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가족 관찰 예능은 왜 불편한가?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가족 관찰 예능은 왜 불편한가?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 승인 2017.08.2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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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2013년 첫 선을 보인 MBC 예능 <아빠! 어디가?>는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아빠! 어디가?>는 연예인 가족이 전면에 나선 예능프로그램이 많지 않았던 당시 화제성과 시청률을 동시에 잡으며 큰 인기를 누렸다.

특히 여느 가정처럼 바쁜 아빠와의 친밀도 쌓기, 더 나아가 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추면서 아버지와 자녀의 성장 스토리를 담았다. 베일에 가려있는 연예인 자녀를 보는 재미도 한 몫을 하며 다방면에서 큰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아빠! 어디가?>의 성공 이후, KBS와 SBS는 물론 종편과 케이블방송까지 다양한 형태의 가족 예능이 물밀 듯이 쏟아져 나왔다. 초기 가족 예능이 연예인 자녀에 국한되었다면, 이제는 배우자는 물론 장인, 장모, 시부모까지 출연자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가족 예능도 리얼버라이어티를 넘어 이제는 관찰 예능의 형식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관찰 예능도 출연자나 PD의 개입이 없는 완전 관찰형과 액자식 관찰 카메라로 나뉜다. 액자식 관찰카메라란, 관찰카메라를 또 다른 출연자 혹은 MC가 스튜디오에서 함께 보며 중계 형식으로 상황을 살펴보는 형태이다.

SBS <미운우리새끼>가 현재 화제작 중에서는 대표적인데, 결혼하지 않은 노총각들의 일상을 훔쳐보는 어머니들의 평가를 통해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최근 SBS는 자사 예능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액자식 관찰 예능에 할애하고 있는데, 상당수의 내용이 연예인 가족의 일탈, 여행을 지켜보는 형태로 구성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가족 관찰 예능이 이제 더 이상 신선함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2013년부터 더 이상의 새로운 예능 형식은 없는 것처럼 가족 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연예인 가족에 대한 호기심, 일탈 행위라는 두 가지 필수 요소로 시청자들의 환심을 사려는 모양새이다. 지금까지 가족 예능의 실패사례가 많지 않았던만큼 화제성과 초반 관심끌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또한 연예인 자녀들의 TV 출연은 그들의 연예계 진출의 발판이 된다는 공식이 세워지면서 시청자들의 불만은 가중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예인 배우자, 자녀들의 해외여행이나 체험 학습 등은 볼거리를 빙자한 PPL로 점철되어있다. 호화로운 생활, 아빠와의 일반적이지 않은 추억 쌓기 등은 현실과의 괴리감만을 부각시켜 오히려 시청자들의 자괴감만 키운다는 분석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어린 연예인 자녀들의 과도한 미디어 노출도 하나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자녀가 평범한 생활을 영위 할 수 없는 점, 이미 유명세를 탄 어린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여주는 미디어 역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가족 관찰 예능이 새로운 인물의 재발견이라는 의미에서 많은 시청자들에게 호기심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똑같은 포맷,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식상함을 안겨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에 수반한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간과할 수 없는 만큼, 가족 관찰 예능에 대한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더욱 신중한 고민과 성찰이 요구되는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