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의 비평의 窓]문화예술위원장 등 문체부 산하기관 인사 규정부터 먼저 만들어야
[탁계석의 비평의 窓]문화예술위원장 등 문체부 산하기관 인사 규정부터 먼저 만들어야
  • 탁계석 평론가
  • 승인 2017.07.2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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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젠테이션, 부처(部處)마다 도입 검토 등 새정부 기조에 걸맞게
▲ 탁계석 평론가

얼마전 청와대의 국정 100대 과제 프리젠테이션은 달인(達人)들의 콩쿠르 같았다. 대통령의 입가에서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렇게도 바뀔 수도 있겠구나하는 희망이 보였다.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것 같다.

청와대의 국민과의 소통이 이처럼 환영받듯이 각 부처로 넘어간 인사(人事)도 이를 따랐으면 좋겠다. 지난 정부와 달리 이번엔 장관에게 모든 권한과 책임이 주어졌으니까 말이다. 문체부가 국정농단의 진원지였던 만큼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국민들이 문화를  즐기면서 희망의 싹을 틔워내야 한다. 그  첫 단추가 인사(人事)다.

그런데 블랙리스트로 몸살을 앓았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가 이렇다할 새로운 인사규정도 없이 위원장 공모를 띄웠다. 문화예술인들에게 막강한 권력으로 자리하고 있는 기금 지원기관인 문예위의 박명진 전 위원장은 블랙리스트 핵심 실행기관의 주역이었다. 임명 당시 예술단체들이 피켓을 들고 반대를 외쳤지만 노조가 성명하나 내지 않고 받아들였던 그는 지난 2월 '영혼없는 사과문' 한장만 달랑 남기고 5월 초 문예위를 빠져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문체부가 문화예술계가 납득할 수 있는 ‘새술은 새부대’에 담는 인사규정도 없이 기존의 형태를 답습한다면 새 정부의 문화정책에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은근슬쩍 첫 단추 인사가 이러하다면 산하기관 인사도 그렇게 하겠다는 것인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시계는 초침이 뛰는 듯 하지만 부처는 아직도 할아버지 기둥시계처럼 느슨하다.

인사 파행은 노조 투쟁, 단원 갈등 공공예술의 위기 초래

당장 국, 공립예술단체장의 자리가 비었다. 어떤 방식으로 뽑을 것인가. 예전의 낡은 방식이 아닌 대통령 말씀대로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공모(公募)가 공모(共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전문적인 자리의 인사는 밖에서는 몰라도 내부에서는 훤하게 모두가 들여다본다. 하나의 움직임만으로도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안다. 모르는 것은 이를 주관하는 공무원이나 압력을 가하는 정치권일 뿐이다.

▲ 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가 53일간의 투쟁으로 국립오페라단 낙하산 인사 단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엊그제 단장이 임기 중 자진 사임을 한 국립오페라단의 경우도 연속해서 4회나  임기 중 사퇴를 했다. 그만큼 심각하다.  거기에는 부당한 낙하산 인사에 반발해 필자를 비롯해 오페라인들이 53일간의 긴 투쟁을 한 상처가 있다. 김종덕 전 문화부 장관을 향해 고발장도 날렸다. 결국 국정농단임이 밝혀진 것이지만 뒷맛은 이후 단장에까지 남아 개운치 않았다.

따라서 한국문화예술위원장,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 등 문체부 산하기관에 인사시스템의 기본 방침이 먼저 서야한다. 국민들은 그동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건에서 본 비전문 낙하산 인사들에 대한 폐해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담당자가 탁상에 앉아  누구, 누구는 어떠하냐?  000 카더라~ 식 귀동냥 인사가 새 술은 새 부대, 새 정부 인사  방향일 수는 없다. 당당하게 소견을 발표하는 것이 어려운 때가 아니다. 가요에서도 ‘나가수’, ‘복면가왕’ 방청객이 점수를 매기는 세상이다.

이런 방식은 임명권에 영향을 행사하는 권력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립합창단의 경우 응모한 지휘자 2~3명을 압축해 한 두 달에 걸쳐 실전(實戰)에 투입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잘 아는 것이 단원이기에 외국오케스트라에선 단원이 참여해 표를 던진다. 사실 응모 자체가 실력을 인정받는 것도 된다. 공개 프리젠테이션으로 인사의 새 패러다임을 만든다면 갈등의 후유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전 공개는 최소한 ‘낙하산’이나 ‘듣보잡’을 막을 수 있다.

응모 순서대로 공개하면 불필요한 낭비를 막는다

순서대로 인터넷 공개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 사람을 뽑기 위해 삼고초려, 인재 구하기에 나서야 문제가 풀린다. 그러지 않고 캠프에 봉사한 사람, 줄을 댄 사람, 정치권만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한다면 악몽을 되풀이 할 뿐이다.

도종환 장관의 청사진 발표에 대한 기대

신뢰가 있어야 좋은 사람들이 공모에 참여한다. 시간이 좀 걸려도 공정하고 정의로운 길을 선택하자. 예술계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가질 때 하나씩 만들어진다. 불이익을 받을까 숨죽인 환경에서 예술계의 권익은  더 이상 없다. 모두가 나와서 토론의 광장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쌓인 적폐를 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