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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상거래 이끌어온 보부상, 5일장에 문화보따리 풀다
‘2017 문화가 있는 날, ‘보부상, 문화를 전하다’ 총12회 개최한 '충남문화재단'
2017년 12월 02일 (토) 21:26:26 정영신 기자 jungys1102@hanmail.net

올해 3월부터 시작한 충남권 도내 5일장을 순회하며 열린 ‘2017 문화가 있는 날, 보부상 전통문화축제’인 '보부상, 문화를 전하다'의 마지막 행사가 지난 29일 ‘논산 강경대흥시장’에서 열려 많은 군민들과 예술가들이 함께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천년 역사의 보부상 맥을 이어가고 있는 충남 보부상단인 예덕상무사와 저산팔읍상무사, 원흥주육군상무사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화합의 장을 펼쳤다.

   
▲ 천년역사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충남의 상무사들이 길놀이를 재현했다. Ⓒ정영신

충남문화재단은 보부상을 지역 특화브랜드로 정착하기 위해 지난3월부터 매달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주간에 개최함으로써 충남지역전통문화유산인 보부상문화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보부상, 문화를 전하다’를 진행해 사라져가는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를 이끌어왔다.

보부상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던 인간 띠였다. 단순히 물건을 팔아 이윤을 얻는데 그치지 않고, 상층문화와 우리민족의 전통적이며 고유한 서민문화인 기층문화를 이어주는 인간 고리의 역할을 함으로써 역사의 중심에 서있었다.

   
▲ 모시를 지게에 짊어진 보부상을 재현한 모습 Ⓒ정영신

또한 보부상은 단순한 물건끼리의 교환을 넘어 시장을 경제활동의 장으로 만든 조선시대 경제발전의 주역으로 상거래를 이끌어왔다. 이들은 패랭이에 솜뭉치를 달고, 당시 머릿짐과 등짐을 이고지고, 고개를 넘나들며 동네와 동네에서 벌어지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와 삶을 길 위에 나르고, 길 위에 새겼다.

이날 ‘보부상, 문화를 전하다’가 열린 강경대흥시장은 조선후기에 번성한 장으로 평양, 대구와 함께 조선의 3대 내륙시장이었다. 충청도 내륙지방의 산물들이 금강 뱃길을 따라 강경으로 와서 팔릴 만큼 장이 서는 날이면 돛단배와 여러 지방의 특산물을 실은 무역선들이 줄을 지어 몰려들었다. 또한 1890년대에 군산항이 열려 외국물산을 교역하게 되면서는 외제 물품까지 강경에 넘실거렸다.

   
▲ 보부상단의 길놀이를 위한 농악패 Ⓒ정영신

논산강경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풍부한 물산을 전국으로 연결시키는 곳으로 충남 보부상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었다. 장날이면 뱃사람들, 봇짐장수 등짐장수, 우마차를 끌고 온 농부들로 인산인해였던 지난날에 비해 요즘은 젓갈시장으로 알려져 김장철이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강경은 젓갈로 다시 옛 명성을 되찾고자 지역특산물인 젓갈을 내세워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역문화를 발전시키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강경발효젓갈축제’를 매년 10월에 개최하고 있다.

   
▲ 강경대흥시장에서 27년째 새우젖을 팔고 있는 김씨의 모습 Ⓒ정영신

이날 보부상단 길놀이에는 엿장수와 어우동, 독과 모시와 비단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지게와 등짐을 이용해 짊어지고. 농악놀이패와 지역예술가들이 길놀이를 재현했다. 특히 저산팔읍상무사의 윤태순씨가 짊어진 큰북이 눈길을 끌었다.

필자는 30년 전에 충북진천장에서 큰북을 짊어지고 외발로 두드리는 엇박자 장단소리와 유행가 노랫가락이 뒤섞여 지나가는 행인을 모두 불러 모으는 진풍경을 본적이 있었는데 이날 큰북이 등장해 장터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많이 받았다. 그리고 길놀이 외에 보부상체험프로그램, 줄타기공연, 청년보부상단의 플리마켓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진행돼 현대화된 시장문화에 전통을 접목시키는 문화장터를 보여줬다.

