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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디어 아티스트 육근병 “눈에 안 보여도 필요한, 바람같은 ‘중요한’ 작가로 남기를”
“프로작가라면 보편적 가치관은 의무, 우리 문화 코드 알려면 역사를 알아야”
2017년 07월 28일 (금) 14:51:53 이은영 편집국장/임동현 기자 press@sctoday.co.kr

무덤. 그 무덤 속에는 모니터가 있다. 모니터에는 사람의 눈이 크게 확대되어 있다. 마치 무덤 속에서도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한 설치작품. 그 작품을 만든 이가 바로 육근병 작가다.

지난해 부산비엔날레 전시와 개인전 ‘새로운 시간’을 마친 육근병 작가는 내년 아트선재센터와 독일 브란덴부르크 전시 준비에 한창이었다. 그는 30년이 넘도록 매일 생텍쥐페리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새롭단다. 그리고 말한다. “역사를 알면 삶이 지루해지지 않아요. 뭔가 해야할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니까”.

중간중간 농담과 비속어를 섞어 말하는 작가와의 대화는 유쾌했다. 그 유쾌함 속에는 작가로서 본분을 다하겠다는 육근병 작가의 진심이 담겨져 있었다.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비대칭’이라고 정리를 내리고 ‘문화 코드를 알려면 역사를 알아야 한다’면서 역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던 육근병 작가와의 인터뷰는 하나의 재미있는 ‘인문학 강의’였다.

   
▲ 육근병 미디어 아티스트 (사진=정영신 사진가)

올초에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글로벌 부문 수상자가 됐는데 늦었지만 소감을 부탁드린다

신문사에서 상을 받은 게 참 오랜만인 것 같다. 조선일보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받고 이번에 받는 건데 중요한 상이라고 생각한다. 수상자들이 노는 이들이 아니잖나. 모두 자기 분야에서 자신의 몫을 충실히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주목을 받고 상을 받는 것이다.

서울문화투데이가 내게 글로벌 부문 상을 줬는데 프랑스, 독일 같은 외국에서 ‘너의 빛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서 주는 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상 물릴거야(웃음). 

이런 상은 좀 확장을 했으면 좋겠다. 문화관광체육부가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이라고 본다. 아마 지원을 해주는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제도 시스템이 진화가 되야한다고 생각한다.

‘UN 프로젝트’를 공개한다고 한 게 몇 년 된 듯한데 여전히 공개가 안되고 있다

15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것이다. 9.11 사태가 나면서 연기됐고 원래는 2014년에 하려했는데 변화가 생겼다. 좀 더 업그레이드하자는 생각을 하고 추진하면서 전 단계를 먼저 밟자고 생각해서 진행을 하고 있다. 

내년 6월에 독일 브란덴부르크에서 전시를 하게 되는데 통일부와 KBS의 지원이 있다고 한다. 통일부에게 국가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냥 연출만 하면 된다고 했더니 통일부가 입장 정리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나는 솔직히 정부 돈을 받기 싫다. 바로 간섭이 들어온다. 물론 그분들이 해를 주지는 않지만 어떤 곳에 썼다는 영수증을 만들어야하고 상당히 복잡하다. 그것을 좀 지양하려는 생각이 있다.

청와대와 관련해서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십이지신상인데 내 작품의 기본적인 소재가 ‘눈’이잖나. 청와대를 건드리겠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그 말은 청와대 건물을 활용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12라는 숫자가 의미가 있는 숫자 아닌가. 1년도 12월이고 십이지신상도 12상이다. 십이지신상을 인류를 상징하는 것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하드웨어가 청와대고.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고 일단 그런 생각만 가지고 있다는 것만 밝힌다(웃음). 정해진 건 없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청와대를 나온 대통령 중에 좋게 나온 대통령이 없지 않나. 뭔가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이번에 포함될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써도 된다(웃음).

최근 회화 작품들도 선보이고 있는데

내 주종목이 영상이고 미디어 아티스트인데 작품과 관련된 부분을 캔버스에 그리는 것이다, 작가는 드로잉 페인팅이 기본이다. 영상의 컨셉을 캔버스에 그리는 것이다.

