 대중들에게 친밀감을 주고 있다. 과거 창작 티켓이 10장도 팔리지 않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물론 티켓 매진이 바로 흥행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업적으로 이익을 보려면 이건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다. 장기공연, 홍보, 마케팅이 달라져야 한다. 그럼에도 이런 붐 조성이 새로운 물꼬를 트는 마중물 역할을 하기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권위주의 의식 버리고 현장과 상생, 협력하는 분위기 조성 필요

2018년은 한국 오페라 70년이다. 그동안 성악가들이 탁월한 기량을 갖추는데는 성공했다. 이제부터는 현장에서 뛰면서 직업가수가 되는 것이 과제다. 이를 위해 우선 지원정책의 변화가 필요하고 우수작품을 중심으로 지속지원이 가능해야 한다. 작품이 브랜드로 성장, 정착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지역 공간들과의 협업, 상생하는 시스템, 서로 창의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매칭하는 유연성의 확보가 관건이 아닐까 싶다.

그러지 않고 공정성, 형평성, 성과주의, 전시성에만 집착한다면 현장은 죽어간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인 일자리창출 차원에서도 공공에서부터 손을 내미는 혁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관객은 변하기 시작했다. 기회 포착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