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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수의 무용평론] 다시 보고 싶은 2017년 무용작품 10선
2018년 03월 13일 (화) 11:39:28 이근수 경희대 명예교수/무용평론가 sctoday@hanmail.net
   
▲ 이근수 경희대 명예교수/무용평론가

한 달에 두 번 서울문화투데이신문에 무용평론을 쓴다. 두 편의 글을 쓰기위해 열흘 이상은 저녁시간을 공연장에서 보낸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12.24, 김남식)을 마지막으로 대장정을 마친 2017년 공연의 특색은 작품의 질과 양 면에서 상저하고(上底下高)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점과 컨템퍼러리현대무용 득세현상 가운데 탁월한 창작발레 작품이 부상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예년과 같이 직접 관람한 100여 편 작품 가운데 10 개를 선정했다. 새롭거나 재미있거나 놀랄만한 춤의 작품들이다. 8개 공연이 6월 이후에 집중되어있고 컨템퍼러리현대무용 6편, 발레 4편으로 분류된다. 무용평론 칼럼에 실은 리뷰를 인용함으로써 다시 보고 싶은 2017년 무용작품 10개를 무순으로 소개한다.

‘처용’(한국발레협회, 문병남 안무, 해오름극장,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은 한국발레협회(도정임)가 직접 제작하여 서울과 강릉 무대에 올린 창작발레다. 처용설화에 가인의 자살과 역신과의 대결이라는 스토리를 추가하여 드라마틱한 텍스트를 구성했다.

풍부한 춤의 조합, 음악과 의상 미술 등 공연요소의 완벽한 궁합, 김현웅, 윤전일 등 베테랑 발레리노와 신예 발레리나 김영경과의 절묘한 파트너링을 통해 고 임성남 선생이 국립발레단에서 시도했던 무용극 처용(1981초연)을 현대적 드라마발레로서 부활시켰다.

창작발레기근에 허덕이는 국내 발레 계에 참신한 소재발굴로서의 의미와 함께 협회차원에서 시도된 창작품이라는 가치를 평가하고 싶다.

‘키스’(Le Baiser, K-ARTS, 김용걸, 석관동 예술극장)는 김용걸 판 ‘봄의 제전’이다.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며 태양신에게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의식이라는 전통적 해석을 비극적 제사의식이 아닌 자연 앞에 선 인간의 축제로 변모시킨다.

봄 안개 피어나는 들판에서 마을의 처녀총각들이 뛰어나와 짝을 만나 본능적인 사랑을 나눈다.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한 의식은 성스럽고 장엄한 신의 찬양이다. 여성상위의 모계사회를 그려낸 페미니즘 작품으로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오네긴’(유니버설발레, CJ토월극장)은 유니버설발레단의 레퍼토리 공연이다.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원작으로 슈트트가르트 예술감독인 존 크랑코 안무와 쿠르트-하인즈 슈톨제 음악으로 1965년 독일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오랜 주역생활을 뒤로하고 함께 무대를 내려오는 엄재용 황혜민 부부의 은퇴공연을 겸했다. 전 3막 6장 120분에 걸친 장막 공연으로 전문적인 연주자들이 협동조합형식으로 조직한 코리아 쿱 오케스트라가 구모영의 지휘로 생음악 연주를 맡았다.

‘장미의 잔상’(국립현대무용단, 안성수, CJ토월극장)은 안성수가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으로 내놓은 첫 작품이다. 국악기와 현대춤사위의 융합과 함께 현대 춤과 전통춤사위의 융합을 콘셉트로 삼았다.

‘장미’로부터 시작되어 ‘단’(2013), ‘혼합’(2016)으로 이어지는 안성수의 굿 시리즈 완결편이란 의미와 장미가 상징하는 여성성의 의미, 단군신화와 부족국가시대, 삼국시대를 거쳐 미래의 번영까지를 아우르는 역사성 등 여러 가지 상징과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3 볼레로’(국립현대무용단, CJ토월극장)는 김보람, 김설진, 김용걸이 각각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음악을 사용하여 안무한 작품을 한 무대에 올린 국립현대무용단의 기획공연이다.