지난해 ‘새로운 천사’ 개인전을 치렀다, 발터 벤야민이 소장하고 있던 그림을 소재로 한 작품이 있던데 

2차대전 때 독일군에 희생당한 유대인들이 많은데 엄마와 아빠,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물론 똑같이 죽음을 앞두고 있는 아이들이 입간판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안내판에는 ‘이쪽으로 가라’고 적혀있는데 바로 죽으러 가는 거다. 아이는 아무도 모른다. 아이는 천사로 보인다. 슬픈 천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생존의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는 거지.

베를린의 한 박물관에서 그것을 봤는데 보고나서 큐레이터에게 이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작품에만 쓴다고 약속을 하고 허가를 받아 할 수 있었다. 

   
▲ 독일 전시를 준비 중인 육근병 미디어 아티스트 (사진=정영신 사진가)

‘생존의 역사’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생존이라는 것이 정신적인 부분이 있고 생물학적인 부분이 있는데 정신의 구조에서 보는 상태가 중요하다고 본다. 내 작품의 주소재가 ‘무덤’인데 무덤은 생물학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정신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죽어있는 공간이 아닌 것이다. 

역사가 있기에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가족에도 족보가 있고 나라에는 국사, 세계에는 세계사가 있다. 역사를 개념적으로 보는 예술가들이 많은데 나는 역사가 가지고 있는 가치가 느껴진다. 작가나 철학자가 죽었다고 책이 다 죽나? 오히려 시대가 바뀔수록 살아 움직이잖나. 내가 생텍쥐페리의 글을 30년이 넘게 보고 있고 매일매일 <어린왕자>를 읽는데 봐도 봐도 새롭다. 그때그때 느낌이 다르다.

역사를 알면 삶이 지루해지지 않는다. 내가 할 일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기에 삶을 살아야할 이유가 생기는 거다. 다시 말하지만 역사를 알면 삶이 지루해지지 않는다. 

‘눈’이 육근병 작품의 키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데 눈(eye)의 의미는 무엇일까?

눈은 창이다. 흔히 ‘마음의 창’이라고 하지 않는가. 말로 하는 것보다 눈으로 소통하는 부분이 많다. 사람이 말을 못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눈에는 어마어마한 카리스마가 있다. 무덤에 눈이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몸은 죽어도 살아있다는 뜻이다. 나는 지구를 우주의 축소로 보고 있는데 지구는 오대양 육대륙이고 사람은 오장육부가 있다. 뭔가 통하지 않나? 지구와 세포의 구성력이 똑같기 때문에 우리가 지구에 살고 있는 것이고 그 사람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눈이다. 

어린 시절 생각이 나는데 어릴 때 담장 구멍에서 우리 집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참 재미있었다. 한동안 잊고 있다가 커가면서 그게 왜 재미있었나 생각하게 됐는데 그 작은 구멍으로 보면 집도 배추도 유난히 크게 보였던 것 같고 그러면서 상상을 하게 된 것 같다. 그 어렸을 때의 생각이 참 중요했었다고 본다.

‘제2의 백남준’이라는 별칭에 대한 생각은?

일본 언론에서 이 말을 붙였는데 기분은 나쁘지 않았지만(웃음) ‘과연 그럴까? 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감 같은 것이 아니라 ‘내가 이런 말을 들을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이다. 일전에 어느 기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길래 “그건 당신의 생각이고 나는 내 길을 간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내 길을 묵묵히 가면 된다.

