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와 소통이 불신의 벽을 허문다.
신뢰와 소통이 불신의 벽을 허문다.
  • 홍경찬 기자
  • 승인 2009.09.0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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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로소주와 경남 마산 평암리 주민, 아름다운 동행을 이루다.

 경남  마산시에서 일어난 지역주민과 기업 사이의 갈등 문제를 해결, 아름다운 동행을 이끌어낸  인물이 있다.

바로 허정도 (56·창원대 건축학부초빙교수, 도시건축전문가) 교수이다.

그는 마산에서 40여일간 끌어오던  평암리 지역주민과 기업 사이의 지하수 취수와 공장 확장에 따른 갈등을 원만한 합의로 이끌어낸 주인공으로 주위로부터 감사인사를 받기에 바쁘다. 

▲ 왼쪽부터, 윤기노 진로 마산공장 사장, 한철수 상공회의소 회장, 허정도 도시전문가, 이영숙 마산 평암리 주민대책위원장
  이번 문제 해결은 그가 전국YMCA회장을 지냈고 경남도민일보사장을 지내는 등 남다른 경력이 지역주민과 기업의 갈등을 잦은 만남과 소통을 통해 중재하며 불신의 벽을 허물었다는게 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허정도 도시전문가는 7월 중순에 마산상공회의소 한철수 회장으로부터 어려운 부탁을 받았다. (주)진로소주 마산지사(사장 윤기노)와 마산시 진전면 평암리 주민(이영숙 주민대책위원장) 사이에 생긴 갈등을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한 회장이 이같은 부탁을 한 것은 허 교수가 평소에 지역문제에 정통하고 문제 해결능력이 뛰어난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진로소주는 노후된 시설 교체와 최신설비 도입, 부족한 창고용지 확보를 위해 올해 초 마산시 진전면 평암리 일대 8만여㎡의 진전 평암일반산업단지에 공장 증설을 추진해 왔으나 마을 주민들이 취수량 증가로 지하수가 고갈된다며 반발하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 이영숙 주민대책위원장이 허정도 도시전문가에게 감사패를 증정하고 있다.

 진로소주는 그동안 공장 증설의 당위성만 강조했을 뿐 주민들이 지하수 고갈 문제를 얼마나 예민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적었다. 반면 주민들은 업종 전환을 통한 무분별한 추가 공장 확장, 취수량 증가로 인한 지하수 고갈 등에 대한 불안과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기업을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진로 관계자에게 “주민들이 보상금을 노리거나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민들에게는 “회사가 의도적으로 속이는 부분은 없고 주민과 상생하면서 기업을 키우려 한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양측의 중점을 이을려는 촉매제 역학을 충분히 수행했다.

허 교수가 처음 문제를 접하고 느낀 것은  무엇보다 회사와 주민, 서로간의 믿음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역민의 화합을 위해 보람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제안을 받아들였으나 40여일 이상의 중재 기간은 외줄을 타는 기분이 들 정도로 어려웠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 허정도 도시전문가는 이날 주민들에게 회사와 주민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생을 위한 첫걸음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특히, 취수량이 많지 않아 지하수 고갈 주장은 억지라고 생각하는 진로 측에 "회사 관계자들은 10~20년 후 이 공장을 퇴직하면 그만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평생을 그리고 후대까지 살아가야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이해시킴으로서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고 신뢰를 회복해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쟁점이 되었던 것은 1일 평균 취수량, 지역 주민들은 1일 취수량 200t을 고집하였고, 회사측은 300t를 고수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었으나 막판에 주민들이 1일 취수량 250t을 받아들임으로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 허정도 도시전문가와 마산 평암리 주민들과 함께 지난 9월 1일 (주)진로소주 공장견학을 하고 있다.
 진로와 평암리 주민들은 두 달간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지난 달 25일 ▲ 취수일지와 취수량 공개 ▲ 업종 전환 및 공장 추가확장 금지 ▲ 교통대책 수립 등의 협약안에 합의하고 마산상공회의소에서 '상생협약 체결식'을 마산상공회의소에서 진행했다.

협약체결에 이어  마산 평암리 주민들과 기업은 이달 1일 저녁 (주)진로소주 공장에서 만나 ‘상생화합잔치’를 열었다. 기업과 주민이 ‘아름다운 동행’의 첫발을 함께했다. 진로 측이 주민들을 초청하여 공장견학과 저녁을 대접하며 서로간의 불신과 반목을 없애고 상생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마산 평암리 주민을 초청 ,공장견학과 저녁을 대접하며 상생의 길을 함께했다
 이날 마산상공회의소 한철수 회장은 "허정도 전 대표는 언론사 대표로서, 기업인으로서 상공회의소 활동을 함께 하였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인정 받는 시민단체 대표를 지낸 인물이기 때문에 기업과 주민의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하고 그에게 일을 맡겼다고 밝혔다.

아울러 "결과가 좋아서 기쁘다. 상공회의소가 기업 이익만 대변하는 단체로 인식되었는데, 이번 진로공장 사례가 마산에서 기업과 주민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상생을 도모하는 바람직한 사례로 확산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날 이영숙 주민대책위원장은 주민과 기업간의 상생을 길을 열게해준 허정도 교수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우리사회에 지역주민과 기업의 갈등과 충돌은 주변 곳곳에서 일어 나고 있다. 이번 문제를 보더라도 지역주민의 생존권과 기업 이익만을 위해 서로 극한점으로 가는것보다, 상생의 길을 열 수 있도록 절충점을 찾아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 것이라는 좋은 사례로 보여진다. 

서울문화투데이 경남본부 홍경찬기자 cnk@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