김용걸의 ‘볼레로’는 수원시립교향악단의 대 편성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원곡에 맞춰 역동적이고 감동적인 무대를 창조해냈고 김보람의 ‘철저하게 처절하게’는 대 편성 대신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트럼펫과 피아노의 소편성악기로 음악의 리듬과 멜로디를 분해하여 몸의 움직임과 결합시키는 구조적 접근법으로 볼레로를 해석해주었다. 

‘혼돈’(CHAOS, 최상철, 아르코예술극장)은 2017년 공연예술창작산실의 지원을 받은 작품이다. 우주의 생성으로부터 인류의 탄생을 거쳐 질서와 균형이 찾아지고 미래의 유토피아로 나아가는 장면들이 차례로 나열된다.

의상을 통해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대비 혹은 융합시키고 영상을 통해 현실과 가상의 공간을 구분한다. 분할된 무대에서는 이질적인 두 세계를 동시에 펼쳐내고 색감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박진감과 영상미를 높여준다. 장면들이 독립적이고 무질서하게 나열되는 것 같지만 통일적인 맥락으로 이어지고 하나의 주제를 향해 수렴해가는 연출능력이 돋보였다.

’되기 되기 되기’(장은정, 아르코대극장 및 서강대메리홀)는 몸이 어떻게 춤이 되고 어떻게 완성되어가는 가를 보여주는 철저한 몸의 탐구 작업이다. 4월에 시작해서 9월에 끝난 솔로 3부작인 ‘앎’과 ‘비움’, ‘채움’의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의 몸을 알기 위해 과감히 나신을 공개한 첫 작품, 그 몸을 비우는 작업, 그리고 비워진 몸을 새로운 몸으로 되찾는 과정이 차례로 그려진다. 50대에 들어선 완숙한 몸에 춤에 대한 고민과 열정을 섞어 완성한 장은정의 예술성이 김기인 식 기(氣) 춤과 결합되어 진한 여운을 남겨준다.

‘BOW’(전미숙, 대학로예술극장)엔 돗자리, 찻잔, 대접, 부채, 가면 등 낯익은 도구들이 등장한다. “바라봄만으로도 평온함을 주고 상상의 폭과 생각의 물길을 열기를 희망합니다.”란 전미숙의 기획의도를 살릴 수 있도록 준비된 소도구들이다.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빠른 장면전환과 다양한 절(bow) 동작을 통해 재미를 부여하고 김재덕의 음악과 이태양의 무대미술이 안무의도를 잘 살려낸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계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예술가의 창작적 억압을 호소하는 진정성이 느껴진 작품이었다.

‘길 ∙ 걷다’(김남진, 대학로예술극장)는 이 시대의 각박한 현실에서 좌절하는 젊은이들의 우울한 초상을 그린 ‘무게’와 무너지는 가족제도 아래 사라져가는 효 개념을 가슴 아파하는 현대인의 나약함을 다룬 ‘씻김’으로 구성된 2부작이다.

김남진은 연극적 구성과 대사, 서정적인 음악, 가면과 마네킹 등 소도구의 적절한 활용으로 무거운 주제를 쉽게 풀어가면서 무대와 관객의 거리를 좁혀간다. 현실의 문제를 정 중앙에 놓고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대중성과 예술성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작가의 진지함이 주목되는 작품이었다.

‘모래의 여자’(김재승•임선경, 대학로예술극장)는 상실되어가는 인간성의 본질을 찾아보자는 의도로 ‘과거에서 묻다’란 주제를 선택한 올해 SPAF(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기획의도에 가장 적합한 작품이다.

아베 코보(일본)의 소설을 원작으로 연극과 무용을 함께 아우르는 복합적 형식을 택하고 있다. 안무가 김재승은 다원예술연출가인 임선경과 함께 난해한 소설의 무용화라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간다. 대사와 춤이 공존하는 반무용, 반연극인 작품에서 장윤나를 비롯한 한국무용수들의 몽환적인 춤이 돋보인 실험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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