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선의 포토 에세이 23] 지승공예가 나서환
[천호선의 포토 에세이 23] 지승공예가 나서환
  • 천호선 전 쌈지길 대표
  • 승인 2017.07.2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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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1과 22일 장마 빗속을 뚫고 북한강 상류 ‘평화의댐’ 인근 강변에 살고 있는 지승공예가 나서환씨의 집을 다녀왔다. 차로 3시간반 정도 댐 밑까지 올라간 다음에 요트로 5분간  강을 따라 내려와야 하는 교통이 엄청 불편한 곳이지만, 경치는 말할 것도 없고 기대 이상으로 예쁜 집에 살고 있었다. 

나서환씨는 3대를 이어온 지승공예가로서 2005년경 쌈지길에서의 초대전 이후 한동안 연락이 끊어졌다가 2009년 다시 쌈지길에서 ‘재빼기-나서환’전으로 전통지승공예의 원형을 보여준 인물이다(재빼기는 ‘재 너머의 꼭대기’라는 뜻을 가진 순수 우리말). 

연락이 끊어진 동안 교통사고로 자식들 둘을 잃고나서 몇 년간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산속만 돌아다니던 나서환씨는 6년전 화천 북한강변에 거처를 정했고, 일본, 미국, 이태리, 미국 등 해외전시도 하면서 원주에서 제자도 키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말로 ‘노엮개’라 불리우는 지승공예는 끈기와 인내의 산물로서 옛날 선비들이 한지로 만든 고서들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 꼬아서 노끈을 만들고 그것을 엮어 그릇, 안경집, 의상, 함 등 각종 생활용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몇 명의 지승공예가들이 있지만 대부분 변형된 기법을 사용하고 있고, 몇 대를 이어온 작가로서 전통 기법을 그대로 지키는 작가는 나서환씨가 유일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