백 선생님과는 오랜 친분도 있었고 선생님께서 나를 참 좋아해주셨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육군’이라고 부르면서 애정이 담긴 말, 당신의 진심이 담긴 말을 많이 해주셨다. 어떤 평가를 해주셨는지를 묻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선수끼리는 평가를 하지 않는다(웃음)

지난해 부산국제비엔날레에서 ‘한중일 아방가르드’를 한눈에 보는 전시가 있었다. 여기에 참여했는데 그 의미를 짚는다면

7,80년대 한국과 일본 아방가르드를 재조명하면서 검증하려는 목적이 있었는데 뜻이 있어 참여를 하게 됐다. 그때 포럼에 참석했는데 내가 이런 말을 했다. ‘아방가르드의 시대적 기준에 약간 모순이 있다. 재조명의 의미는 좋지만 아방가르드는 시대 사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아방가르드다’라고 말이다.

전시에서 중국 아방가르드를 소개한다고 했는데 중국은 아방가르드가 없다. 억지로 맞춘 거다. 아방가르드는 저항이란 뜻이다. 아방가르드의 기본과 출발점이 저항이다. 기준을 잡고 가려는 것은 마치 가두리 양식과 똑같다. 열어놓는 것이 훨씬 더 지향점과 맞다. 사대주의적인 논점에서 벗어나야한다고 말했더니 박수가 많이 나왔다(웃음). 그게 내 진심이니까. 작가로서의 양심이니까.

   
▲ 지난해 부산국제비엔날레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육근병 미디어 아티스트

한국미술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보나?

서양은 물론 일본, 중국도 모두 형식이 대칭이다. 도자기를 반을 나누어보면 명확하게 대칭이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비대칭이다. 한복을 보면 저고리는 짧은데 치마는 길다. 뜯어보면 대칭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아주 간단하다. 한국미술의 정체성은 비대칭이다.

서양은 4분의 3박자, 8분의 6박자를 맞춰야하는데 우리는 엇박자도 잘 맞춰서 ‘짝짝짝짝짝 대~~한민국’을 외친다(웃음). 서양 친구들이 박자를 못 맞춘다. 곳곳에 숨어있는 비대칭이 우리의 문화다. 간단한 말에도 현장의 호흡이 들어있다. 대칭적인 부분이 없다. 신비로운 것은 다 비대칭이다. 

이런 교육을 우리 미술하는 사람들은 배우지 못하고 서양미술사만 배우니 이런 신비함을 알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코드이며 코드를 알려면 역사를 알아야한다.

최근 설치미술을 하는 젊은 작가들이 많다.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들의 작품 세계가 난해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청신호다. 진짜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것이다. 사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진짜 작가가 되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기에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데생 등 기본이 다 되어야하는 건 맞다. 하지만 백남준 선생은 미대도 나오지 않았고 그림도 못 그렸다. 잘 그린 그림은 생명이 짧고 좋은 그림은 못 그려도 상관 없는 것이다.

작가는 보편적인 가치관이 있어야한다. 그것은 프로 작가의 의무이고 이것을 지키지 않았기에 프로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전시를 해놓고 보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한다면 그것은 작가의 책임이다. 예술은 인문학적 서비스고 예술가는 바로 그 서비스직이다. 보편적인 컨텐츠를 발굴하고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해야한다. 그것은 작가의 책임이다.

현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나중에 장관 만나면 ‘똑바로 잘합시다’라고 직접 말할까한다(웃음). 정책 연구를 하는 사람 중에 미술 음악 전문가가 없다. 연구만 한다. 다양한 집단의 전문가를 통해 의견을 취합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전문가는 나 같은 사람만 아니면 되고(웃음).

예술은 느끼는 거다. 접근도 하지 않고 뭔가를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연극도 보고 미술도 보고 다 보고 다니는 그런 자세가 있어야한다. 옛날 왕들도 몰래 궁을 나와 백성들의 모습을 살피지 않았나. 그렇게 해야 한다. 다녀야 한다. 맨날 책상에만 앉아있지 말고.

앞으로의 계획은? 그리고 어떤 작가로 남고 싶은지?

내년에 브란덴부르크 전시도 있고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시를 할 예정이다. 회화와 판화 작업도 진행하고 ‘눈 시리즈’도 계속 된다.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나. 그 일을 하면서 바람처럼 있고 싶다. 눈에 안 보여도 필요한, ‘중요한’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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