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세대' 작가들이 보여주는 시대의 모습 'IMA Picks'
'중간 세대' 작가들이 보여주는 시대의 모습 'IMA Picks'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2.2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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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이문주 정윤석 개인전 동시 개최, 4월 29일까지 일민미술관

국내외 다양한 예술 현장에서 10년 이상 작가로서 주목할만한 작업을 해온 30~40대 작가들을 조명하는 프로젝트 <IMA Picks>가 23일부터 4월 29일까지 일민미술관에서 열린다.

일민미술관의 2018년 첫 전시인 이번 전시는 선정 작가인 김아영, 이문주, 정윤석 작가의 개인전을 동시에 열면서 한국의 중간 세대 작가들이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시대를 사유하고 저항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 김아영, <다공성 계곡, 이동식 구멍들>, HD 1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약 20분, 2017. 작가 제공 이미지

김아영 개인전 <다공성 계곡>(1전시실)은 '다공성'에 촛점을 맞춘다. 다공성이란 수많은 구멍을 의미하며 작가는 이른바 '네러티브의 구멍'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제시한다.

이야기 구조에서 논리적 허점을 의미하는 '플롯 홀', 20세기 애니메이션에서 물리법칙을 넘어 이동할 때 흔히 사용되는 장치인 '이동식 구멍' 등을 통해 새로운 네러티브를 보여준다.

가상의 암석인 '페트라 제네트릭스'가 다른 지하 암석 플랫폼으로 이주를 시도하며 난민이 되는 모습과 더불어 어두운 곳으로만 인식된 땅 속 지층을 다양한 색깔로 표현한 영상이 인상적인 이 전시는 다소 어렵고 난해할 수 있지만 오히려 교과서적인 네러티브에서 벗어나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볼 수 있는 색다른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이문주, <모래산 건설>, 캔버스에 아크릴, 172x344cm, 2011. 개인 소장. 작품 이미지 작가 제공.

이문주 개인전 <모래산 건설>(2전시실)은 뉴욕과 베를린, 서울 등 자신이 살았던 지역에서 도시개발정책으로 주거공간이 순식간에 철거되거나, 부흥했던 산업도시가 퇴락하는 현상을 특유의 콜라주 기법을 바탕으로 회화, 드로잉 등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4대강 사업의 명목으로 만들어진 엄청난 규모의 모래산이 있는 낙동강 주변 풍경과 베를린의 크루즈 관광의 모습을 콜라주한 작품과 철거 전과 후, 그 곳에 살았던 사람을 하나로 아우른 작품 등을 통해 도시의 개발과 퇴락이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작품도 만날 수 있다.

▲ <눈썹>, 2채널 비디오, 35분, 2018. 작가 제공 이미지.

정윤석 개인전 <눈썹>(3전시실)은 '섹스돌'을 만드는 공장, 그리고 섹스돌을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은 신작 <눈썹>이 선보인다. 영화 <논픽션 다이어리>,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로 주목받은 정윤석 작가는 마네킹과 섹스돌이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왜 인간과 비슷한 것을 만들려하는가?'라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섹스돌을 만드는 과정, 재활용하는 과정이 약간 기괴해보일수도 있지만 이를 만드는 사람들의 손과 표정을 보면 이 일이 결국 누군가의 생업이자 '노동'임을 일깨워준다.

공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다양한 표정들, 마치 진짜 사람을 씻기듯 섹스돌을 씻기는 손, 공장에서 잠을 청하고 밥을 먹는 노동자의 모습에서 '노동의 숭고함'까지 느끼게 하는, '섹스돌'이라는 소재만 보고 색안경을 낀 것을 부끄럽게 만들면서 '인간'과 '인간다움'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전시 기간 중에는 패널과 작가가 작품 세계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아티스트 토크'가 마련되며 오는 4월 7일에는 '예술의 생존'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경력과 시각을 가진 패널들을 초청해 난상토론을 펼치는 전시연계 라운드테이블 <미래를 견뎌내기>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