   
▲ 저산팔읍상무사의 윤태순씨가 큰북을 짊어졌다 Ⓒ정영신

30년 넘게 장터를 기록하고 있는 필자에게 5일장은 여전히 움직이는 박물관이다. 세상만물이 다 집합되어 있고, 살 것도 많고, 볼 것도 많고, 먹을 것이 많아 어른이나 아이나 가장 신나는 날이 장날이다. 예전에는 장마당에서 농기구도 직접 만들어 팔았었다. 그래서 장터는 단순히 물건만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우리민중의 문화가 총체적으로 숨 쉬는 곳이며, 세상 돌아가는 여론과 당대의 유행풍습도 장터에 모인 사람들의 귀와 입을 통해 곳곳에 퍼져 나갔었다.

   
▲ 옛날에는 독을 지게에 짊어지고 보부상들이 산길을 걸었다. Ⓒ정영신

보부상은 조선사회에서 사농공상(士農工商)이란 신분질서 속에서 천대받던 계층이었지만, 개항이후 정부가 상업의 중요성을 자각하면서부터 변화된 역할과 위상으로 새롭게 등장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 보부상 흔적이 사라졌지만 보부상의 발 빠른 정보는 전통사회의 눈과 귀였다.

그들은 정보를 수집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해 그 당시의 전화나 전보, 넓게는 신문역할까지 한 것이다. 각종소식이나 소문을 가장 먼저 접한 보부상들은 각지역소식과 장터소식을 행상을 통해 각 가정에 전달한 셈이다.

   
▲ 패랭이에 솜뭉치를 달고 고개를 넘나들며 길위에 삶을 나르던 모습을 재현한 모습 Ⓒ정영신

또한 여자행상들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빈촌을 돌아다니면서 결혼 못한 사람들을 위해 중매를 많이 섰다고 한다.

   
▲ 등짐을 짊어진 보부상을 재현한 모습 Ⓒ정영신

보부상은 조선시대에만 존재했던 우리나라특유의 행상으로 산간벽지까지 소비자가 원하면 찾아갔었다. 요즘 보부상들의 전통이 계승되듯 우리사회에 널리 확산되고 있는 방문판매와 통신판매, 인터넷판매등은 우리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냈다.

   
▲ 보부상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던 인간 띠였다. Ⓒ정영신

‘2017 문화가 있는 날, ‘보부상, 문화를 전하다’는 지난 3월 예산 덕산5일장을 시작으로 4월 에는 홍성전통시장, 5월에는 부여에 있는 부여시장, 그리고 6월에는 보령중앙시장과 서천장항전통시장, 7월에는 천안성환 이화시장, 8월에는 청양전통시장, 9월 금산인삼시장과 서산해미시장, 10월에는 당진정기시장과 아산 온양온천역풍물5일장, 11월에는 강경대흥시장에서 마지막 행사를 진행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 보령예술단에서 나온 안태후씨가 상모를 돌리는 모습 Ⓒ정영신

요즘 장에 가면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이름아래 국적불명의 축제가 종종 열리는 것을 보게 된다. 상인문화의 뿌리를 물어야 할 만큼 물건뿐만 아니라 민속놀이도 우리의 정체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이번 충남문화재단이 개최한 ‘보부상전통문화축제’는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번기회에 보부상의 문화콘텐츠를 보부상과 연결하여 전통시장만의 민속축제의 뿌리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보령예술단에서 줄타기 시연을 보여준 박희승씨 Ⓒ정영신

우리가 알고 있는 지역축제는 사실상 장터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광대줄타기와 산대놀음, 별신굿과 기우제, 강릉의 단오굿, 괴산장의 백중놀이​등도 장에서 만들어져 장터가 우리민속놀이의 발생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문화유산이자 상업문화유산을 주도한 보부상의 생활사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해 현대에 맞게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 강경대흥시장 Ⓒ정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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